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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등 위기' 첫 경험…최용수 "꽃길만 걷다가…잠도 못 잤죠"

'희생·소통 없었던 서울, 내년에는 다 바꾼다!"

[취재파일] '강등 위기' 첫 경험…최용수 "꽃길만 걷다가…잠도 못 잤죠"
최용수 감독은 2011년 FC 서울 지휘봉을 잡은 이후 5년간 K리그 우승과 FA컵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 K리그 대표 얼굴입니다.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감독'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지도자로, 말 그대로 '꽃길'만 걸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프로축구 장쑤 진출과 휴식기를 거쳐 지난 10월, 2년 4개월 만에 전격 복귀한 서울에서 최 감독은 첫 가시밭길을 마주했습니다. K리그 6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서울이 창단 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했고, 소방수로 등장한 최 감독이 지휘한 6경기에서 1승 2무 3패에 그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몰렸습니다. 마지막까지 가슴 졸인 끝에 부산을 누르고 1부 리그에 잔류했지만 처음 걸어본 가시밭길, 상당히 거칠고 아팠습니다.

최 감독은 SBS와 인터뷰를 통해 처음 겪는 강등 위기에 잠도 못 잘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돈 주고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지난 2개월을 돌아봤습니다.
최용수 감독 (사진=연합뉴스)
Q. 서울 감독 복귀 전 외부에서 지켜봤던 서울의 모습은 어땠나요?

제가 젊었을 때부터 제 인생 축구의 반을 바친 곳이고 관심 갖고 봤는데 잘 되기를 기원했는데 잘 안 풀리더라고요. 마음 걱정이 상당히 심했죠. (황) 선홍이 형하고 전화 통화하면서 같이 고민했던 기억도 나고요.

Q. 서울의 추락, 문제점을 진단했을 텐데요.
[취재파일] '강등 위기' 첫 경험…최용수 '꽃길만 걷다가…잠도 못잤죠
돌아와서 보니깐 "누가 해주겠지, 우리가 설마 하위 스플릿 내려갈까"라는 생각이 많더라고요. 팀에 대한 희생은 보이지도 않았죠. 이런 점들이 저를 화나게 만들더라고요. 축구는 팀원끼리 같이 생각을 공유해야하고 한 발짝 더 뛰어야하는 게 필요한데, 각자 흩어져 있던 모래알 조직력이었어요. 이것을 빨리 결속시키는 게 우선이었죠. 

소통도 되지 않고 있었어요. 그래서 선수 한 명 한 명 내가 원하는 축구가 어떤 거고 또 내가 팀을 관리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 왜 따라와야 하는지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팀을 이용해서 개인의 성공을 바라는 친구들은 절대 저랑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본인들이 어떻게 하면 희생할 수 있는지 방법들을 공유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복귀 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몰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취재파일] '강등 위기' 첫 경험…최용수 '꽃길만 걷다가…잠도 못잤죠
매 경기 원하는 대로 내용도 결과도 가져오고 그랬으면 우리가 하위 스플릿 갈 이유도 없었고 내년을 기약했겠죠. 선수들과 같이 무엇이 문제인지 고쳐 나가는 부분에서 긍정적 부분을 봤습니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다 보니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아니나 다를까 인천과 상주에 잇달아 지면서 우리가 정말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았습니까. 상주 원정을 마치고 혼자 차를 운전하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정말 많은 생각들이 나더라고요.

진짜 화가 나는 걸 떠나서 어떻게 선수들에게 어떤 얘기들을 해줘야 선수들이 움직일까, 꿈틀거릴까. 혼자 운전하고 올라오면서 그렇게 심도 있게 생각 많이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찌 됐든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는데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사장님께도 얘기했습니다. 구단에도 우리가 2부로 내려갈 수도 있으니깐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한다고도 했죠.

