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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제는 2군, 오늘은 1군…정우영이 뮌헨에서 '내일의 스타'로 자라는 비결은?

스마트 소통과 스마트 관리…인공지능이 돕는다!

지난 수요일 새벽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꿈의 무대' 데뷔전을 치른 정우영(19)은 주말 다시 2군 무대로 내려가 리그 7호 골을 터트렸습니다. 뮌헨에서 만난 정우영은 "1군의 빠른 경기 템포에도 맞춰야 하고, 2군에 돌아오면 여기 팀 분위기에 녹아들어야 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1군과 2군은 선수 구성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훈련 프로그램, 일정 등이 모두 다릅니다. 심지어 등번호도 그렇죠. 정우영은 2군에선 리베리와 같은 7번이지만, 1군에선 20번 유니폼을 입고 뜁니다. 완전히 다른 두 팀을 3~4일 간격으로 오가며 뛰고 있는 거죠. 이제 입단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19살 한국인 선수에겐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정우영이 현지 언론으로부터 '내일의 스타'로 꼽히며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데는 정보 통신 기술이 한몫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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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군과 2군, 팀 전체를 이어주는 '스마트 소통'

정우영 선수는 2군에서 훈련하다가도 당장이라도 1군에서 부르면 바로 합류해야 합니다. 빠르게 1군에 녹아들려면 흐름을 꿰고 있어야 하겠죠. 최근 경기와 훈련 내용, 분위기, 또 무엇보다 다가올 상대 팀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해야 합니다.

상대 팀의 예상 포메이션, 득점 루트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이때 도움을 주는 게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협력사인 SAP가 개발한 '스포츠 원'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전 세계 7500여 경기, 1만여 골 장면을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정보를 제공합니다. 선수들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장면과 정보를 볼 수 있죠.

SAP의 스벤 슈베린밴첼 수석 매니저는 "이 프로그램으로 팀 전체가 하나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누구나 쉽게 특정 장면을 편집해 공유할 수 있고, 단체 혹은 개별 채팅방을 열어 토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우영 선수의 현지 적응을 돕고 있는 조슈아 키미히 선수가 "A 선수의 이 공격 전개 장면을 주의 깊게 보면 수비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이 편집한 장면을 정우영 선수에게 보내고,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거죠.
[취재파일] 어제는 2군, 오늘은 1군…정우영이 뮌헨에서 '내일의 스타'로 자라는 비결은
[취재파일] 어제는 2군, 오늘은 1군…정우영이 뮌헨에서 '내일의 스타'로 자라는 비결은
니코 코바치 뮌헨 감독 역시 2군에 있는 정우영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2군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하지 않더라도 정우영의 1대1 드리블 장면, 득점 및 슈팅 장면, 수비 장면 등을 인공지능 기술이 찾아서 경기 직후 제공합니다. 이를 토대로 2군 코칭스태프와 의견을 나눌 수도 있죠.

SAP는 전 세계 53개 축구팀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매주 5만 건 이상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프 융킨트 SAP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모든 기술은 팀 안에서 더 잘 소통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우영 선수 역시 "경기를 뛴 뒤 한 시간 뒤면 분석된 내 모습을 휴대폰으로 쉽게 볼 수 있다"면서 "2군에서도 1군과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따르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 스마트 관리…"심장 박동 수를 맞춰라!"

1군과 2군을 숨 가쁘게 오가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겁니다. 여기서도 뮌헨은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합니다. 손흥민의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훈련 프로그램에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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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정우영의 회복 훈련을 취재하러 갔던 날, 2군 코칭스태프는 정우영에게 아주 세세한 지시를 했습니다. "지금부터 5km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달리는 내내 심장 박동 수를 150bpm에 맞춰라"라는 식입니다. 코칭스태프는 지난 경기에서 뛴 거리, 시간, 회복 속도에 따라 모든 선수들에게 다른 주문을 했습니다.

선수들은 가슴에 찬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워치로 실시간 전하는 정보를 확인하며 훈련을 마쳤습니다. 정우영 선수는 "한국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훈련 방법이 존재한다"면서 "현재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반응 속도를 높이는 훈련도 따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정우영
● AI와 머신러닝…가능성과 한계

SAP의 전문가들은 그들이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썼던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스포츠 원에도 적용했습니다. 융킨트 씨는 "과거에는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스카우트를 한국에 파견하고, 그가 수집해온 자료를 토대로 회의를 열어 결정해야 했다"면서 "이제는 AI가 전 세계의 선수를 분석해 특정 팀에 맞는 후보를 추천한다. 잠재적 후보의 상황을 실시간에 가깝게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해 더욱 정확한 정보를 팀에 제공하게 됩니다. 훨씬 더 적은 노력으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전력 분석, 선수단 관리, 연봉 책정 등 활용범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코칭스태프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슈베린밴첼 씨는 "우리는 스포츠팀에 '분석 도구'를 개발해 제공할 뿐이다"면서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더라도 팀의 철학에 따라 활용법이 현격히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팀의 철학에 따라 '알고리즘'이 다르게 적용되고, 그에 따라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대상과 방법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어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 모두 스포츠 원을 활용하지만, 그들은 전혀 다른 알고리즘을 적용한다"면서 "결국 감독이 어떤 알고리즘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뮌헨은 지금 빠르고 골 결정력이 탁월한 측면 공격수를 찾고 있습니다. 로번과 리베리 등의 기량이 예전 같지는 않으니까요. 정우영 선수에게 거는 기대도 그래서 더 큰 거죠. 코바치 감독은 정우영 선수의 장단점을 분석해 제2의 로번, 리베리로 키우는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합니다. 또 당장 겨울 이적 시장에서 새로운 선수를 찾을 수도 있겠죠. 분명히 그 인공지능은 손흥민 선수도 추적, 분석하고 있을 겁니다.

(이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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