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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전자 주총 'D-1'…대표이사는 속성과외 중?

다시 돌아보는 삼성전자 주총 '흑역사'

[취재파일] 삼성전자 주총 'D-1'…대표이사는 속성과외 중?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세계적 IT기업이 돼 치르는 행사지만 분위기가 잔칫집 같지는 않습니다. 오너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데다가 회사 주력 먹거리인 반도체 경기마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도 주총에 앞서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녹록지 않은 세계 경제 상황을 언급하며 "앞으로가 생존이나 퇴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
● 김기남 대표이사 주총 데뷔 앞두고 '맹연습'

이번 주총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기남 부회장의 본격 데뷔전으로도 눈길을 끕니다. 김 부회장으로선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50년을 헤쳐 갈 전략을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주주 앞에서 회사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요. 대표이사가 주총을 통해 주주와 직접 소통하며 경영 성과를 효과적으로 발표하는 건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기남 부회장이 요즘 '주총 대비 과외'를 받느라 열심"이라고 전했습니다. 회사 PR 업무를 오래 맡아온 제일기획과 함께 발표 내용을 가다듬고 '전략적 화술' 등을 점검하고 있다는 것이죠. 혹시 있을지 모를 주주의 호통과 돌발 질문까지 받아보는 예행연습도 한다는 후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대표이사의 '주총 메시지 관리'에 신경 쓰는 덴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설화'를 예방하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로선 절대 잊을 수 없는 '주총 흑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2004년 2월 '폭력 사태'까지 부른 대표이사와 주주 사이 말다툼이 그것입니다.

● "당신 몇 주 가졌어"…주주에 막말 '흑역사'

2004년 2월 27일 열린 삼성전자 주총은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이 불거진 때 치러졌습니다. 당시 주총장에는 참여연대 인사들이 '소액 주주'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이건희 회장과 검찰 조사를 받은 임원들을 징계할 것 등을 요구했고, 감정이 격해진 상황서 당시 대표이사였던 윤종용 부회장이 "당신 몇 주나 가졌기에 남의 주총장에서 소란이냐"고 발언하기에 이른 겁니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참여연대 사람들이 삼성을 계속 '우리 회사'라고 야유조로 지칭하며 발언하자, 윤 부회장이 "몇 주나 갖고 있기에 '우리 회사'라는 거냐"며 발끈했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IMF 위기에 빠진 회사를 되살린 '국보급 CEO' 윤 부회장으로선 평생을 바친 회사에 '외부인들'이 나타나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으로 여겼을 수 있지만 분명 잘못된 언행이었습니다. 단 한 주를 가져도 주주는 주주니까요.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학도'는 이성적이어서 돌려 말하는 '외교적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삼성 주총 스타'에서 정부 실세 된 교수들

당시 주총장에서 활약했던 대표 인물이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입니다. 윤 부회장과 설전을 벌이다 진행요원들에게 끌려가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주주의 발언을 막는 건 주주 권리 침해라고 외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런 김 위원장이 최근 유럽 출장을 가 외국인들 앞에서도 '한국 재벌은 사회 병리'라고 비난하려다가 논란을 빚자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고 말을 바꾸니 격세지감입니다.

이보다 앞선 1998년 주총에선 현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당시 고려대 교수가 사외이사 선임 건 등으로 '13시간 30분 마라톤 주총'을 벌인 게 유명합니다. 장 교수는 2001년 주총에도 참석해 독일 국적 헐링거 이사와 '독일어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장 교수가 헐링거 이사에게 과거 사외이사 재직 당시 실권주 배정 문제를 따지자 삼성 측이 "독일어 통역이 준비돼 있지 않아 질의응답이 어렵다"고 맞섰는데, 이에 장 교수가 "독일 말은 할 줄 알 거 아니냐"며 독일어 토론을 했다는 겁니다. 이를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완전히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 주총 전부터 또 논란…속성 과외보다 중요한 것

삼성전자 주총이 이렇게 때마다 화제가 되는 건 역시 이 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주총 역시 시작 전부터 논란입니다. 삼성전자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2명의 적격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특히 큽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삼성전자 특수관계 법인인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이란 사실이 우려됩니다. 실제로 박 전 장관은 2016년~2017년에도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이사회 반대 의견을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너와 뇌물죄 공범 혐의가 인정된 장충기 전 사장에게 인사청탁을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앞서 노동부 장관 재직시절엔 국회에서 '반도체 노동자' 사망이 삼성과 상관없다는 발언을 하는 등 독립성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다른 사외이사 후보인 안규리 서울대 교수 역시 자신이 대표로 있는 사회복지법인이 삼성의 특수관계 법인(호암재단)으로부터 상금을 받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10대 기업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세금을 내는 기업인만큼, 삼성전자가 더 잘 되길 바라는 덴 너와 나가 없을 것입니다. 1등 기업으로서 모범을 갖추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지요. 삼성이 또다시 주총 시작 전부터 논란을 빚는 모습에 씁쓸하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총장에 나서는 대표이사가 속성 과외로 말주변을 가다듬는 것 못지않게, 처음부터 시장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전자 주총의 흑역사는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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