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인공강우, 국민들이 공연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충분히 해명하라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2.27 17:44 수정 2019.03.04 16: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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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인공강우, 국민들이 공연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충분히 해명하라
지난 1월 25일 서해상에서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이 실패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났다. 실험 사흘 뒤인 지난 1월 28일 발표한 1차 발표에서 이미 "기상선박 및 지상 정규 관측망에서 유의미한 강수 관측은 없었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오늘(27일) 실험 실패 발표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공강우 영향 예측 지역이었던 영광, 나주 등 내륙지역에서 강우가 관측되지 않은 만큼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환경부와 기상청은 밝혔다.

일부에서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실험을 진행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재 인공강우 실험의 수준은 사전에 준비를 하면 성공하고 충분한 준비가 없으면 실패하는 그런 수준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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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 연구가 처음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73년 전인 지난 1946년이다. 미국 대기과학자 Bernard Vonnegut 박사가 요오드화은(AgI)이라는 물질이 구름의 씨앗인 응결핵으로 작용해 비나 눈의 양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를 하면서부터다. 연구 결과는 1년 뒤인 1948년 발표됐고 날씨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학계는 흥분했다.
올해 첫 인공강우 실험국내에서도 지난 1963년 처음으로 인공강우 실험이 실시됐다(양인기, 1965). 당시 동국대 교수였던 양인기 박사는 1963년 11월 연소기(burner)를 이용해 북한산성에서 요오드화은을 태워 연기를 올리는 방법으로 지상실험을 실시했다. 1964년 6월에는 연소기를 비행기에 장착해 서울상공에서 인공강우 항공실험까지 실시했다. 눈이나 비가 추가로 내린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인공강우 실험 전 과정을 해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서 인공강우라는 말은 거의 연구실 서랍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연구실 서랍 속에 갇혀 있던 인공강우가 현실 세계로 다시 나온 것은 지난 1995년이다. 1994년부터 1995년까지 2년 연속 가뭄이 이어지자 정부는 공업용수난과 농업용수난 해결을 위해 인공강우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상청도 1995년부터 인공강우 연구를 시작했다. 정부는 1995년 3월 경북 문경에서 요오드화은을 태워 연기를 공중으로 올리는 인공강우 지상실험을 실시했다. 언론에서는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30년이나 서랍 속에 있던 인공강우가 가뭄 해결의 묘책으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비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수십 년 동안 서랍 속에 있던 인공강우 자료를 꺼내 놓는다고 해서 금방 비가 펑펑 쏟아질 리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계획됐던 인공강우 실험은 가뭄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희망 아닌 희망(?)을 주고 끝이 났다. 이후 한동안 전 언론사를 동원하는 대대적인 인공강우 공개 실험은 없었다.

하지만 1996년 8월 정부가 발표한 물관리종합대책을 보면 "2000년까지 인공강우 기술을 실용화한다"라는 목표가 들어 있다(자료:정부 물관리종합대책 요지, 1996). 2000년부터 해갈의 실질적인 대책으로 인공강우를 쓰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후 극심한 가뭄이 끝나자 인공강우라는 말도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000년에 실제로 인공강우 기술이 가뭄 해결에 쓸 수 있을 정도로 개발이 됐는지 확인하거나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기상청에서는 인공강우 실험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이 사실이다. 2002년 비행기를 이용한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고 특히 2008년부터는 항공실험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실험 결과를 보면 인공증설 실험은 모두 28회 실시해 이 가운데 12회 성공했고, 인공증우 실험은 모두 14회 실시해 4회 성공했다고 기상청은 밝히고 있다. 인공증설 성공률은 42%, 인공증우 성공률은 28%인 셈이다. 기상청은 성공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눈이 1cm 더 내리고, 비는 1mm 정도 더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아래 표 참고).
[취재파일] 인공강우, 국민들이 공연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충분히 해명하라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인공강우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으로 실험으로 인한 강수 예상지역에서 눈이나 비가 관측되는 경우를 말한다. 눈이나 비의 양에는 관계없다. 빗방울이 떨어져도 성공으로 간주된다. 2018년에도 12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내 인공강우 실험 성공률은 30~40% 수준이고 성공할 경우 비는 1mm, 눈은 1cm 정도 더 내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공강우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낸 것은 이번에는 가뭄이 아니라 고농도 미세먼지다.

지난 2017년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경기지역에서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실험이 끝난 뒤 "현재 수준의 인공강우 기술을 현장에서 미세먼지 개선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기상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공강우가 고농도 미세먼지 해결의 주요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난 1월 서해상 인공강우 실험 계획을 발표한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실험 계획 발표 당일에도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는 주로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인공강우에 적합한 기상조건이 아니다"라면서 "인공강우는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의 주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2018) 4월에도 인공강우 담당자인 국립기상과학원 김백조 과장은 3가지 이유를 들어 인공강우로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비, 강우량, 강수 (사진=연합)김 과장은 당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고기압과 정체라는 기상 조건과 인공강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기상 조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 두 번째는 미세먼지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적어도 수천 ㎢인데 인공강우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은 100~20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인공강우 성공 시 내리는 비의 양도 현재 1mm 정도로, 이 정도 비로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의 실험에서 한 차례 결론이 났고 또 여러 언론과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인공강우는 올해(2019) 고농도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다시 등장했다. 환경부는 인공강우를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 가운데 하나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속적으로 실험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던 지난 1995년 2월 7일, 정부는 이홍구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가뭄실태와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자료를 보면 <이 총리는 기상청에서 검토 중인 인공강우와 관련, 정근모 과기처 장관으로부터 "아직 시험단계일 뿐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가뭄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공연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충분히 해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되어 있다(자료:가뭄 장기대책 논의, 1995).

현재 국내 인공강우 기술 수준은 기술력 축적의 기초연구단계라고 기상청은 밝히고 있다. 가뭄 등 현안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실용화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기초 연구 단계지만 인공강우 연구는 계속하는 것이 맞다. 훗날 언젠가는 실제로 해갈이나 수자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946년 시작된 인공강우 연구개발 속도는 지독하게도 느리기만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첫 실험을 실시한 1963년이나 다시 연구를 시작한 1995년, 그리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기술력 축적을 위한 기초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른 선진국의 인공강우 수준도 우리나라보다 엄청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다른 선진국 역시 인공강우 성공 시 강우량이 1mm 정도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인공강우 연구를 하는 것은 맞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인공강우가 마치 당장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든가 특히 고농도 미세먼지를 곧 해결할 수 있는 묘책으로 오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 쉽사리 이루어지기 힘든 방법으로 희망 고문만 하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뿐 아니라 국민들이 공연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을 하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국민들이 공연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충분히 해명하라"

▶ [취재파일]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씻어낸다?

<참고 자료>
* 양인기, 1965: 인공증우에 관한 기초적 조사 및 예비적 야외실험, 한국기상학회지
* 연합뉴스, <정부 물관리종합대책 요지>-1, 1996.8.12.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4069143
* 연합뉴스, 가뭄장단기대책 논의, 1995.2.7.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3906477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