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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울 아파트 값 급락? 공시가격으로 세금 폭탄?…사실은

[취재파일] 서울 아파트 값 급락? 공시가격으로 세금 폭탄?…사실은
한동안 잠잠하던 부동산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떨어지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해 상승분 다 토해냈다', '2~3억 원씩 뚝뚝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실제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집 값 급등세가 꺾였습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11월 둘째 주부터 10주 연속으로 서울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급등세가 꺾인 지 불과 두세 달 만에 급락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정부의 '공시 가격 현실화' 방침은 집 값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달 25일엔 표준 단독주택 공시 가격이 발표됩니다. 다음 달 13일엔 표준지 공시지가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4월 말엔 관심이 큰 공동주택, 아파트의 2019년 공시 가격이 결정됩니다. 정부가 계속 강조해 왔기 때문에 대폭 인상은 분명해 보입니다. 문제는 공시 가격 때문에 세금, 건강보험료, 기초연금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당장 '세금 폭탄' 우려가 나옵니다. 집 값은 대체 얼마나 떨어진 걸까요? 보유세는 또 얼마나 더 내야 할까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 "강남 아파트, 지난해 상승분 다 토해냈다"

이 자체로는 맞는 말입니다. 부동산 관련 기사에 자주 언급되는 서울의 아파트들은 10주 연속 매매가가 떨어져 지난해 초 수준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보도 대로 상승분 만큼 떨어진 셈입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84 제곱미터)는 지난해 고점인 9월 20억 5천만원에서 1월 가격인 17억원으로 3억원 정도 떨어졌습니다. 잠실 주공5단지(76.5 제곱미터)도 역시 고점인 지난해 9월 19억원에서 1월 가격인 17억원으로 2억원 내렸습니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84 제곱미터)도 지난해 9월 고점인 15억원에서 연초 가격인 13억원대로 낮아졌습니다. 모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입니다.

그럼 '뚝뚝 떨어진', 급락했다는 가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간을 늘려 비교해 봤습니다. 역시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입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17년 1월엔 12억원, 2016년 1월엔 10억원에 거래됐습니다. 10주 연속 뚝뚝 떨어져 급락했다고 해도 불과 3년 만에 7억원이 오른 겁니다. 잠실 주공5단지 역시 2017년 1월 13억원, 2016년 1월엔 11억 8천만원이었습니다. 최근 급락했다는 가격과 비교해도 여전히 5억원이나 높습니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도 2017년 8억 2천만원, 2016년 7억 4천만원으로 최근 떨어진 매매가 13억원과 비교하면 3년 새 6억 가까이 올랐습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값이 떨어진 건 가파른 급등세의 조정으로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취재파일] 서울 아파트 값 급락? 공시가격으로 세금 폭탄?…사실은
● 급락 보단 '조정으로 봐야'…"66년 모아야 강남 아파트 산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올해 서울 아파트 값이 현 상태를 유지하는 선에서 조금 오를 거라고 전망한 경우가 많습니다. KB 국민은행이 학계와 금융계 등 부동산 전문가 112명을 조사한 결과 서울 등 수도권의 2019년 집 값 상승을 전망한 사람이 58.9%로 과반을 넘었습니다. 특히 전문가 중 8.9%는 정부의 강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3% 이상 오를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데다 부동산을 제외한 마땅한 대체 투자처도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통계를 봐도 그렇습니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값은 3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2016년 3.2%, 2017년 4.7%, 2018년엔 무려 8.2% 올랐습니다. 하지만 최근 10주 연속 하락한 건 모두 합해도 고작 0.63%에 불과합니다.

26년과 66년. 부동산 가격이 고점이던 지난해 9월 KB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PIR)이 서울의 경우 13.4를 기록했습니다. 수치가 13을 넘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중간 소득 가구가 평균가격의 집을 사는데 13.4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수치가 미국 LA는 9.4, 런던 8.5, 싱가포르 4.8 수준이었습니다. KB 국민은행은 "월급 절반을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집 사는데 다 투자한다고 해도 서울 평균 아파트를 사는데 적어도 26년이 걸리고 강남 아파트를 사는 데는 66년 이상 걸린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아파트 값이 계속 올라야 한다고 믿지 않는 이상 최근 하락으로 집 값 급락을 걱정하기는 아직 일러도 너무 이르다는 겁니다.

