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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KY캐슬' 따라하기…'헬리콥터 부모'의 자녀 건강은?

美 아동, 50년대보다 우울증 5∼10배 · 자살 6배 증가

미국에서 아이들의 비만과 불안, 우울증, 자살률이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의 하나로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를 의미하는 '헬리콥터 육아'(helicopter parenting)가 꼽히고 있습니다. 과잉보호가 아이에게 유익하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녀 양육에 대한 전국적인 논쟁이 있었습니다. 美 공영방송 PBS에 따르면 시카고 교외에 사는 8살 도로시(Dorothy Widen)는 강아지 '마시멜로'를 데리고 평소대로 산책을 갔습니다. 그런데, 도로시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온 뒤 엄마 코리 와이든(Corey Widen)은 방탄복을 입고 권총을 찬 경찰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와이든은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평소와 다른 게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이 온 이유는 어린아이가 혼자 길을 걷고 있다는 신고가 911에 접수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아동보호국의 조사가 시작됐고 와이든은 당국으로부터 아이가 유괴될 수 있었다는 경고를 들었습니다.

와이든은 조사 뒤 당국의 부당한 조처에 항의했고 이 사건은 전국적인 톱뉴스가 됐습니다. 와이든과 도로시는 TV 아침 뉴스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당국의 조사는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했지만, 와이든은 아이들 양육에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학부모 단체의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이른바 '나쁜 엄마(Bad mom)'가 된 것입니다.
美아동 우울증 (사진=픽사베이)
킴 브룩스(Kim Brooks)는 시카고에 사는 와이든의 친구입니다. 그녀는 공항에 가는 길에 4살 아들을 버지니아 교외에서 차 문을 잠근 채 5분간 남겨두었습니다. 쾌청한 날이었습니다. 그녀는 가게에서 나와 차로 갔고 아들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후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차에 아들을 혼자 둔 것을 본 사람이 이를 촬영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녀는 거의 1년 뒤 버지니아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그때서야 경범죄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버지니아로 돌아가 경찰에 자수한 뒤 1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이 모든 경험을 토대로 '작은 동물'(Small animals)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아이 보호에 대한 피해망상증이 광적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녀는 통계적으로 아이가 모르는 사람에게 유괴될 가능성은 공공장소에 75만 년 동안 놔둘 경우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유괴 사건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레노어 스커네이지(Lenore Skenazy)는 사람들이 영화에서조차 있을 수 없는 위험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스커네이지는 비영리 단체 '렛 그로우'(Let Grow)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단체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고 합법적으로 독립성을 주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부모들이 물러나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스커네이지는 몇 년 전 자신의 9살 아이가 뉴욕 지하철을 혼자 타도록 했다가 맹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칼럼에서 세상이 더 안전해지고 있는데, 이런 반응은 히스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부모가 자랄 때보다 범죄가 줄고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자유를 부여하지 않을 어떤 통계적 이유도 없다고 말합니다.

코네티컷 윌튼 같은 지역은 스커네이즈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부모와 경찰, 공무원들이 모여 아이들에게 예전처럼 자유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 탐험하기와 어려운 일 도전하기, 모르는 길 가보기 등을 통해 세상의 일원이 되고 있습니다.
美아동 우울증 (사진=픽사베이)
최근 유타주는 이런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위해서 이른바 '자녀 놓아 키우기 법' (free-range parenting law)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스커네이즈는 단지 사회만이 아니라 부모들이 스스로 아이들을 놔 놓고 키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한 초등학교에서 스커네이즈의 '놔 놓고 키우기'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행 중입니다. 이 초등학교는 옛날 방식대로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일찍 수업을 끝내고 학생들을 뛰어놀게 합니다. 어른들은 거리를 유지하고 아이들을 지켜봅니다. 아이들은 강당을 뛰어다니고 점프하고 몸을 흔들고, 물건을 공중으로 날리기도 합니다. 보기만 할 뿐 누구도 이를 말리지 않는 것입니다.

스커네이지와 이 프로그램을 같이하는 피터 그레이(Peter Gray) 보스턴 대학 교수에 따르면 아동의 불안과 주요 우울장애가 1950년대보다 5~10배 증가하고 자살은 6배나 늘어났습니다. 그레이 교수는 아이의 자유 제한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합니다. 놀이는 아이들이 회복력과 사회적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美아동 우울증 (사진=픽사베이)
그레이 교수는 자유로운 놀이가 사라지는 것이 아동 비만과 아동 건강 문제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른들이 지도하는 스포츠가 이를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역기를 들고 트랙을 뛰고 수영장을 왕복하도록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서로를 쫓아다니고 웃고 소리 지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이들이 운동하는 방법이고 이를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아이를 놓아 키우는 '렛 그로우'(Let grow)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교실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적용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생부터 엄마와 아빠의 도움 없이 매주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과제를 줍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은 뒷마당에 닭을 키우기 시작했고 4학년 학생은 팝콘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집에서 한 블록 이상을 혼자 걸어간 적이 없었던 5학년 어린이는 혼자 동네 탐험에 나섰습니다.

그레이 교수는 반문합니다. 만약 부모들이 그들의 부모들이 시킨 대로 따라 했다면 어떻게 지금처럼 될 수 있었을까요? 따라서 절대적으로 자유가 필요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어떻게 실패할지를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자신이 부족하고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아이들도 다시 일어나고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자료사진, ※위 사진들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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