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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무산 위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남북 체육 수장들과의 3자 면담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바흐 위원장, 김일국 북한 체육상.
남과 북은 지난 2월 1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만나 여자농구, 여자하키, 유도(혼성단체전), 조정 등 모두 4개 종목에 걸쳐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유도를 제외한 3개 종목은 올림픽 예선부터 함께 출전하기로 했습니다.

예선부터 함께 출전하려면 선수 구성과 지도자 인선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일찌감치 북한 측에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오늘(19일)까지 북한은 묵묵부답입니다. 이런 가운데 당장 6월 초부터 올림픽 티켓을 따기 위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남북 단일팀 구성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일정상 가장 급한 종목은 여자 하키입니다. 대한하키협회는 4월부터는 북한 선수들과 합동 훈련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북한으로부터 아무 소식이 없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자 하키는 6월 8일 아일랜드에서 국제하키연맹(FIH) 시리즈 파이널이 열립니다. 이 대회에서 2위 안에 들어야 오는 10월 14개국이 7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겨루는 올림픽 예선전에 나갈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여자 엔트리는 16명인데 우리 측은 북한 선수 2명을 선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생각입니다. 북측이 2명에 합의할지 아니면 그 이상을 요구할지는 모릅니다.

문제는 5월 초에는 국제하키연맹(FIH) 시리즈 파이널 출전 엔트리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5월 초까지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나타내지 않으면 6월 대회에는 전원 남측 선수가 출전하게 될 것으로 보이고 2위 안에 들 경우 대부분 이 선수들이 10월 올림픽 예선전에 나가게 됩니다.

만약 북한 선수 없이 남측 선수들만의 힘으로 올림픽 티켓을 딴 뒤에 북한이 단일팀 구성을 요구할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올림픽 본선 출전에 공을 세운 한국 선수 몇 명을 북한 선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체육회와 대한하키협회가 매우 난처해질 수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 엔트리를 확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선전이 끝난 뒤에 북한 선수들의 합류를 위해 한국 선수 일부를 탈락시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선전에 북한 선수가 참가하지 않을 경우 단일팀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뤘던 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정은 세계의 벽이 높기 때문에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도쿄올림픽에 나가려면 오는 8월 오스트리아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데 최소 3개월 이상 손발을 맞춰야 합니다. 세계선수권 이전에 열리는 총 3차례 월드컵 대회를 통해 국제 경험도 쌓아야 하는데 북한이 아직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어 차질이 예상됩니다.
도쿄 올림픽 엠블럼, 로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실 북한이 합의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남녀 농구 대표팀은 지난해 7월 평양에서 남북 통일농구대회에 출전해 북한 대표팀과 기량을 겨뤘습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북한 남녀 대표팀이 서울을 방문해 친선 경기를 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은 어떤 이유도 밝히지 않는 채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재차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국내 체육계에서는 북미 관계의 개선과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화가 없는 한 북한이 단일팀 구성에 계속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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