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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직' 내건 검은 유혹…브로커 고발

<앵커>

국공립 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보다 정부 보조라든지 지원이 좋아서 부모들도 아이를 맡기고 싶어 하고 또 그걸 운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 점을 노리고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시켜주겠다면서 돈을 받아 챙긴 브로커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정다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민간 어린이집 원장으로 근무하던 서 모 씨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서 모 씨/민간 어린이집 원장 : 국공립 어린이집의 원장으로 해주겠다고 그랬어요. 무조건 5천만 원 내면 해준다고.]

제가 들고 있는 것은 위탁보증금 계약서입니다.

보육 시설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겁니다.

거액이었지만, 계약서도 쓰는 데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에 선뜻 입금했습니다.

[서 모 씨/민간 어린이집 원장 : (국공립 어린이집은) 안정적이고 평생 할 수 있잖아요. 민간보다 (원장) 급여가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고….]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자리는커녕 돈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제안을 한 사람은 정체불명의 한 협동조합 이사로 등재된 브로커 김 모 씨.

김 씨에게 제안을 받았다는 사람은 한둘이 아닙니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원장 자리를 따내기도 했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받으려면 지자체에 위탁신청서 등 사업계획서를 내고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지자체에 따라 법인 대표자와 원장이 직접 내용을 발표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경력이 풍부한 원장에게 발표를 맡겨 어린이집을 위탁받은 뒤 원장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남 모 씨/대리 발표 원장 : PT(발표)를 저보고 하라 그랬어요. 합격자 발표자가 나니까, 다른 사람 (원장) 할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내정 원장이.]

대리 원장을 내세워 국공립 어린이집을 따내는 데 성공한 김 씨는 정부 보조금에 손을 댔습니다.

[남 모 씨/대리 발표 원장 : (김 씨가) 어린이집 통장을 달라는 거예요. 대표자가 바뀌니까 통장을 바꿔야 한대요. 통장에서 (정부 보조금) 돈을 싹 빼 간 거예요.]

구청은 위탁을 취소하고 김 씨 등을 보조금 유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황당한 것은 김 씨가 어린이집 보조금을 유용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2016년에는 충북에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현재도 서울북부지법에서 사기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동종범죄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또다시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받을 수 있었을까.

[관악구청 관계자 : 그분(김 씨)이 위탁 대표로 나오거나 이런 부분이 아니었어요. 위탁체 대표에 대해서는 저희가 범죄 경력 조회를 해요. 그런데 법인 안에 있는 이사회 거기까지는 (안 합니다.)]

김 씨는 돈을 받은 것은 국공립 사업계획서 등 위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때문이고 위탁에 실패하면 다시 돌려준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양현철·김용우,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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