Q. 승강 플레이오프 준비 과정이 힘들었겠네요.

"내가 무엇을 했지? 내가 이런 상황까지? 내 능력에 한계가 보이는구나! 내가 너무 좀 쉽게 생각하고 들어왔구나. 아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런 생각들로 정말 혼자서 잠을 못 잤죠. 잠이 안 와요. 이런 경험도 안 해봤고, 항상 상위권의 꽃길만 걷다시피 그렇게 지도자 생활 했는데 앞이 안보이더라고요. 2부로 떨어지게 만든 주범이란 소리 들을 수 있고…새벽에 잠이 올 리가 없죠. 새벽에 혼자 걷고 사색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그 이상의 힘을 빌리고 싶었지만 그게 될 수 없는 현실이었고 되게 힘든 시간이었죠. 그래도 제가 단판승부에서는 승률이 꽤 높아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선수들 잘 다독거려서 승강 플레이오프에 대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시기가 저한테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고마운 시간이었어요.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에요. 분명히 내공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하루하루 허투루 보낼 생각 없습니다.
최용수 감독 (사진=연합뉴스)
Q. 내년 시즌, 팀 리빌딩은 구상이 한창일 것 같습니다.

그것 때문에 또 잠이 안 와요, 아 진짜!. 자칫 내가 준비를 소홀히 하고 구단과 소통도 적당히 하고, 지금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수의 상태를 대충 파악하고 이랬을 때는 또 강등 위기를 맞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한 번 당해봤기 때문에 이젠 두 번 실수한다는 거는 없어요. 그건 아마추어예요.

내년에는 젊고 정말 역동적인 축구를 하려는데, 쉽지는 않겠죠. 절대로 베테랑 선수 배제한다는 건 아닙니다. 베테랑이 모범적인 걸 보여줬을 때 젊은 선수들이 그걸 보고 배우니까요. 내년에는 1차 목표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반드시 획득해서 아시아에서 더 큰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내년에 우승을 목표로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죠.

Q. 우즈베키스탄 알리바예프는 아시안게임에서 SBS 축구 해설하면서 눈여겨본 선수인가요?

살면서 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가 있어요. 그게 해설입니다. 그래도 저한테는 축구를 다시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죠. 감독은 좋은 선수들하고 일을 하고 싶어해요. (해설하면서도) 그중에 좋은 선수들이 눈에 띄게 마련이거든요.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정직하고 자기 관리도 잘해요. 알리바예프도 제가 좋게 봤던 것 같아요. 상당히 지능이 뛰어나더라고요. 현대 축구에서 필요한 장점을 갖고 있어요. 구단에 복귀해서 아시아쿼터 영입 1순위는 이 친구라고 내가 구단에 지목을 했거든요. 시간이 꽤 걸렸고 어렵게 영입한 선수입니다. 오스마르도 복귀합니다. 외국인 모두 교체할 겁니다. 우리가 올해 고생했던 게 전방 공격수인데, 경기 차이를 만들어 줄 선수가 필요합니다. 국내 선수들도 계속 출근해서 보고 있습니다.

Q. 올해 서울 평균 관중이 5천 명 이상 줄었습니다. 등 돌린 팬심을 되찾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취재파일] '강등 위기' 첫 경험…최용수 '꽃길만 걷다가…잠도 못잤죠
서울과 수원이 이렇게 평범한 팀으로 전락한 부분, 저는 용서할 수 없어요. 좋은 콘텐츠를 통해서 진짜 팬들을 더 확보할 수 있게 아이디어를 생산해낼 수 있는 장소가 현장이에요. 축구단에서 아이디어나 이슈거리를 내놔야 해요.

지금 너무 감추고 있어요.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특별한 날 빼고는 훈련장을 공개해요. 저는 2019년 시즌 훈련장을 아군이든 적군이든 팬들에게 오픈하고 싶다는 계획을 구단에 얘기했어요.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고 또 과정이 이렇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관심 있는 팬들은 또 와서 보고 사인도 받아가고, 이렇게 하면 팬들과 결속력이 생기지 않을까. 저는 그거를 추진해 볼 생각입니다.

팬들의 그런 열정적인 성원이 없었다면 서울이 K리그에 정말 이런 선구자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팬들이 정말 운동장에 오셔서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한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결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겁니다. 구단과 선수단, 팬들이 삼위일체가 됐을 때 FC서울의 위용을 다시 보여주지 않을까. 우리는 다시 되찾아올 수 있습니다.

▶ 간신히 1부 잔류한 FC서울…최용수 감독 "잠도 못 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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