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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맛? 건강?…식용유 소비로 본 요즘 트렌드

<앵커>

친절한 경제, 금요일에는 권애리 기자와 소비 트렌드 알아보고 있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금요일마다 먹을거리 얘기를 들고 오시네요. (최근에 좀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점점 인기가 떨어지는 게 있다고요?

<기자>

요즘 우리 식단에서 다른 어떤 요소들보다 좀 중요한 요소가 맛과 건강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맛있게 먹고 싶다는 유혹과 맛보다는 건강에 좀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부담감이 끊임없이 서로 경쟁을 하는데 오늘(14일) 말씀드리는 트렌드는 건강이 이긴 트렌드입니다.

한국인의 기름 소비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올해 4분기에 최근 우리나라 소매 시장에서 식용유가 팔리는 규모가 집계된 게 있거든요.

보시는 것처럼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올해 2018년은 상반기까지의 자료만 아직 취합이 됐는데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7억 4천만 원어치 정도, 아직은 아주 작은 차이기는 하지만 또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내년쯤에는 식용유 시장 전체 규모가 연간 3천억 원 선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나옵니다.

어떤 유명한 요리사가 기름에 튀기면 구두도 맛있을 거라고 얘기할 정도로 기름은 맛을 보장하는 재료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한편으로는 많이 쓰면 살찐다, 또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같은 질병에 이를 수 있다, 이런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이제는 넓게 자리 잡았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한국인이 점점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기름을 좀 덜 쓰려고 하는 추세가 이렇게 뚜렷하게 보입니다.

<앵커>

1인 가구도 좀 늘어났고요. 집에서 좀 기름을 덜 쓰는, 요리를 많이 안 해 먹는 그런 경향 때문은 아닌가요?

<기자>

네, 맞아요. 그래서 이번 가공식품 시장 분석을 해서 이 자료를 내놓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크게 두 가지로 뽑은 원인 중의 하나는 그겁니다. 집에서 요리를 덜 하니까 덜 먹는다.

그런데 그럼 그것만으로는 설명을 다 할 수가 없는 게 소매시장에서 점점 더 잘 팔리는 소스나 조미료 같은 것들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공사가 두 번째 원인으로 꼽은 것은 사람들이 튀기거나 볶는 요리를 아예 포기했다기보다는 좀 덜 먹으면서 에어프라이어 들어보셨죠?

<앵커>

네, 저희 집에도 있습니다.

<기자>

아, 그러세요? 기름을 따로 더하지 않고 열기만으로 튀김 느낌이 나게 굽는 기계 같은 걸 쓴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기름 튀김을 대체하는 맛을 찾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에어프라이어는 최근 몇 년간 국내 가전 시장에서 급성장한 틈새 가전 중의 하나입니다. 틈새 가전이라는 게 결국 생활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잖아요.

의식주로 나눠서 보면 '의', 그러니까 옷 부분에서는 의류 관리기랑 건조기, '주', 거주환경에서는 공기청정기가 최근에 시장을 크게 확장했다면 '식', 부엌에서는 에어프라이어 확장세가 컸습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에서 지난해 팔린 에어프라이어의 매출이 2016년에 비해서 무려 950%가 늘었고요. 올해는 거기서 또 11월까지만 취합이 됐는데 60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김광두/서울 마포구 : 기름을 다 준비해 놓고 튀겨낼 때보다는 조금 맛이 덜하기는 해요. 그래도 좀 더 건강한 느낌이기도 하고, 기름을 나중에 뒤처리하기가 훨씬 간편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앵커>

말씀대로 맛은 확실히 좀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죠. 그런데 이 기름을 사서 쓰는 경우가 또 많지 않다. 이건 또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이번 분석에서 보인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었는데 기름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사주는 식품이라는 겁니다. 전체 식용유 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기름은 비교적 저렴한 편인 카놀라유입니다.

카놀라유가 전체 소매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데요, 이렇게 많이 쓰는 카놀라유의 90% 가까이가 명절 설과 추석이 있는 1분기와 3분기에 팔립니다.

그래서 2분기와 4분기랑 비교해보면 차이가 큽니다. 그런데 차례 지내면서 기름진 음식을 하느라 많이 써서 그렇기도 하지만 선물세트로 많이 구성되기 때문인 걸로 분석됐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직접 자기가 쓸 기름을 선뜻 집어 들기 보다는 나도 많이 선물하고 나는 남이 준 걸 받아서 쓴다는 얘기입니다.

카놀라유 세트는 가격도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고 썩지도 않는데 다들 어떻게든 끝까지 쓴다고 생각을 하니까 선물 주기 좋은 제품입니다.

그런데 그거뿐일까. 내가 나 먹겠다고 이 큰 병 하나를 집어 들기는 좀 부담스럽고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주면 결국 "그래, 오늘은 튀김하자."하고 요리하게 되는, 기름은 요새 그런 재료가 돼 가는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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