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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앞당겨진 저녁 식사…주 52시간이 바꾼 시간표

<앵커>

친절한 경제, 금요일엔 권애리 기자와 소비 트렌드 알아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주 52시간 근무제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그사이에 우리 삶의 시간표가 조금 달라진 게 있겠죠?

<기자>

네, 하루 세끼, 삼시 세끼를 어디서 어떻게 먹느냐를 보면 우리 생활에 대해서 가늠할 수 있는 게 많겠죠. 재밌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직장인들이 저녁에 밖에서 밥을 먹고 카드 결제를 하는 시간대를 들여다봤더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밤 8시에서 9시 사이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올 들어서 7시대로 역전당한 겁니다.

신한카드가 고객들이 카드 결제한 내역 1억 8천만 건을 빅데이터 분석해서 외식 패턴의 변화를 들여다봤습니다.

정보를 수집한 기간을 보면 2012년, 15년, 그리고 올해, 그중에서도 3분기인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씩입니다. 일단 3년마다 추세의 변화를 봤고요. 3분기를 선택한 것은 올해 주 최장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를 좀 본 거죠.

그랬더니 정말로 올해 3분기에 가장 저녁밥 계산을 많이 하는 시간대가 7시에서 8시 사이로 1시간 당겨졌습니다. 그리고 이건 밤 10시 이후의 심야시간대는 아예 배제한 조사라는 점은 좀 감안해야 합니다.

그래도 추세로는 빠른 결제가 느는 게 뚜렷한 게 저녁 5시에서 10시 사이의 카드 결제 흐름을 보면 올해 저녁밥 계산의 59%, 60% 가까이가 8시 전에 계산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이게 2012년만 해도 반대였습니다. 그때는 절반 이상 52%의 결제가 8시 이후에 이뤄졌습니다.

<앵커>

꼭 52시간 근무제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영향이 클 거다. 이런 말씀이시죠?

<기자>

네, 그렇게 봐야겠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9시 이후의 아예 늦은 결제가 줄어드는 거나 좀 더 빨리 저녁을 먹기 시작하는 건 그 전부터 꾸준히 6년 동안 조금씩 진행돼온 패턴입니다.

그런데 다시 말해서 올 3분기 이후로 이제 늦은 회식 하고 늦게까지 집에 안 가는 분위기를 탈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그렇게 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전부터 보였다.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연령대, 카드 결제가 가장 많이 빨라지고 있는 연령대가 40대입니다. 40대는 일터에서도 허리죠.

위아래를 잇는 세대고 이제 밥값을 자기가 좀 내고 회식을 좀 주도하는 나이대이기도 합니다. 이 세대에서 전과 다른 저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조짐이 조금씩 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저녁은 그렇게 바뀌었고요. 아침은 어떻습니까? 아침밥을 밖에서 사 먹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다고요?

<기자>

지난 6년 동안 아침을 밖에서 사 먹는 사람이 67%가 늘었습니다. 이건 최근 근무제 바뀌기 전부터 그 추세가 굉장히 뚜렷하고, 꾸준합니다.

아침이 외식 비중이 가장 빠르게 커지는 끼니입니다. 학생들 경우에는 이 추세가 2015년 이후로 좀 정체인데요, 이거는 2014년 말부터 몇몇 지자체에서 추진했던 9시 등교제 같은 부분의 영향이 좀 있어 보이고요.

전체적으로 직장인은 계속 크게 늘어나는데, 특히 밖에서 아침 사 먹는 50대가 6년 전보다 88%,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의 40대, 50대, 둘 다 전체 부부의 절반 이상이 맞벌이거든요. 아침에 너무 바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대도시가 발달한 사회치고는 좀 유독 집에서 먹는 아침밥에 의미를 많이 부여했던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게 빠르게 바뀌고 있는 걸로 나타납니다.

이 분위기를 다 종합해 보면 우리보다 먼저 근로시간을 단축한 서구의 여러 사회가 떠오르죠. 벌써 많은 나라들이 아침은 밖에서 으레 사 먹는 끼니고, 귀가를 빨리해서 오히려 저녁을 집에서 가족들이랑 함께 하는 곳이 많잖아요.

더 나아가서는 식당이나 유통, 소매업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좀 필요할 때로 보입니다. 이 변화에 빠르게 발맞춘 경우들을 보자면 요즘에 인기 있는 게 새벽 배달, 아침 메뉴 포장해주는 드라이브인 체인 이런 게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연말 트렌드로 많이 얘기를 했던 게 홈 파티입니다. 송년회를 집에서 많이 한다고 해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간편 가정식 분야에서 좀 일상적이지 않은 음식들, 이른바 파티 음식들을 신제품으로 많이 내놨거든요.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아예 문을 일찍 열고 일찍 닫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데서 많이 보이는 '아침에 주력하는 식당'들이 더 많이 등장할 수도 있겠고요.

귀가가 빨라져서 밖에서 뭘 덜 사 먹는다기보다는 원하는 지점, 원하는 시간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준 분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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