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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국 무색한 촌극…지붕 누수로 동계체전 지연

<앵커>

올해로 100회째를 맞은 전국 동계체전의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가 오늘(20일) 6시간이나 미뤄졌습니다. 태릉 빙상장 천장에서 물이 샜기 때문입니다.

1년 전 동계올림픽을 치르고도 어떻게 제대로 된 빙상장이 없는 것인지 하성룡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태릉빙상장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빙판은 물론 선수들이 몸을 푸는 트랙에도 곳곳에 물이 고여 있습니다.

어제 내린 눈이 녹아 경기장 지붕에 생긴 틈으로 물이 샌 겁니다.

누수로 인해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는 오후 5시로 6시간이나 늦춰졌습니다.

[김현경/동계체전 경기 감독관 : 비만 오면 우산을 써야 될 정도로 낙수가 심했기 때문에, 낙수가 잦아들면 다시 정빙을 하고 경기를 시작하는 방법밖에 없겠습니다.]

지금 빙판 손상을 막기 위해 임시로 비닐을 덮어놨는데요, 천장에서 비가 새는 범위가 400m 트랙의 절반에 이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최신 시설의 강릉 빙상장은 연간 약 30억 원에 달하는 운영 적자 분담 비율을 놓고 정부와 강원도가 줄다리기만 하면서 1년간 문을 닫고 방치돼왔습니다.

결국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경기장은 태릉 빙상장이 유일한데 20년 가까이 된 노후화된 시설을 제대로 보수하지 않아 이런 촌극이 벌어진 겁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였습니다.

체육회는 태릉 빙상장 누수 사실을 처음 알았던 지난해 8월 전면적인 보수 공사 대신 지붕에 방수 비닐만 씌우는 임시 조치로 시간만 끌다가 화를 키웠고, 문체부는 지난달 뒤늦게 보수 공사 예산을 배정했지만, 겨울에는 방수 공사 자체가 불가능해 이미 '골든 타임'을 놓쳐버렸습니다.

[유동훈/의정부중학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 좀 어이가 없는 것 같아요. 빨리 다시 고쳐지거나 아니면 스케이트장이 좀 좋게 하나 생기거나,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1년 전 동계올림픽을 치른 국가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들은 오늘도 불안감 속에 스케이트화를 신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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