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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해자 격리 규정 없는 체육계…드러난 제도 허점

스포츠 민주주의

<앵커>

열심히 운동만 해온 선수들이 폭력의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우리 사회는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으로 묵인해왔습니다.

가해자는 여전히 현업에 있고 피해자가 오히려 운동을 그만 둬야 하는 현실을 최재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2년 전 중학생 아들의 눈물 어린 고백에 원 모 씨는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축구부 선배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거였습니다.

[피해 학생 부모 : (아들 고백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죠. 저는 그날 밤 가위에 눌려서….]

사건은 경찰로 넘겨졌지만 학교와 축구부의 조치는 또 한 번의 상처였습니다.

가해자로 지목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했고 위협이 이어졌다는 겁니다.

[피해 학생 부모 : 한 가해 학생 아이가 의자를 들고 죽여버린다고…왜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냐며….]

피해자였지만 도망치듯 학교를 옮겨야 했습니다.

축구의 꿈도 접었습니다.

[피해 학생 부모 : 여기에 두면 안 되겠다. 다른 생각도 안 들고 그냥 전학시켜야겠다. 허탈했어요. 그냥 허탈….]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면 조사 기간에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시킵니다.

하지만 체육계엔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김현목/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 피해를 이야기했을 때 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응대 메뉴얼 자체가 없는 거죠.]

이런 규정을 만들고 관리할 인물은 경력 조회 없이 선발됩니다.

성폭력,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들도 체육단체 임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함은주/문화연대 집행위원 : (관련 협회에) 왜 (임원 인사) 동의를 해줬냐 물었는데, 정말 긴 대답도 안 했어요. 몰랐는데요. 저희는 몰랐어요. 그냥 그러고 끝이에요.]

SBS 이슈취재팀은 가해자-피해자 격리 규정, 그리고 지도자, 임원 선정 시 경력조회 의무화를 제안합니다.

지도자, 선수들과 함께 우리도 스스로 돌아볼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성적지상주의입니다.

지난 2016년 운동부 합숙 폐지가 논란이었을 때 한 학부모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폐지에 반대한다며 때려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게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그 부모님의 아이도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SBS가 제시한 스포츠 민주주의의 목표는 성적이 아니라 선수의 행복입니다.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못 드는 선수들, 우리가 혹시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원형희, VJ : 정영삼, CG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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