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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중근 유해 찾기 키워드 ⑥ - 안중근 기념관은 돌아오는데…

하얼빈역 남쪽 광장
중국 랴오닝성 뤼순의 올해 3월 26일은 안개가 가득하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지 109주년이 된 이 날은 아침부터 스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순국 장소인 뤼순 감옥에서 거행된 안중근 의사 추모제도 100년이 넘도록 안 의사 유해를 모시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이 북받쳤습니다. 4명이 나선 추모사는 아직까지도 유해발굴에 별 진척이 없는 후손들의 자성의 목소리에 가까웠습니다. 주 다롄 한국영사출장소 외엔 우리 정부 참석자 없이 민간 행사로 진행된 것도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하얼빈역 플랫폼
뤼순 추모제에 참석하기에 앞서 하얼빈을 찾았습니다. 하얼빈역은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의거 현장입니다. 하얼빈역에 내린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권총 3발을 쏜 곳. 행여 그 3발을 맞은 일본인이 이토가 아닐지 몰라 안 의사는 나머지 총탄을 다른 일본인에게 쏜 뒤 우렁차게 '코레아 우라'를 외쳤습니다. 총탄을 맞은 이토 히로부미는 하얼빈역에서 쓰러져 절명했습니다. 환영곡을 들으며 하얼빈역에 내린 이토는 불과 30분 만에 시신이 되어 하얼빈역을 떠났습니다. 러시아 헌병에게 붙잡힌 안 의사는 그날 밤 하얼빈의 일본 영사관으로 넘겨졌고, 다시 11월 3일 뤼순 감옥으로 옮겨졌습니다.
남쪽 광장 중에 안중근 기념관 들어가는 입구쪽
110년 전 전 세계를 깨운 영웅의 의거 현장인 하얼빈 역엔 안중근 기념관이 세워졌습니다. 지난 2013년 '의거 현장 표지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에 시진핑 주석이 기념관을 만들어 화답한 것입니다. 2014년 1월 19일 안중근 기념관은 개관했지만, 3년여 만인 재작년 돌연 철거됐습니다. 개관했을 때와는 달리 중국 측은 우리에게 아무런 통보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당시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한창일 때라 안중근 기념관 돌연 철거를 사드 보복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중국 측은 하얼빈역 개축공사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안중근 기념관을 조선 민족예술관으로 이전했습니다. 하얼빈역은 지난해 다시 문을 열었지만, 안중근 기념관 재개관 소식은 무소식이었습니다. 하얼빈역 1번 플랫폼에 있던 의거 현장 표시석도 사라졌습니다. 이때부터 하얼빈역 안중근 기념관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란 우려가 확산됐습니다.
재판받는 안중근
매장 추정지 둥산포 묘지 비석
안중근 기념관은 왜 하얼빈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걸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하얼빈역이 안 의사의 의거 현장이기 때문이겠죠. 110년 전 하얼빈역과 지금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기념관이 역사 현장에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임시 기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조선 민족예술관도 의미 있는 공간임은 분명하지만, 하얼빈역에 비하면 역사성이 떨어집니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오가는 하얼빈 역에 비하면 접근성도 좋지 않습니다. 기념관을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의거 현장인 하얼빈역에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안 의사의 항일과 나아가 동양평화 정신을 널리 알리는데 부합하는 일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일부에선 조선 민족예술관에 전시되는 것이 자칫 안 의사가 중국 내 조선족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좀 과한 생각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하얼빈역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할 하나의 이유는 되는 것 같습니다.
뤼순감옥 추모제 동상
안중근 의사 순국 109주년 추모제에 앞서 하얼빈을 찾은 이유는 이런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2년째 오리무중인 안중근 기념관 재개관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하얼빈역에 가보니, 승객들은 정상적으로 역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역 전체 개축 공사가 완전히 끝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의거 현장인 1번 플랫폼과 가까운 하얼빈역 남쪽 광장 쪽은 정문을 제외하곤 좌우 양쪽 모두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공사현장 내부는 문이 굳게 닫힌 채 외부에선 어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미 하얼빈역에 가기 전부터 여러 차례 기념관 측과 접촉해왔던 터라 어렵사리 공사 중인 기념관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하얼빈역 내 안중근 기념관 공사현장을 방문한 정성엽 베이징 특파원
안중근 기념관 공사현장 내부로 들어가 보니 예상보다 진척 상황이 상당했습니다. 기념관 입구엔 안 의사 동상이 들어설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예전 기념관엔 안 의사의 흉상이 있었는데, 이번엔 안 의사의 전신 동상이 새로 준비돼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기념관 내부엔 양쪽 벽면과 중앙에 안 의사의 업적을 소개할 전시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부 한 사람이 마무리 도색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기념관 제일 안쪽 끝으로 들어가면 투명한 유리창틀로 벽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1909년 의거 당시 의거 현장을 기념관안에서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1번 플랫폼에 있던 의거 표지석은 개축 공사로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기념관측 관계자는 당초 안 의사 서거일인 3월 26일에 맞춰 재개관하는 것도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촉박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서둘러서 임정수립 100주년 기념일 즈음에 재개관 날짜를 맞춰보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1번 플랫폼 표지판도 복원할 계획이라고도 했습니다.
안중근 총
이토 몸에 박힌 총알
우려와 달리 안중근 기념관은 하얼빈역에 좀 더 새롭게 단장된 모습으로 재개관을 준비 중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중근 기념관의 재개관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도 상당합니다. 중국 정부가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테러리스트일 뿐'이라고 했던 일본 정부와는 달리 중국은 안 의사의 항일과 동양평화 사상을 이해하고,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안 의사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평가는 유해발굴 작업에도 긍정적인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안 의사 유해발굴 작업데 중국 정부가 적어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건은 우리 정부의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함께 중국이 유해발굴 작업에 협조하는 명분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취재파일 - 안중근 유해 찾기 키워드]
▶ ① - '감옥서의 묘지'가 어딘가?
▶ ② - 주목해야 할 '둥산포' 묘지
▶ ③ - 최후 형무소장 '타고지로'의 악행
▶ ④ - "안중근 의사는 침관에 누워 계신다"
▶ ⑤ - "어렵고 힘들다"는 건 국민도 다 압니다
▶ ⑥ - 안중근 기념관은 돌아오는데…
▶ ⑦ - 사라진 안 의사 가족의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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