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리는 친환경 차에 얼마를 더 지불할 수 있을까?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4.15 09: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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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환경 차에 얼마를 더 지불할 수 있을까?
 
전기차(BEV)와 수소연료 전지차(FCEV), '친환경 자동차'라는 말이 나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친환경 차종이다. 앞으로 어느 쪽이 친환경 차의 대표 주자가 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최근 들어 고농도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해가 급증하면서 친환경 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친환경 차는 전기나 수소 같은 청정에너지를 사용하거나 또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각종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하지만 친환경 차를 생각하다가도 막상 구매 단계에서는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차량의 종류가 아직은 다양하지 않고 충전소 같은 시설이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동급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차량 가격이 2배 또는 그 이상 비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보조금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충분히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나오는 대안이 현재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친환경 차는 궁극적으로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를 전기나 수소 등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지만, 중간 단계에서는 현재 이용하고 있는 내연 기관 자동차의 연료 효율 즉, 연비를 크게 높이거나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도록 만드는 것 또한 자동차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앞으로 연비가 계속해서 좋아지거나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 자동차가 계속해서 늘어나더라도 일정 부분은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청정에너지를 이용하는 친환경 차로 넘어가기 전에 일정 기간 동안 중간 다리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수소차 충전소그렇다면 소비자들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현재의 자동차를 어떤 형태로 보다 친환경적인 차로 바꾸기를 원할까? 만약 연료 효율과 미세먼지 배출, 온실가스 배출 각각에 대해 지금의 자동차와 비교해 보다 친환경적인 자동차가 나올 경우 소비자들은 환경을 고려해 얼마를 더 지불할 의사가 있을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유승훈 교수 연구팀이 연비와 미세먼지 배출량 저감,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등 친환경 자동차의 주요 속성에 대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특히 소비자들이 연비와 미세먼지 배출량 저감,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가운데 어떤 친환경 속성을 더 선호하고 또 자동차가 친환경적으로 바뀔 때 각각의 속성에 대해 추가로 얼마를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조사했다(Kim et al., 2019).
 
연구팀은 가장 인기 있는 차종 가운데 하나인 2,000cc 휘발유 승용차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것을 가정하고 기존 차량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 1%p 저감, 미세먼지 배출량 1%p 저감, 연비 1km/L 향상에 대하여 소비자들이 추가로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국내외에서 환경재화의 가치 추정 또는 소비자 선호분석에 널리 적용되고 있는 기법인 선택실험법(CE, choice experiment method)을 이용했다. 전국의 1,000가구를 무작위로 추출하고 개별 면접을 수행한 뒤 통계 분석을 통해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수소차 충전소 (사진=연합뉴스)조사 결과 국민들은 기존 차량을 보다 친환경적인 차로 개선할 경우 연비 개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개선뿐 아니라 차량 유지비와 직결되는 연비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다. 이어 미세먼지 배출량 저감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순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차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1%p 저감할 수 있을 경우 자동차를 구매할 때 25만 7천 원을 추가로 지불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1%p 저감할 수 있을 경우에는 34만 원, 연비 1km/L 향상에 대해서는 49만 1천 원을 차량 구입 시 추가로 낼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만약 기존의 2,000cc 휘발유 승용차와 비교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이 각각 1%p 줄어들고 연비가 1km/L 개선될 경우 국민들은 모두 109만 원을 차량 구입 시 추가로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2,000cc 휘발유 승용차의 가격이 2,500~3,000만 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친환경 속성을 한 단위(1%p, 1km/L)씩 개선할 경우 추가로 승용차 가격의 4% 정도를 추가로 지불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기술 진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한 단위가 아니라 그 이상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들은 환경을 고려해 그 이상도 지불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결과는, 국민들은 환경을 고려해 일정 수준까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소비자들의 차량 가격 상승에 대한 저항 등으로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신기술 적용이나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 그것은 공급자의 오판일 수 도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국민들은 환경을 개선하는데 드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으니 자동차 메이커들은 지금보다 친환경적인 차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하라, 또 정부는 친환경 차량 개발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라는 국민들의 요청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참고문헌>
* Ga-Eun Kim, Ju-Hee Kim, Seung-Hoon Yoo, 2019: South Korean consumers’ preferences for eco-friendly gasoline sedans: Results from a choice experiment survey. Transport Policy, Volume 77, Pages 1-7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