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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레이더 갈등' 장성급 대화로 출구 모색…日, '北 어선' 대응 시급?

[취재파일] '레이더 갈등' 장성급 대화로 출구 모색…日, '北 어선' 대응 시급?
지난달 20일 동해상에서 벌어진 한·일 양국 간의 '레이더 문제'가 아직도 양국 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핵심 이견을 정리하면 한국은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일본 측은 해군 광개토대왕함의 '화기 관제 레이더 조사(照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에 한·일 국방 당국이 '화상 회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후 일본 측이 먼저 동영상을 일반에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고, 우리도 이에 대응해 우리말과 일본어에 이어 유엔 공용어로 반박 동영상을 공개하며 평행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전격적인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등으로 한·일 당국의 협의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사이 일본의 보수 언론들은 연일 한국 측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보복'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잘 아시다시피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283억 달러(2017년 통계)의 무역 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 내에서조차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아베 총리도 네덜란드와 영국 방문으로, 외교 수장인 고노 외무상과 국방 수장인 이와야 방위상은 프랑스와의 외교 국방장관 회의(2+2)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최고위급의 외국 방문 일정으로 한국과의 '레이더 협상'은 이래저래 한숨 쉬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일 장성급 협의
이런 가운데 오늘(14일) 제3국 싱가포르에서 양국 국방 장성급의 협의 개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27일에 이은 두 번째 양국 간 협의인 셈인데, 이번에는 우리 합동참모본부(부석종 군사지원본부장, 해군 중장)와 일본의 합참 격인 통합막료부(히키타 아츠시 운영부장, 항공자위대 중장)가 협의에 참여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양국에서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부처의 실무 책임자급이 제3국에서 만나 대화를 갖게 되어 문제 봉합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차 협의 결과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협의 개최를 전하는 일본 언론의 '뉘앙스'가 전보다 약간 누그러진 점이 주목됩니다.

일단 NHK의 보도를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양국의 견해가 서로 엇갈리고 있지만, 일본으로서는 한·일 간의 이런(악화된) 관계가 한·미·일 공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태의 조기수습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한국 측에)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한편으로 '레이더 조사'의 객관적인 증거로 자위대의 전파기록을 제시하는 것을 포함해 대응할 방침이다."

재발 방지 요구는 전과 다르지 않지만 한·미·일 공조에의 영향을 우려하며 '사태의 조기수습'을 언급한 겁니다.

아사히 신문은 서울발 기사에서 양국간 이견이 여전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방위성에 따르면 양국이 상호간의 오해를 풀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충분한 의견교환을 할 예정이다"라고 썼습니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양국의 레이더 갈등은 빠르면 이번 2차 협의에서, 또는 조만간 이어질 수도 있는 추가 협의에서 해결을 위한 진전을 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공비행'과 '레이더 조사'를 양쪽에 놓고 '누가 잘못했느냐'를 가리는 대신 '서로에게 논쟁이 득이 되지 않는다'는 선에서 정리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이면에는 동해와 접한 일본 측 해안에 잊을만 하면 북한의 어선이 떠내려오는 상황이 있습니다.

어제(13일)에도 일본 혼슈의 북쪽 끝단인 아오모리(靑森)현 근해에서 북한 선원 2명을 태운 목조선이 표류해 해상보안청(우리의 해경에 해당) 제2관구 해상보안본부가 순시선 2척을 보내 상황을 확인하고 북한 선원의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선원들은 현재 해상보안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목조선은 엔진 고장으로 해류를 타고 표류해 왔다고 합니다.
레이더 논란 한국과 협의
앞서 지난 8일에도 역시 우리 동해와 접한 시마네(島根)현에 북한 선원 4명을 태운 목선이 표류해 와 주민들이 당국에 신고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표착 당시 이들은 극심한 기근에 시달린 상태였는데, 어촌의 주민이 두 차례 주먹밥을 만들어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북한 선적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일본 해안으로 떠내려온 사례는 최소 207건 이상이라고 합니다.

당초 이번 레이더 사태의 시작에는 우리 해경과 군 당국의 '북한 선박 구조 작전'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 입장에서 볼 땐 북한과도 관계가 있는 해상 순찰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보다 우선 순위가 높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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