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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노벨상 추천하고, 국빈 초청하고…'브로맨스' 한길 걷는 아베 총리

[월드리포트] 노벨상 추천하고, 국빈 초청하고…'브로맨스' 한길 걷는 아베 총리
지난 토요일(15일) 일본 언론의 저녁 메인 뉴스 첫 기사는 아베 총리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 백악관에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마련을 위한 국가비상사태에 관해 기자회견을 갖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화제를 옮기더니, 갑자기 "일본의 아베 총리가 자신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했다"는 언급을 하면서 일본 언론이 '급 관심'을 갖게 된 겁니다.

마침 주말이 겹치면서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사실상 시인'만 이어지다가 오늘(18일) 아베 총리 본인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야당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의원이 아베 총리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었습니다.

-다마키 의원 : 노벨평화상에 트럼프 대통령을 추천한 게 사실이 아닌가요?
-아베 총리 :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아베 총리는 "노벨상 위원회는 평화상 추천자(추천한 사람)와 피추천자(추천을 받은 사람)를 50년 동안 공개하지 않는다. 이 방침에 따라 코멘트를 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추천을 '확인'해 준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추천했다는 뉘앙스로 보입니다. 일본 언론도 아베 총리의 트럼프 대통령 추천을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그 이면에 지난 가을,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비공식 요청이 있었다고 덧붙이는 정도입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 산케이 신문이 1면 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6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방안을 미일 양국이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6월 28, 29일에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는데, 그보다 한 달 앞서서 일본을 찾는다는 겁니다. 일본은 4월 30일에 현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고 5월 1일에 새 일왕이 즉위하게 되는데, 새 일왕이 처음 맞는 '국빈'으로 가장 무게감 있는 미국 대통령을 내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조정 중이지만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새 일왕과는 '궁중 만찬'을 갖고, 아베 총리와는 정상회담에 이어 골프 라운딩, 스모 공동 관람도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이 한 달 간격으로 일본을 찾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의미 부여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노벨평화상 추천 소식과 아베 총리의 '사실상 시인', 그리고 새 일왕 즉위 후 첫 '국빈 초청'……. 주말을 지나며 차례로 일어난 일련의 흐름이 가리키는 지점은 분명합니다. 일본 정권이, 다시 말해 아베 총리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자신의 시각에서) 최선으로 유지하는 것을 일본 외교의 제1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과는 과거사 문제가 얽힌 상황을 당분간은 해결할 마음이 없고, 중국과도 영유권 문제와 무역 등으로 삐걱거리고, 러시아와도 이른바 '북방 영토' 문제가 해결의 기미 없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역시 의지할 건 미국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노벨평화상 추천장 사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면서 '환심'을 사고, 일왕 즉위 후 첫 '국빈 초청'까지 하면서 정상 간의 '특수 관계'를 과시하겠다는 것이죠.

여기서 다시 오늘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을 보겠습니다. 아베 총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과단성 있게 대응했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도 가졌다. 또 그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저의 생각을 직접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해 주었다."


아베 총리의 발언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부분이 핵심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추어올리면서 본인의 '실적'을 일본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것이죠.

5월의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이 성사된다면 일왕 첫 외교 행사와 맞물려 대대적인 환영 분위기가 조성될 겁니다. 그리고 한 달 뒤에는 이미 예정돼 있는 6월의 G20 정상회담이 있죠. 시끌벅적한 행사 뒤에는 바로 7월 참의원 선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황을 조금 단순화해서 본다면, 가능한 한 트럼프 대통령을 '띄우고' 그렇게 띄운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 초청'해서 국내 정치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구상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아베 총리에게) 한 가지 불안한 팩트는 상대방이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인데요, 이 '브로맨스'의 끝, 과연 어떻게 될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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