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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법부 전직 수장에 사상 첫 영장청구 '감행' 배경

검찰, 사법부 전직 수장에 사상 첫 영장청구 '감행' 배경
검찰이 18일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의 소환 조사를 마무리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내부적으로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일찌감치 내려뒀음을 시사합니다.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무와 관련한 불법행위로 구속기소 된 상황에서 사법행정권을 총괄한 수장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의 직접적인 관여가 드러나는 각종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에 반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일관한 것도 영장청구 배경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과 14일, 15일 세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 17일 오전 다시 나와 오후 11시30분까지 남은 조서 열람을 마치고 검찰 조사를 일단락했습니다.

조서 열람과 피의자의 최종 날인이 늦어졌을 뿐 신문 자체는 15일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소환 조사 때부터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의 이런 진술 태도를 고려할 때, 조사 초기부터 검찰이 일찌감치 영장청구 쪽으로 무게를 두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피의자가 검찰이 확보한 진술과 증거에 반해서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통상 향후 재판에 대비해 증거인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여겨집니다.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종 책임자 역할을 수행한 것 역시 검찰의 영장청구 판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며 "그의 지시와 방침에 따른 임 전 차장이 이미 구속기소 된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법관에 대한 부당한 사찰, 헌법재판소 비밀수집 및 누설 등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핵심 범죄 혐의들에서 단순히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것을 넘어 직접 주도하고 행동한 게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고 청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과 여러 범죄사실에서 공모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공모 혐의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고영한 전 대법관은 재청구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법관 영장 재청구 배경에 대해 "혐의의 중대성과 영장 기각 이후 추가 수사 내용, 이후 추가로 규명된 범죄혐의를 고려할 때 영장 재청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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