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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사건' 노태우 정권,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조작

<앵커>

노태우 정권 시절 사회운동을 하던 김기설 씨가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는데, 검찰이 김 씨의 동료였던 강기훈 씨가 김 씨의 유서를 대필하고 또 방조했다며 기소한 사건이 유서대필 사건입니다. 이 일로 3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 씨는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사건의 배후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정권 차원에서 조작된 일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형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김기설 씨가 분신한 1991년 5월 8일 아침, 노태우 정권 청와대가 치안관계 장관회의를 연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기부장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분신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됐고, 회의 결과는 곧바로 검찰 수뇌부에 전달됐습니다.

당시 정구영 검찰총장은 "분신 사건에 배후가 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서울지검 강력부는 유서 필적에 대한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유서 대필 용의자로 강기훈 씨를 지목했습니다.

그래서 조사단은 분신 배후를 조사하라는 수사 지침이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에 의한 것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필적 감정도 엉터리였다고 조사단은 밝혔습니다.

당시 검찰은 필적 확인을 위해 전민련으로부터 숨진 김 씨의 수첩을 제출받았는데, 필적은 대조하지 않은 채, 수첩에서 찢어져 나온 3장의 절취선이 수첩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수첩이 조작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조사단은 검찰이 지적한 3장 말고도 수첩에 찢어진 부분이 더 있었는데, 검찰이 특정 부분의 절취선만 비교해 부실 감정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사위원회는 "무고한 사람을 유서 대필범으로 조작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검찰총장이 강 씨에게 직접 사과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6년 전 암 수술을 받은 강기훈 씨는 전남 강진으로 거처를 옮겨 투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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