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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신용카드 소비자 혜택 또 축소…갑자기 왜?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신용카드 혜택 쏠쏠하게 찾아서 쓰시는 분들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혜택이 앞으로 많이 사라지게 된다고요?

<기자>

네, 카드 혜택이 상당히 다양하죠. 일단 무이자 할부가 있고 포인트 적립이나 캐시백,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할인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알뜰 소비하는 분들은 나한테 특히 유리한 혜택 제공하는 카드 잘 따져서 쓰시죠. 온라인 같은 데 보면 '카드로 재테크하는 법'이라면서 서로 정보 공유도 하고 그럽니다.

그런데 이런 카드 혜택들을 앞으로 새 카드 발급받는 분들은 많이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올해 월급통장이 처음 생겨서 카드 만드는 새내기 직장인이다, 지금 우리가 받는 정도의 혜택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금융당국이 어제(9일) 카드업계랑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소비자가 내는 연회비랑 수수료 이상의 금전적 혜택이 생기는 카드는 앞으로 사실상 나오지 않도록 했습니다.

만약에 내 연회비가 10만 원이다, 그럼 일단 카드사가 연회비 내는 달에 보내주는 상품권이 10만 원짜리가 일단 있고 여기에 캐시백, 할인 연간 혜택이 추가로 모여서 내가 받는 혜택이 훨씬 더 커지는 카드들 있죠.

사실 이런 식의 카드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 이런 건 안 나온다는 겁니다. 기존 카드의 혜택은 일단 유지하지만, 이것도 축소할 수 있다고 열어뒀습니다.

<앵커>

왜 소비자 혜택이 갑자기 줄어드는 건가요?

<기자>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카드 결제수수료를 깎아준 가맹점이 올해부터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럼 카드사들의 수입이 그만큼 줄어들죠. 이 손실폭을 소비자들의 혜택을 줄이는 걸로 메꾸게 된 겁니다. 이건 카드사들이 맘대로 정하는 게 아니고 금융당국이 제도를 바꿨습니다. 

영세사업자들의 수수료를 깎아주는 정책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까지는 이 우대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조금씩 변경돼 오긴 했지만, 연간 매출 5억 원 이하 가맹점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준을 지난해 말에 연간 매출 30억 원짜리 가맹점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래서 전체 카드가맹점, 카드를 받는 영업점 중에서 93%가 수수료 우대를 받는 대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연간 매출 30억 원에서 100억 원까지의 영업점 수수료도 깎아주게 했습니다.

왜 이렇게 손을 봤느냐, 작년에 최저임금 인상폭을 둘러싸고 편의점업계를 비롯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너무 빠르게 커지게 된다는 불만이 계속 나왔죠. 기억하실 겁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임금 말고 다른 부분에서 자영업자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가 나온 대책 중에 하나가 이겁니다.

이렇게 하면,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입은 연간 8천억 원 가까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카드업계 전체의 연간 순이익 자체가 작년 기준으로 1조 3천억 원이었거든요.

비교해 보시면 카드사들로써는 그냥 '아 줄어드는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손실이 아니기는 합니다.

<앵커>

결국 그런 수익 감소분을 어딘가에서 메꿔야 할 텐데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것 말고.

<기자>

정부가 원래 기대했던 방안 중에는 대기업의 카드수수료율을 반대로 높이는 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지난달에 현대자동차가 수수료 올려달라는 카드사들에게 '그럼 차라리 계약을 해지하자' 하면서 갈등을 빚었다는 기사 보신 적 있나요. 바로 이 문제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대기업도 '지금 수수료 인상하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져서 못 올려준다' 거부한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부 공식입장이 "개별 기업이랑 카드사가 수수료 협상하는데, 끼어들 수는 없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카드업계가 사실상 현대차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상황이 겨우 종료됐습니다. 카드사들로써는 현대차를 놓칠 수는 없잖아요. 대형 가맹점이랑 카드사 중에선 대형 가맹점이 사실상 갑입니다.

그런데 이걸 보고 다른 대기업들도 우리도 수수료 다시 깎아달라, 잇따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남은 건 소비자 혜택이죠.

실제로 카드사들이 작년에만 가맹점 수수료로 내는 수익의 70% 정도인 7조 원 가까이 마케팅 비용이라는 데 썼는데 이거 대부분이 카드 혜택을 만드는 비용입니다.

그래서 어제 금융위 방안 나오기 전에도, 안 그래도 카드사들이 올해 특히 혜택이 좋았던 카드들은 계속 단종시키던 중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예를 들면 최근에 비자나 마스터들이 올린 수수료를 그냥 국내 카드사들이 소비자 대신 부담하고 있었거든요, 이것도 이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일자리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 카드사가 비정규로 고용했던 카드모집인들을 석 달 만에 3천 명 줄였습니다. 금융위원장은 어제 카드사들한테 협조하고 인내해 준 거 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카드 혜택 더 줄여라,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지 말고 대신 빅데이터 자문 사업 같은 새 사업 발굴해 봐라, 지원해 주겠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이 풀릴지 참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자영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하니까 감내해야 할 부분도 있기는 하겠지만 소비자들로서는 기분이 썩 좋을 것 같지 않네요. (그런 분들 조금 있으실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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