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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미노 멸종 부르는 온난화…기온 5∼6℃ 상승하면 생태계 전멸할 수도

지구 온난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구 역사상 지금까지 5차례의 대멸종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대멸종은 지금부터 약 6천6백만 년 전에 발생했는데 이때 공룡이 지구 상에서 사라졌다.

최근에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생물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데 이 때문에 현재 6차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지구 상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이 먹이 사슬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기후변화 같은 극단적인 환경 변화가 나타나게 되면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종의 멸종이 증폭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Strona and Bradshaw, 2018).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경우 멸종의 도미노 현상을 고려할 경우 생물의 멸종이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10배나 빨리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럽연합공동연구센터(European Commission Joint Research Centre) 연구팀은 먹이사슬로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물과 식물이 환경 변화로 어떻게 공멸(co-extinction)에 이르게 되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우선 가상의 지구(Virtual earth)를 만들었다. 가상의 지구에는 먹이 사슬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물과 식물 수천 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가정했다. 특히 가상의 지구 생태계에 지속적인 온난화 또는 지속적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이른바 ‘핵겨울’ 등 극단적인 환경변화를 가정하고 이 같은 상황에서 지구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실험을 했다. 우선 가상 지구에서 하나하나 각각의 동물이나 식물이 온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 생존의 한계를 넘어설 때 어떻게 전멸에 이르는지 조사했다(1차 멸종). 두 번째는 특정 종이 기온 변화로 인해 멸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시작해 이 특정 종의 멸종이 먹이 사슬로 얽혀 있는 다른 종의 멸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실험을 했다(2차 멸종). 특정 먹이가 사라지면서 이를 먹던 소비자 또한 먹을 것이 부족해 멸종에 이르게 되는 이른바 멸종의 도미노 현상, 생태계의 공멸에 대한 실험을 한 것이다.

실험결과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먹이사슬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물과 식물의 경우 멸종에 이르는 생물이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최고 10배 정도나 증폭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의 도미노 현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의 멸종이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그리고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생태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멸종의 도미노 현상을 고려할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5~6℃만 올라가도 가상 지구상에 있는 생물의 거의 대부분이 멸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상 지구에서의 실험이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5~6℃ 올라가면 지구 생태계가 ‘싹쓸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1)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 이내로 묶는다는데 합의했다. 특히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 묶는다는 이른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특별보고서에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인간이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를 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순 제로(net-zero)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유엔기후변화총회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은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묶어 기후변화 위험을 줄여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 8.5) 2100년 지구 평균 기온은 1986~2005년 대비 2.6~4.8℃나 상승할 것으로 IPCC는 예상하고 있다. 이번 가상 지구 실험은 지구 평균 기온이 5~6℃ 상승하면 지구 생태계가 전멸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방안과 목표를 두고 지금 당장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생태계가 점점 도미노 멸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연구팀은 현재 지구 생태계가 마치 온도조절장치가 고장 난 수족관에 살고 있는 물고기와 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참고문헌>
* Giovanni Strona, Corey J. A. Bradshaw. Co-extinctions annihilate planetary life during extreme environmental change. Scientific Reports, 2018; 8 (1) DOI: 10.1038/s41598-018-35068-1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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