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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급성폐손상 일으키는데…10년간 9만 팩 '위험 수혈'

<앵커>

수혈은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 안전 규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SBS 취재 결과 급성 폐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혈장이 10년간 9만 팩이나 환자들에게 수혈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유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사람들이 헌혈한 피는 원심 분리를 거쳐 적혈구, 혈소판, 그리고 투명한 황갈색 액체인 혈장으로 분리됩니다.

혈장은 간질환, 백혈병, 수술 중 피가 멈추지 않는 환자 등에게 폭넓게 수혈됩니다.

그런데 여성 헌혈자의 혈장은 수혈 금지 대상입니다.

임신 횟수가 많은 여성일수록 특정 항체가 증가하는데 이 항체가 급성 폐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급성 폐손상은 가장 위험한 수준의 수혈 부작용입니다.

[신정원 교수/순천향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 호흡곤란이나 여기에 동반한 발열이나 저혈압이나 이런 것이 다 동반될 수 있는데, 사망률은 정확하게 예측은 못 하고 있지만 대부분 한 10에서 20퍼센트 정도(입니다.)]

헌혈하는 성인 여성은 대부분 가임 연령대인데 임신 경력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워 여성 혈장은 아예 수혈용으로 공급을 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수혈 가이드라인에도 수혈되는 혈장은 남성 헌혈 혈액으로만 제조해 공급하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영국,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SBS 취재 결과 혈액 공급 기관 중 적십자사를 제외하고 한마음혈액원과 중앙대혈액원이 여성 혈장을 수혈용으로 공급해왔습니다.

2009년 7월부터 최근까지 9만 5천여 팩에 이릅니다.

두 혈액원 모두 임신 가능성이 낮은 혈액을 사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마음 혈액원 : 10대 여성들만 헌혈한 (혈장을) 수혈용으로 사용을 했고…]

[중앙대병원 혈액원 : (헌혈자들 중)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출산력이나 이런 것들을 확인해서 (임신력이)없는 혈장을….]

하지만 임신과 유산, 중절 여부를 문진으로 잡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감사원이 두 혈액원에서 최근 3년 치만 떼서 여성 헌혈자 이력를 조사해봤더니 임신 경력자가 4백 건에 달했습니다.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복지위 : 급성 폐손상으로 인한 사망 이런 것들에 대한 역학 조사가 필요합니다. 아울러서 질병관리본부 내부에 감시체계를 다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수혈 부작용은 위험성이 큰 만큼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최남일·김현상, 영상편집 : 하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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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성 혈장 수혈받아 급성폐손상 일으킨 피해자 있나?

[노유진 기자 : 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수혈부작용으로 급성폐손상이 온 환자는 총 51명 입니다. 그런데 이 보고 자체가 의무도 아니고요. 참여하는 의료기관 수도 보고 초기에는 30~40곳에 불과해서 실제로는 더 많은 환자가 급성폐손상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취재를 해보니 현장 의료진들은 질병관리본부 가이드라인처럼 여성 혈장이 공급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수혈 이후에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오더라도 의료진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역학조사가 시급합니다.]

Q. 여성은 헌혈하면 안 되는 건가?

[노유진 기자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성이 헌혈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헌혈을 할 때 전혈을 한다고 표현하는데 전혈은 적혈구, 혈장 등 을 전부다 뽑는 겁니다. 여성의 적혈구나 혈소판 등은 수혈용으로 문제 없습니다. 말씀드린 항체가 많이 포함돼있는 혈장의 경우에만 수혈용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더군다나 여성의 혈장은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약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헌혈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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