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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美 젊은이 51%가 사회주의에 긍정적…여성의 삶이 다르기 때문?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냉전 시대와 베트남전 등 전쟁 당시, 또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던 시기에는 훨씬 심각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많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특히 젊은이들에게 사회주의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젊은이들은 보편적 건강보험과 무료 공립대학, 생활임금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나아가 일부는 사회주의가 여성에게 더 혜택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학생 토론 토의 회의 미팅 과제 리포트 레포트 숙제 (사진=픽사베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수인 인류학자 크리스틴 고드시(Kristen Ghodsee)는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최근 '왜 여성은 사회주의 하에서 더 나은 성관계를 가질까.' (Why Women Have Better Sex Under Socialism)라는 도발적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녀는 책에서 사회주의 이념은 여성의 삶을 더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만들며 성취감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美 공영방송 PBS가 고드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회주의에 대한 美 젊은이의 의식을 알아봤습니다.

"우리가 더 안정된 경제적 지위를 갖는다면 개인 삶은 어떨까?" 이는 고드시 교수 수업의 핵심입니다. 그녀는 신문 논평과 저서 등을 통해 자유시장경제 아래서 대부분의 여성은 실패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집안일과 육아, 노인 부양, 환자와 노약자 간호 등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몫입니다. 만약 직장 여성이 집안일을 돌보기 위해서 업무 시간을 쓴다면, 그 여성은 매우 가치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직원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지금까지 남성에 비해 저임금을 받고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게 돼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드시 교수에 따르면 흔히 악마로 묘사됐던 구동독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미디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 평등을 강조했습니다.

20세기 동유럽의 사회주의 정권이 추진했던 정책의 핵심은 여성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여성이 상당한 경제적 독립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적 순응과 계획 경제를 강요한 국가였지만 여성 해방을 추진했습니다.
육아 출산 양육 아이 엄마 부모 아기 (사진=픽사베이)
출산보험과 유급 출산 휴가, 또 유치원과 탁아소는 기본적으로 모든 여성이 이용할 수 있었고 정부가 지원했습니다. 미국이에서는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는 이런 사회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해 경제적 부담을 줄인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미국인에게 사회주의 옹호는 정치적 악마 숭배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일부에서는 자본주의도 이를 닮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년간 미국인들은 임금 정체와 불평등의 증가를 경험했고 사회 안전망이 거의 없다 보니 젊은이들은 더 많은 위험에 처하게 됐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 18~29세의 美 젊은이 51%가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자유시장경제의 불평등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뉴욕 여성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즈 (Alexandria Ocasio-Cortez) 같은 자칭 사회주의자의 인기가 오르고 있습니다. 샌더스는 美 상위소득 0.1%의 부가 하위 90%의 전체 부와 같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선거정치와 기업 민영화를 유지하면서도 많은 세금을 내고 사회 안전망과 평등을 지향하는 북유럽식 사민주의를 지지합니다.

고드시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한 대학생은 젊은 세대가 최근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본주의가 실패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학생은 누구도 부를 창출하는 자본주의의 기능을 부정하지 못하지만 부가 창출된 뒤에는 재분배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고드시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자본주의 하에서 인간관계의 문제점입니다. 인간관계도 상품의 구매와 판매 같이 이뤄지는데, 일례로 한 매칭사이트(seeking.com)는 젊은 여성(sugar baby)을 성공한 나이 든 남성(sugar daddy)과 연결합니다. 업체는 1천만 명의 사용자가 있다고 홍보합니다.
seeking.com 홈페이지 캡쳐
"시간은 돈이다." 초기 자본주의자인 벤자민 플랭클린은 1748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칼 마르크스는 1세기 뒤에 돈은 인간관계를 파괴한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고드시 교수는 자본주의는 성(性)을 포함에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고 말합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철의 장막(공산주의)' 뒤 문제는 상품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크로아티아 저널리스트 슬라벤카 드라쿨릭(Slavenka Drakulic)은 지적합니다.

슈퍼마켓에 가도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여성은 필수품 부족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았고, 냉장고에 무엇을 넣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이 항상 걱정이었습니다. 더구나 여성들은 여성성을 가꿀 수 없었는데, 그럴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아와 숙청, 강제 노역으로 이끈 공산주의 계획경제 아래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고드시 교수는 철의 장막 뒤 삶이 천국 같지 않았고, 20세기 사회주의 정권은 수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덴마크나 스웨덴처럼 사회주의 정책은 여성에게 권한을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합니다.

나아가 냉전의 가장 나쁜 유산 중 하나는 20세기 사회주의 국가를 제대로 보는 능력을 잃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회주의의 이점은 사회적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었고 여성은 결혼과 별개로 경제적 독립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간 관계도 더 진실되고 더 만족스러웠는데, 왜냐하면 사람들은 거래하듯이 서로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아래서 여성은 더 나은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통일 전과 후의 동독 여론조사를 보면 여성과 남성도 1989년 통독 이전이 더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친밀한 삶이었다고 답했고 성관계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인 슬라벤카는 동독인들이 정부 조사자에게 보고한 답변에 회의적입니다. 그들은 자율적으로 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당시 동독인들이 정부 조사에 더 적절한 답, 즉 정부가 기대하는 결과에 따라 답했기 때문에 통계를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고드시 교수는 자신이 주장하는 것은 동유럽에 흥미로운 사실이 있었고 그것들이 북유럽에서 작동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주의 정책이 단지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진=픽사베이·Seeking.com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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