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이기흥 회장 사퇴하지 않는 8가지 이유

[취재파일] 이기흥 회장 사퇴하지 않는 8가지 이유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폭로 이후 스포츠계 '미투'가 유도, 태권도, 축구 등 여러 종목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수장인 이기흥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자신의 거취에 대해 묵묵부답입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쉽게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 이유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IOC 헌장 27조 6항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헌장 27조 6항'에 따르면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정치·법·종교·경제적 압력을 비롯한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IOC는 해당 국가의 자격을 정지시킨 뒤 국제 스포츠 행사 참가를 금지해왔습니다. 쉽게 말해 정부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기흥 회장을 해임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2. 대의원총회서 해임 가능성 희박

이기흥 회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는 2월 11일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해임하는 것입니다. 현재 대의원이 119명인데 3분의 2인 80명 이상이 찬성하면 해임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경기단체장, 시도체육회 대표 등으로 이뤄진 대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해임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3. 2월 15일 남북 체육 회담

오는 2월 15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는 남북 체육 회담이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종목과 구성 방법이 결정됩니다. IOC가 개최하는 회담이기 때문에 남북의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한민국 NOC 위원장이 이기흥 회장입니다. 북한에서는 김일국 체육상이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이기흥 회장이 자진 사퇴해 참석하지 못할 경우 모양새가 아주 우스워집니다.

4. "문화체육관광부 안 무섭다"

이기흥 회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종 문체부 제2차관과 사사건건 충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탄압'에 맞서는 방법을 나름대로 쌓았다는 후문입니다.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에 행사할 수 있는 최대 권력이 결국 '예산 배분'인데 이기흥 회장의 경우 수년간 이를 겪고 헤쳐 나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5. "왜 나만 사퇴해야 하나"

스포츠계 인권 유린과 관련해 지금까지 '내 탓이오'라 고백하면서 물러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문체부 도종환 장관과 노태강 차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빙상 적폐'로 꼽히는 전명규 씨도 한국체대 교수직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기흥 회장은 "왜 나만 사퇴해야 하나"라는 논리로 버틸 가능성이 큽니다.

6. 정계-관계-재계-종교계 '마당발 인맥''

최고의 마당발'로 불리는 이기흥 회장은 체육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계, 관계, 재계, 종교계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1천만 불자를 대표한다는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하고 있는 것도 그의 '믿는 구석'이라는 평가입니다.

7. 털어봤자 먼지 안 난다

이기흥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체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여러 차례 걸쳐 검찰로부터 계좌 추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별로 드러난 비리가 없었습니다. 사전에 자신의 기업체를 모두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05년 횡령 혐의로 결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기업체를 운영하면 약점이 잡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대한체육회 주변에서는 개인 비리로 이기흥 회장을 압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한빙상연맹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가맹단체 제명 초강수
8. '낙하산 인사' 폭로하면 공멸

이기흥 회장은 현 정부 여당의 인사 청탁과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극비리에 IOC 위원에 추천됐다가 결국 낙선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서 회장은 스포츠와 올림픽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대한체육회는 물론 문체부에도 통보하지 않고 진행된 일입니다. 당시 이기흥 회장은 "서경배 회장의 추천은 청와대 고위 인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선수 폭행 전력이 있는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최근 국가대표 선수촌장 후보로 유력하게 떠올랐던 것도 '청와대 오더'를 배제하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이밖에도 체육계 주변에 포진해 있는 낙하산 인사와 인사 청탁의 실체와 그 과정을 이기흥 회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이 회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는 관측이 있습니다.

일부 체육인들은 이 회장을 두고 '고졸 신화'라고 부릅니다. 사실상 그의 학력이 방송통신대학 중퇴이기 때문입니다. 잡초 같은 생명력으로 수천억 원의 자산을 일군 자수성가형 인물이어서 순순히 물러설 성격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 성폭력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 폐막 2개월 뒤에 열리는 차기 선거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즉 연임을 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기흥 회장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 국면을 탈출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상당수 직원들은 "집에 불이 났는데 냄비나 양동이로 불을 끌 수 있겠느냐? 결국 소방차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회장의 사퇴 결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