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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돈 모자라고, 한쪽은 돈 못 쓰고…예산집행 '황당'

정경윤, 김민정 기자 rousily@sbs.co.kr

작성 2018.12.06 20:54 수정 2018.12.06 22: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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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국회는 정부의 내년 한 해 살림을 짜고 있죠.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편성하는 게 중요한 만큼 효율적으로 잘 썼는지 점검이 꼭 필요한데 SBS가 올해 예산 집행 내역을 따져봤습니다. 예산을 이미 다 써서 정부가 줄 돈을 못 주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반대로 예산을 쌓아두고 거의 쓰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정경윤, 김민정 기자가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기자>

경기도의 이 컴퓨터 학원은 이달부터 일부 강좌를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 위탁을 받아 학원생들을 가르치고 훈련비를 지원받는데 지난달 초 갑자기 전달 훈련비를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컴퓨터 학원 원장 : 안 믿었어요. 돈을 미리 달라는 것도 아니고 훈련한 훈련비를 안 준다는 거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이유는 황당했습니다.

[컴퓨터 학원 원장 : 이미 상반기에 이번 연도 예산을 다 썼어요. '대책이 없다고 한다, 무조건 그냥 1월에 지급이 되니 기다려라'고만 하더라고요.]

정부가 IT나 자동차산업 같은 분야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학원과 취업 준비생을 함께 지원하는 방식으로 무상 직업 교육을 시켜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예산이 동났다는 겁니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학원은 전국 5백여 곳, 훈련비를 받지 못하자 강의를 줄이거나 강사 월급을 주지 못하는 학원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학원 강사 : 마이너스로 살고 있는 거죠, 마이너스로. 학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면 찍히는 이미지가 되기 때문에 누구라도 항의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추경 예산으로 1천2백억 원을 더 받았는데도 570억 원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학원이 운영하는 강의 시간이 늘고 있어서 사전에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사정이 어려운 학원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는 땜질식 처방만 내놨습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이승환, 영상편집 : 박기덕) 

<기자>

4년째 예산이 투입돼 온 울릉도 공항 건설 사업, 올해 예산은 정부안보다 30억 원 늘어난 77억 원을 책정받았는데 정작 한 푼도 쓰지 못했습니다.

활주로 주변에 만들 방파제에 쓸 돌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 : 울릉도가 화산암 아닙니까, 화산섬. 돌 자체가 강도가 안 나와서. (사업 계획을 세우면서) 완벽한 조사를 못 하고 육안으로 볼 때는 (단단한) 암으로 보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고요.)]

울릉도 내 돌을 못 쓰니 섬 밖에서 돌을 사서 들여와야 한다는 사실을 지난해 말에서야 안 겁니다.

기초적인 지질조사도 안 했기 때문입니다.

사업비가 크게 늘 수밖에 없자 기획재정부가 사업 적정성 재검토를 지시했고 예산 집행이 묶였습니다.

'우선 따고 보자'는 식의 이른바 의원들의 선심성 예산들도 곳곳에서 집행 진척이 더딥니다.

전북의 산림치유원 조성 사업은 토지 수용 계획을 못 지키면서 올 예산의 10%만 썼고 광주의 무진로 도로 개설 사업은 주민 간 이해 충돌로 설계가 늦어지면서 예산 집행률은 1%도 채 안 됩니다.

[광주광역시 공무원 : 노선에 대해서 또 이의제기하는 사람도 있고 해서요. 그런 부분들을 설득하고 가는 것이…]

[손종필/정의당 정책위원회 연구위원 : (사회간접자본 사업에서) 보통 1년에 이월이든 불용액이 10조 이상씩 나와요. 안 쓰면 저축되는 게 아니고 (다른 정책에 예산을 쓸) 기회비용이 상실되는…]

정작 필요한 곳은 부족하고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사업에는 수십억씩 편성되고 이런 비효율이 내년도 예산 집행에도 반복되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할 겁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김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