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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연초에 태어난 아이, 엄마 학력이 좌우한다?

<앵커>

친절한 경제부 기자, 한승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12일)은 출산과 관련해 조금 특이한 연구 결과를 가지고 오셨네요.

<기자>

영남대 조현국 교수가 한국노동경제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인데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저희가 이 시간에 인구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게 되는데 확실히 연초에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나는 건 분명히 맞습니다. 2001년부터 봤을 때 1, 2월에 하루 평균 1,410명이 태어나는데 직전인 11, 12월에는 1,213명, 86% 정도입니다. 12월 1월로만 좁혀서 보면 차이가 더 두드러지고요.

왜 이런 거냐, 아주 최근에 나온 외국 연구에서는 날씨를 원인으로 보기도 합니다. 기온이 화씨 80도, 섭씨 26.7도 정도 되는데 이것보다 더워지면 여덟 달에서 열 달 뒤에는 신생아 수가 줄어들더라는 거죠. 더우면 임신 노력을 기피하거나 수정이 잘 안 된다는 거예요.

다만 우리나라는 12월이나 1월이나 똑같이 춥고, 그러면 거슬러 올라가서 임신 시점의 기온도 별로 차이가 안 날 테니 이게 주된 원인은 아닐 것 같고 결국 입학 문제일 것 같다는 겁니다.

만약 출산 시기를 정하는 데 입학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일단 첫째를 한 번 키워보니까 확실히 연초에 낳는 게 좋을 것 같더라, 그럼 부모들이 둘째를 낳을 때 연초에 낳으려는 경향이 더 강해지지 않겠냐는 데서 연구가 출발을 하는 거죠.

<앵커>

그렇게 딱딱 계획에 맞춰 출산이 가능할까 싶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큰 틀에서 보면 둘째의 경우 특히 연초에 낳는 경향이 많다는 거죠?

<기자>

실제로 둘째가 연초에 태어날 확률이 첫째보다 높았습니다. 12월과 비교해서 1월에 태어날 확률이 둘째가 첫째보다 4.3% 더 높은 걸로 나왔고요, 분석 기초로 쓴 게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입니다.

그런데 인구동향조사를 보면 신생아 출생 연월이나 지역, 출생 순위, 부모 나이나 학력도 포함돼 있거든요. 그래서 부모 학력이랑도 연관이 있는지 봤습니다.

엄마가 2년제 이상 대학을 나왔으면, 첫째든 둘째든 12월보다 1월에 낳을 확률이 더 높았고요, 둘째만 떼어놓고 봤을 때 엄마가 대졸 이상일 때 1월에 출산할 확률이 12월보다 4.8% 높았고 엄마 학력이 대졸 미만이면 3.2%가 높았습니다.

그러니까 엄마 학력에 상관없이 일단 둘째는 1월에 낳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런데 그 높은 정도가 엄마가 대졸 이상일 때가 더 크다는 거죠.

학력 수준이 높은 엄마가 입학 기준이라든가 관련된 학업 성취도라든가 이런 데 대한 이해와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을 했습니다.

이런 전반적인 내용들이 2011년 이후에는 더 심해졌습니다. 아마 2010년부터 1, 2월 생이 1년 먼저 학교 들어가는 제도가 없어졌는데 그 영향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앵커>

아이들끼리는 몇 개월 차이가 상당하다 보니 부모들이 신경을 쓰기는 할 텐데 여기에서도 부모의 학력 격차 이야기가 등장하네요?

<기자>

네, 저자가 준비 중인 또 다른 논문을 보면 12월생의 4% 정도는 1월생으로 출생신고를 한다는 거예요.

우리말로 앰한나이라고 합니다. 연말에 태어나서 며칠 있으면 두 살 되는, 이걸 피하고 싶어 한다는 거죠.

그런데 출생 현상이 이렇게 부모의 학력이나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는 건 자칫 교육이라든가 다른 분야의 격차를 더 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12월생은 안 그래도 신체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데, 자녀 학업이나 취업 성과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부모를 뒀을 수 있다는 거죠.

요즘은 아이를 낳더라도 하나만 낳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이런 현상들이 더 심해지고 말씀드린 격차가 새롭게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 이쪽 분야는 거의 연구가 이뤄진 게 없지만, 분명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고 최근의 출생 흐름이나 또 다른 차별의 위험 같은 여러 측면에서 앞으로 논의가 있어야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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