● 공시 가격 '껑충'…세금폭탄 vs 정상화

공시 가격도 논란입니다. 정부의 현실화 방침에 세금폭탄이란 반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제 표준 단독주택 공시 가격 발표를 앞둔 지난 10일 서울 강남, 서초, 동작, 성동, 종로 5개 구청이 국토부를 항의 방문했습니다. 그 전날에는 마포구청도 갔습니다. 공시 가격 인상폭이 너무 커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공시 가격 발표에 이를 최대한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들 구청은 시세 20억 원이 넘는 단독주택에 사는 1주택자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만 60세로 고령자 공제 10%와 10년 보유로 장기보유공제를 받아 40%, 총 종합부동산세 50%를 감면 받는 경우를 가정했습니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11억5천만원인 주택의 올해 공시 가격이 시세의 80%까지 반영돼 19억8천만원으로 확정될 경우입니다. 구청들은 공시 가격이 계속 유지될 경우를 가정해도 보유세가 상한인 150%까지 앞으로 3년 동안 내내 오를 거라고 했습니다. 보유세로 지난해 383만원을 내면 됐지만 올해는 555만원, 내년엔 808만원, 2021년엔 984만원으로 4년 동안 두 배 넘게 오른다는 겁니다. 주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겁니다.

● 세금 폭탄보다는 '현실화'…"건강보험료 대폭 인상은 거짓"

정부 입장은 다릅니다. 보유세가 급격히 오르는 건 맞지만 그건 기존에 그만큼 세금을 덜 내온 거라고 합니다. 실제 고가 단독주택은 그간 시세 반영률이 30~40%에 불과해 공동주택, 즉 아파트 60~70%보다 턱없이 낮았습니다. 고가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아파트 주민들보다 시세 대비 그만큼 세금을 덜 내왔다는 겁니다. 정말 세금 부담이 큰 건지도 의문입니다. 관심이 큰 아파트를 보겠습니다. 서울 반포자이 아파트(84제곱미터)입니다. 지난해 공시 가격이 13억원이었는데 올해 시세의 80% 정도가 되면 공시 가격이 20억원 정도로 올라갑니다. 세금은 380만원에서 570만원으로 200만원 가까이 오릅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같은 기간 시세가 18억원에서 23억원으로 5억원 올랐습니다. 5억원이 올랐는데 세금 부담은 200만원 늘어난 겁니다. '세금 폭탄'이라 하기는 민망한 수준입니다. 세금 부담만 따질 게 아니라 그 기간 집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겁니다.
[취재파일] 서울 아파트 값 급락? 공시가격으로 세금 폭탄?…사실은
이런 이유로 참여연대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공시 가격 현실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참여연대는 2018년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가 2006년보다 79.6% 올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공시 가격의 평균 실거래가 반영률은 오히려 68.4%에서 63.7%로 4.7%p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시세는 크게 올랐는데 정작 공시가격 반영률은 떨어져 세수 확보와 시장에 왜곡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압구정 현대1차아파트(131제곱미터)의 경우 실거래가가 2006년 16억 2500만원에서 지난해 28억원으로 12억원 정도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13년 동안 납부한 전체 보유세는 5,760만원으로 집 값이 오른 금액의 4.9%에 불과했습니다. 공시 가격 현실화의 속도에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너무 빨라 시장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단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물론 국토부에 반발한 구청들조차 정부의 공시 가격 현실화는 정상화의 과정이라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도 보겠습니다. 집 한 채만 가진 경우 건강보험료가 20% 이상 오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공시가격이 30%가 오르면 건강보험료가 월 평균 13.4% 인상된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설령 공시 가격이 30% 인상돼도 재산을 보유한 지역가입자 가구의 건강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4% 정도라는 겁니다.

건강보험료는 재산, 소득, 자동차 소유 여부 등을 따져 등급표로 계산하는데 이런 여러 변수를 가정하지 않고 재산만 놓고 계산해 13.4%라는 잘못된 수치가 나왔다는 겁니다. 정부는 공시가 5억원대의 재산 보유자는 공시가가 30% 올라도 월 평균 건강보험료가 3% 정도 오를 거라고 밝혔습니다. 기초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시 가격 인상으로 재산 선정기준을 초과해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기존에 받지 못한 새로운 수급자가 채울 거라고 강조합니다.   

▶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2006년부터 작년까지 80%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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