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BC 방송과 인터뷰한 16살 샬럿(Charlotte Jack)의 집은 해수면과 맞닿아 있습니다. 어릴 때 뛰어놀던 앞마당은 이제 바다로 변했습니다. 샬럿은 자라면서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를 겪었습니다. 하루는 쾌청한 날이었지만 그 다음 날은 폭우가 쏟아지고, 해수면은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이 때문에 바닷물로 집이 침수된 적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이제 샬럿은 이 섬의 마지막 세대입니다. 많은 청·장년층이 이미 섬을 떠나 인구의 절반 이상이 24살 이하입니다. 샬럿이 만약 해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돌아오려고 할 때 어쩌면 이 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마셜제도 공화국도 없고 고유의 문화도 사라진다고 할 때 고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답답할 뿐입니다.
섬 곳곳은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방조제를 짓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마주로 시 환초 외곽의 작은 섬 에네코(Eneko)는 육지의 대부분이 해변으로 변했습니다. 머지않아서 자연 그대로의 섬이 사라질 운명입니다.
마셜제도가 생존의 위협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냉전 당시 미국은 마셜제도 섬 가운데 하나인 비키니섬을 군사 시설과 핵실험의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당시 실험한 핵의 파괴력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사용된 핵에 1천 배에 달했습니다.
이제 남아 있던 사람들마저도 떠나고 있습니다. 이미 인구 1/3이 마셜제도를 떠났고 현재 있는 5만여 명도 미국으로 이주하는 것밖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주민들이 미국으로 떠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셜제도 주민들은 비자나 취업 허가증 없이 미국에서 살고 취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코파(COFA, the Compact of Free Association)협정 때문인데, 이 협정은 앞서 언급했듯이 1940~50년대 미군이 핵실험을 했던 마셜제도나 비키니 환초 섬 같은 태평양 섬 국가에 경제적 지원과 혜택을 부여한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구는 줄고 인구감소가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면서 이곳의 실업률은 40%에 달합니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서비스업의 경우 시간당 4달러에 불과합니다.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숙련공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사업가 크레이머(Jerry Kramer)씨는 이곳에서 가장 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섬을 떠나면서 숙련공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합니다. 몇 년간 수백 명이 회사를 떠났고 갈수록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마셜제도에는 어리거나 나이 든 사람만 남았습니다. 힐다 하이네(Hilda Heine) 대통령은 주민들이 교육과 건강, 일자리를 목적으로 떠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의 위협이라고 말합니다.
폴 환경부 장관은 "기후변화의 첫 희생자는 우리 섬이지만 다음은 당신들의 국가"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다른 국가들이 마셜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는 겁니다.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마셜 주민들은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명백한 것은 기후변화의 싸움을 마셜제도 주민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진=나무위키,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