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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KAL 폭파범 김현희까지…역대 사형 사면자 44명

[취재파일][단독] KAL 폭파범 김현희까지…역대 사형 사면자 44명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 1990년 사형 확정 판결이 났으나 불과 10여 일 만에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당시 정부는 "역사의 증인으로 삼아야 한다"며 사면 이유를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의해 사형수가 됐다. 집행 직전까지 갔으나 국제적인 구명 운동 덕분에 감형받을 수 있었다.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사형이 확정됐다가 사면(감형)된 사형수는 모두 44명으로 확인됐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뒤 무기징역 등으로 감형된 사형수 현황에 대해 정부에 질의했다. 법무부는 그 숫자가 44명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사형수 사면 1호'는 1948년 9월에 나왔다. 그해 8월 15일 정부 수립한 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건국 대사면'에서였다. 4명의 사형수가 감형됐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건국 사면'을 비롯해 자신의 팔순 기념 사면 등 일반과 특별을 합쳐 16회 사면을 실시했다. 1954년에도 사형수 2명을 국민화합을 이유로 감형헸다. 허정 과도 정부도 짧은 기간 2회 특별 사면을 했다.

4.19 혁명 이후 1960년에도 사형수 사면이 이뤄졌다. 신정부 수립을 경축하며 1960년 10월 3명이 감형 혜택을 받았다. 다음해인 1961년 쿠데타로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엔 한동안 사형수 사면은 없었다. 오히려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불리는 1975년 4월 9일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사법 살인'이다.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1975년 4월 8일 8명의 사형을 확정한 뒤 다음날 곧바로 집행해버린 것이다. 박정희 집권 18년 동안 유일한 사형수 사면은 1978년 12월, 9대 대통령 취임 기념으로 2명을 사면한 것이었다.

39년 전 1979년 12월 12일 역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 그리고 전두환 씨는 내란 음모 사건을 조작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형을 확정해버렸다. 국제적인 구명운동과 미국의 압박으로 김 전 대통령은 사형 집행의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고1981년 1월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김 전 대통령은 다음 해 12월 형 집행정지로 석방돼 미국 망명길에 오른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1982년과 83년, 84년에 각각 사형수 5명, 1명, 1명씩 감형 조치를 했다.
심영구 취파용
1987년 6월 항쟁 이후 들어선 노태우 정권은 1988년 13대 대통령 취임과 함께 사형수 2명을, 그해 말에는 국민화합을 명분으로 다시 3명을 사면했다. 그리고 1990년 4월, 글의 첫머리에 언급했듯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를 특별사면했다. 이후 사형수 사면은 한동안 중단됐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사형수에 대한 사면 조치가 없었다. 오히려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을 한꺼번에 집행했다. 이때 사형 집행은 아직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마지막 집행으로 기록돼 있다.

그 자신이 사형 집행 위기에 몰리기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998년, 1999년, 2000년 세 차례 광복절에 특사를 단행하면서 사형수 2명, 5명, 2명을 감형 조치했다. 2002년 12월 31일에도 4명의 사형수를 사면했다. 여러 여건상 사형제를 폐지하는 데까지 가진 못했지만 사형수의 숫자를 점차 줄여갔던 것으로 보인다.

사형제 폐지에 우호적이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퇴임 직전인 2008년 1월 1일에야 사형수 6명을 신년사면으로 감형했다. 이때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사형수 중에는 1996년 남태평양 참치잡이 어선인 페스카마호에서 한국인 선원 등 11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됐던 조선족 전재천이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전 씨 등의 변호를 맡았기 때문에 이때 사면에 2008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2015년에 나오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최근에 사형을 집행한 건 21년 전이다. 국제 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1심에서의 사형 선고는 10년 전에 비해 확연하게 줄었다. 검사가 사형을 구형해도 선고는 무기징역으로 하고 이에 항소나 상고하면 기각하는 판결의 기조도 유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만 61명에 이르고 이들은 법무부 장관 명령에 따라 법적으로 사형 집행이 가능한 상태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돼야 할까.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형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9월에는 사형폐지를 위한 국제규약에 가입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기대했던 사형제 폐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는 사형제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앞서 취재파일 < 숫자로 본 2018 한국의 사형>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이긴 하지만 사형과 무기징역 외에 중범죄에 대한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은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형 선고는 실효성이 없다 해 줄고 있으나 무기형은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 이 차이는 대단히 큰 것이다. '어금니 아빠'의 무기징역 확정에 분노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현행 법으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사형제 폐지 혹은 대안 마련을 위한 법 개정은 7번이나 실패했다.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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