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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돈 없어도 축의금 보낸다?…'상상초월' 핀테크가 온다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권 기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2일)은 이런 것이 되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실험적인 금융서비스 얘기 가지고 오셨죠? 이르면 상반기 안에 이런 것이 시작된다고요?

<기자>

네, 먼저 예를 들어서 이런 서비스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봄에 결혼 많이 하는데, 직장동료, 친구들 청첩장이 한꺼번에 여러 장 들어왔는데 마침 현금 사정이 좋지 않아서 통장에 축의금 낼 돈이 간당간당해졌다고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이럴 때 내가 쓰고 있는 신용카드 앱에 들어갑니다. 통장에 있는 돈을 보내는 것처럼 축의금을 받을 동료의 이름과 보내고 싶은 액수를 그 앱에 입력하면 카드사가 나 대신 먼저 친구에게 축의금을 보내주는 겁니다.

그렇게 5만 원을 썼다. 그 5만 원은 내가 5만 원어치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를 긁었을 때처럼, 그달 명세서에 포함이 돼서 내가 쓴 다른 돈들과 같이 사후 청구가 됩니다.

현금을 땅겨 쓴 거지만 카드로 물건을 신용 구매한 것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이자를 물지 않고, 신용카드 수수료에 이 건에 대한 수수료도 포함되는 겁니다. 카드론보다 훨씬 나한테 유리한 조건이죠.

이런 서비스가 도입되면 어떨 것 같으세요? 이렇게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해서 개인 간의 외상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범적으로 한번 해보라고 이달 안에 금융당국의 최종 허가를 받게 될 전망입니다.

<앵커>

현금 서비스 같기도 하고 카드깡 같기도 하고, 약간 악용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예를 들어서 친구들과 짜고 불법 대출을 받는 것처럼 돈을 빼는 방법으로 쓰일 수 있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방금 말씀하신 이른바 '카드깡'의 전형적인 수법이 얼른 떠오르긴 합니다.

그래서 금융당국도 이 서비스는 한 사람이 한 달에 이렇게 보낼 수 있는 돈을 일정 금액 밑으로 제한하겠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갖고 온 카드사가 한번 해보라고 일단 시한이 있는 허가를 내줄 방침입니다.

이제 이 '앱을 통한 개인 간 외상 송금 서비스'를 비롯해서 지금까지는 아이디어에 머물렀던 19가지의 새로운 금융서비스들이 이른바 '금융혁신 샌드박스' 사업의 우선 심사 대상으로 발표됐습니다.

샌드박스가 뭐냐, 요새 조금 들어보셨을 텐데 말 그대로 모래 상자입니다. 아이들 노는 놀이터에는 다치지 말라고 일정한 공간에 모래를 풍성하게 까는데, 규제 샌드박스는 그렇게 "일단 이 안에서 한 번 놀아봐." 하는 것처럼 기존의 법대로라면 허가해 줄 수 없거나 관련 규제 자체가 아예 없어서 시도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나 사업, 또는 제품을 일정 기간 동안 시범 허가해 주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샌드박스'의 법적인 근거를 올 초에 마련하고 실제로 적용할 만한 서비스들을 찾고 있는 단계입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여러 금융사들이 낸 아이디어 중에서 이번에 우선 심사 대상을 추려서 19가지를 발표한 거고, 이번에 선정되는 사업들은 최대 4년까지 한 번 해볼 수 있게 됩니다.

방금 말씀드린 개인 간 외상 송금 외에도 유럽 같은 곳에서는 이미 꽤 실시하고 있는 것들도 이번에 포함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점상 간편결제입니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노점상들은 카드 가맹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규제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이번에 QR코드를 이용해서 한 번 풀어줘 보기로 할 방침입니다.

<앵커>

사실 굉장히 모험이 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렇게 파격적인 일시 허용을 통해서 추구하는바, 노리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기자>

어느 사업 분야나 그렇지만 금융 같은 경우에는 특히 악용되거나 사고가 나면 큰일 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특히 여러 가지 규제가 촘촘하게 갖춰진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IT 기술이 빠르게 발달을 하면서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요새 지갑을 아예 안 갖고 다닙니다. 평소의 모든 금융 활동을 휴대폰으로만 하고 있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입니다.

법이나 규제를 이렇게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새 서비스나 아이디어의 속도에 맞춰서 계속 바꾸기는 사실 힘듭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이디어들 중에는 대성공할 것들도 있겠지만, "아, 이건 역시 아니었어." 하게 될 것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래서 섣불리 전반적인 규제를 풀어놓는 것도 능사가 아닐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못 하게 하면 신성장동력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래서 3년 전에 영국에서 이 샌드박스라는 제도가 처음 나왔습니다. 핀테크, 그러니까 기존의 잣대로는 재기 힘들었던 새 IT 금융 서비스들을 해보라고 도입된 겁니다.

이제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으로 해본다는 것인데, 이렇게 시범 도입되는 서비스들 중에 뭐가 승자가 되거나 혹시 앞으로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또는 "아, 역시 이건 아니었어." 그런 것들은 또 뭐가 될지 앞으로 우리가 지켜보게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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