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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왜 무기징역일까

숫자로 들여다 본 2018년 한국의 사형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8.12.10 10:00 수정 2018.12.19 14: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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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왜 무기징역일까
사형(死刑),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다. 사형제를 유지해야 하나, 폐지해야 하나. 해묵은 논란이다. 1996년과 2010년,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20년 넘게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에 속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월 사형제 폐지를 위한 국제규약에 가입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사형은 폐지될까, 아니면 지금처럼 '죽은 제도'로 남아 있게 될까. 세계 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숫자를 통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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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이후 0건. 임도빈(사망 5·부상 7명을 불러온 GOP 총기난사의 범인, 2016년 2월 19일 사형 최종 확정)을 마지막으로 2년 10개월째 사형 확정 선고는 없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지난 11월 29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1심 사형 선고는 이영학이 유일하다. 최근 10년새 살인 피해자가 1명인 범죄에 사형이 확정된 사례는 없었다. 2008년엔 3건, 2009년 6건, 2010년 5건의 사형 선고(1심)가 나왔지만 2010년 이후로는 줄곧 감소세다. 사형 선고 자체가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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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확정 선고를 좀 더 들여다보면 1990년대 이후 법원 최종심에서 1건의 사형 선고도 나오지 않았던 해는 1994, 2008, 2011, 2012, 2014, 2017, 2018년 일곱 해(7)다. 사형 확정 판결은 2000년 9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이 역시 줄고 있다. 인권을 중시하는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까, 사형을 선고한다 해도 집행 않는 현실을 감안한 것일까.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사형 확정 선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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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사망한 사형수는 10명이다. 사형 집행된 게 아니라 '사망'이다.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서남부 연쇄살인'의 범인 정남규, 여성 3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중범죄를 저지른 김종빈은 사형 확정 후 수감 중인 2009년에 각각 자살했다. 아동 2명을 유괴, 살해한 장세명은 2006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최근 21년 동안 사형수는 사형 집행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살·사고·지병 등으로만 숨졌다. 한국 형법엔 사형 다음에 무기형, 유기형이 있을 뿐, 종신형은 없다. 한국에서의 사형은 현재 사실상 '종신형'처럼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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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토막 살인'으로 알려진 우위안춘(오원춘)은 앞으로 15년이 지나면 출소할 가능성이 있다. 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위안춘은 1심에선 사형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2013년 그대로 확정됐다. 15년 뒤 63세가 되면 법적으로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형법 72조에 따르면 무기는 20년, 유기는 형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8년 전이었다면 무기라도 10년만 경과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 중범죄자가 쉽게 풀려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2010년 형법이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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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살해한 피해자 수, 20명이다. 한국의 역대 살인범 중 피해자가 가장 많다. 부유층 노인부터 출장 마사지 여성까지 20명을 살해한 유영철은 2005년 사형이 확정됐다. 다음은 1992년 종교단체 건물 방화로 15명을 숨지게 한 원언식, 2000년 후반의 연쇄살인범 강호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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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도 사형을 집행한 나라는 전 세계 23개국이다. 국제앰네스티 조사에 따르면 중국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일본, 북한 등이 여전히 사형 집행 중이다. 세계 200여 개국 중엔 소수지만 한국을 둘러싼 열강 대부분이 해당한다. 사형을 완전 폐지했거나 사형 집행을 중단한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142개 나라다. OECD 국가 중 법으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한국 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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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의 사형 집행이 이뤄졌다. 형사소송법 463조에 따라 사형은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집행된다. 이날 사형 집행을 명령한 건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종구였다. 그 뒤로 현 박상기 장관까지 19명이 임명됐지만 463조의 권한을 행사한 장관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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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부터 지금까지 26년 동안 수감 중인 사형수, 원언식. 아내가 종교에 빠져 있다며 종교단체 건물에 불 질러 15명 사망·25명 부상이라는 최악의 참사를 불러왔다. 35살에 붙잡힌 원씨는 교도소에서 환갑을 넘겼다. 그는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 중 가장 오래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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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언식이, 2017년 한국 남성 기대수명인 약 80세까지 산다면, 그리고 그때까지 수감 중이었다면 그는 45년형을 선고받은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2010년 형법 개정으로 유기형의 상한은 30년까지로 늘어났고 가중할 경우엔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법 개정 이후 국내에서 선고된 가장 긴 형량은 42년, 2015년 강도살인·시신유기범에게 내려졌다. 사형을 집행하면서도 한국보다 훨씬 긴 유기형을 선고하는 미국에서는 50년, 70년, 100년이 넘는 유기형도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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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 현재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사형확정자는 57명이다. 군 교도소에 있는 4명을 합하면 61명의 사형수가 생존해 있다. 모두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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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형벌이 마련될 경우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6.9%로 나타났다.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지난 8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하지만 대체 형벌이 없을 경우엔 사형제 폐지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20.3%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사형제 폐지에 앞서 대체할 수 있는 형벌 마련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체 형벌로는 감형 없는 종신형, 감형 있는 종신형과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병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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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발의된 '사형제 폐지' 법안에 서명한 국회의원은 175명이었다. 당시 의원 정수는 299명으로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에 서명한 의원들이 모두 폐지 쪽에 표를 던졌다면 사형제가 폐지될 수도 있었다. 2015년 사형제 폐지 법안에도 172명이 발의에 동참했다. 그뿐이었다. 이제까지 국회에 사형제 폐지안은 7번 제출됐는데 모두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본회의까지는 가지도 못했다. 20대 국회에선 이상민 의원 등이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의원 측은 이번에는 실제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도록 최대한 많은 의원들이 발의에 동참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2020년 20대 국회가 막을 내리기 전에 사형제 폐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까.
심영구 취재파일용900~?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사형 집행당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분명치 않다. 지난 10월 10일 열린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토론회에서 이덕인 교수는 민간법원에 의한 사형집행 인원이 인용 자료와 시점에 따라 900~1,634명으로 편차가 크다고 밝혔다. '사법 살인'으로 불렸던 진보당 당수 조봉암을 비롯해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로 평가된,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 집행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8명 등이 포함돼 있다. 제주 4.3과 여순 사건, 한국전쟁 등에서 군사재판에 의해 사형선고 및 집행된 인원은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른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마저도 시점 따라 제각각이다. 다만 분명한 것 하나는, 1997년 12월 이후 사행집행 인원은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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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0일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사형 집행이 정지된 날 수. 1997년 12월 30일 이후 지금까지 7,651일째 사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햇수로는 약 21년이다. 이 숫자는 당분간 계속 늘어갈 것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게 법원은 사형 확정 선고를 내려야 했을까? 무기징역은 그의 범죄에 비하면 가벼운 처벌일까? 정답은 없다. 사형제는 폐지해야 하는가? 사형제 유지가 범죄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피해자 유족과 국민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질적 사형폐지국'의 사형은 '무늬만 사형', '사실상 종신형'과 다르지 않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선 사형수 일부를 특별사면, 무기징역으로 감형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2007년 이후 중단됐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 21년,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논의를 계속 미루기만 해온 21년이기도 했다. '사형폐지국'으로 갈 지 말 지를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