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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왜 거기에!"…황당한 변호인단 그리고 아버지의 눈물

※ SBS 기자들이 뉴스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시청자들께 직접 풀어 드리는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이번 순서는 사망한 아들의 의료사고를 맡았던 변호사가 다음 소송에서 '의사 편'에 서는 황당한 일을 겪은 아버지의 사연입니다. 이 사연을 직접 취재한 강민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건강했던 아들이 갑자기 뇌사…이상한 의료기록에 소송 건 아버지

김기석 군은 뇌출혈로 쓰러지기 50여 일 전에만 해도 10km 단축마라톤을 완주했던 친구였습니다. 기석 군 아버님 김태현 씨 이야기에 따르면, 뇌출혈로 쓰러지기 이틀 전 친구들이랑 농구를 할 정도로 징후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다, 구역질이 난다고 해서 병원을 갔는데 얼마 있지 않아 기석 군이 쓰러졌습니다.

김 씨 입장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뇌사상태에 빠지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이었겠죠. 결국 기석 군은 깨어나지 못했고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장기기증의 좋은 사례로 뉴스 등 많은 TV 프로그램들에 소개될 정도였습니다. 6명의 생명을 살린 의인 등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렇게 기석 군을 보낸 후에도, 건강했던 아들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서 숨졌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원에 다시 찾아가서 의사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는데, 말이 계속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료기록도 조금씩 바뀐 걸 발견한 거죠. 쓰러졌을 당시에도 수술이 미뤄지고 거리가 먼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김 씨는 이런 과정에 의료진의 판단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했고 소송을 시작한 겁니다.

■ 환자 편 섰다가 의사 편으로…황당한 변호인단, 해명은 "몰랐다"

의료사고 소송은 대체로 승소할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김 씨도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를 찾아갔습니다. 첫 번째 소송은 병원을 상대로 했는데 대법원까지 갔지만 패소했습니다. 두 번째 소송은 처음 기석 군이 찾아간 병원과 옮겨진 병원의 의사를 상대로 했습니다. 이때는 변호사 없이 김 씨 혼자 전자소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전자소송을 할 경우, 상대 쪽에서 준비서면을 내거나 변호사를 선임하면 기록이 뜹니다. 그런데 상대측 변호사가 첫 소송에서 김 씨 측 변호를 맡았던 변호인이었습니다. 그 변호사는 1심 때 대법원까지 갔으니 소송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겠죠. 김 씨도 자신의 논리를 다 알고 있는 상대와 싸우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결국 두 번째 소송도 패소했습니다.

많은 법조계 인사들이 얘기한 부분인데요, 전자소송을 진행하면 담당 변호사와 원고, 피고는 자동으로 진행 상황에 대한 이메일을 계속 받게 됩니다. 그런데 기석 군의 첫 번째 소송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의사 측 소송을 담당하게 된 사실도 몰랐다는 입장이거든요. 이메일이 계속 오는데 전혀 몰랐다는 게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미심쩍어하는 법조계 인사들의 시각이 있었습니다.

◆ 강민우 기자 / SBS 시민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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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아들을 잃는다는 기분을 제가 100% 이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다고 상상하면 누구나 마음이 찢어지는 심경일 겁니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법적인 해결을 위해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문에 변호사라는 직업에 기대하는 도덕적인 기대감도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석 군의 아버지 김 씨와 만나고 통화할 때마다 느껴진 부분이 배신감을 느꼈다는 점이거든요. 우리나라 사법 체계와 변호사라는 직종 자체에 불신이 커졌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만약 상대 쪽 변호사가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승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 우리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취재 : 강민우 / 기획 : 심우섭, 김도균 / 구성 : 장아람 / 촬영 : 조춘동 / 편집 : 이홍명,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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