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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폼페이오 "3차 정상회담 확신"…북미 간 '먼지' 가라앉나?

[월드리포트] 폼페이오 "3차 정상회담 확신"…북미 간 '먼지' 가라앉나?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자욱하던 불신의 먼지가 가라앉는 것일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차 정상회담을 향한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폼페이오는 지난 3월29일 펜실베이니아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3차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데 이어, 4월5일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선 3차 회담을 확신한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하노이 회담장을 떠난 뒤 북한을 향한 마이크를 꿰찼던 '슈퍼매파'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잠잠한 사이, 뒷전에 있던 폼페이오가 다시 대화와 협상의 운을 떼고 있는 모양새다.

폼페이오는 3월29일 인터뷰에서 "몇 달 안으로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이뤄내길 바란다"면서 3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뒀다. 폼페이오는 '우리가 북한 문제에 낙관적이어야 할 이유를 갖고 있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그렇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시간표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이 어쩌면 한 발짝 앞으로 갔다가 한 발짝 뒤로 갔다가 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진전을 만들어왔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폼페이오의 언급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3차 회담의 성사 조건으로 비치는 부분이다. 폼페이오는 "우리의 두 정상이 몇 달 안으로 다시 만나 비핵화로 가는 길 위에서 실질적인 첫 번째 조치 또는 실질적인 큰 조치(a substantive first step or a substantive big step)를 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되는 말은 '실질적인 첫 조치 또는 큰 조치'인데, 그 동안 미국이 하노이 회담 이후 줄곧 내세워온 빅딜, 즉 일괄 타결과 사뭇 다른 뉘앙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핵화의 입구에서 출구까지 한번에 타결 짓지 않더라도, 첫 조치나 큰 조치에 합의할 수 있다면 3차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고 또 그 정도 결과라면 회담을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말로 읽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는 5일 인터뷰에서 하노이 회담 전처럼 북미 관계가 회귀할 가능성을 한층 더 내비쳤다. 폼페이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3차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I'm confident there will be.)"고 말했다.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모른다"면서도 진행자가 '머지않아?(soon)'라고 다시 묻자 "그러길 바란다"고 답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로도 북한과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폼페이오는 '북미 간, 남북 간 채널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각각 "그렇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방법에 대해 하노이 이후 대화를 해왔다(we have had conversations after Hanoi about how to move forward.)"고 밝혔다.

폼페이오의 말을 100%,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현재 북미 간에는 공식적인 협상 창구간에,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단서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북측 협상 창구인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의 경우, 하노이 회담 이후 공식적인 활동이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노이 회담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혁철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폼페이오가 말한 대화라는 것이 기존에 개설된 실무차원의 통신 수단(이메일이나 전화 같은)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정도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상대가 지쳐 조급함을 표출할 때까지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는 습성을 갖고 있다. '이 정도면 움직이겠지?'라고 상대가 생각하면 북한은 한번 더 버틴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김 위원장이 직접 요구한 제재 완화의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는 3차 정상회담을 확신한다면서도 "2년 전에 착수한 궁극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유엔 안보리 경제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 행정부의 정책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닌 셈이다.
김정은-트럼프, 북미 단독회담, 확대회담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럼에도 하노이 회담 이후 제재와 압박의 말수위를 높이던 미국이 다시 협상, 그 가운데서도 3차 정상회담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폼페이오가 '촉진자'로 나선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표시한 점도 나쁘지 않은 신호다.

폼페이오는 5일 인터뷰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을 지칭해 "유쾌하고 유능한 장관(a delightful, capable minister)"이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다혈질인 폼페이오가 남북 군사합의와 관련해 자신이 세부사항을 놓치자 강 장관에게 화를 냈었다는 지난해 10월 보도와 비춰보면 사뭇 달라진 태도다.

'한미 동맹은 핵심축(linchpin)'이라는 말이 미국측 보도자료와 주요 인사의 발언에 다시 등장했다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미국이 오는 11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 꽤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미국이 체면상 나서서 못하는 일, 즉 3차 회담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한국이 해달라는 걸로 읽히는데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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