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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전두환 때도 나왔던 '법관 탄핵 발의'…추진 시 탄핵 명단에 이름 올릴 판사는?

[리포트+] 전두환 때도 나왔던 '법관 탄핵 발의'…추진 시 탄핵 명단에 이름 올릴 판사는?
사법 농단 사건이 '법관 탄핵'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9일, 대법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 농단 사건에 대해 "법관 탄핵·파면까지 검토돼야 할 헌법 위반 행위"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전국의 법관 대표들이 모여 3시간 넘게 격론을 벌인 끝에 내려진 결론이었습니다.

현직 판사들이 이렇게 공개적이고 조직적으로 동료 판사를 탄핵해달라는 의견을 밝힌 것은 우리나라 사법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법관들 스스로 법관 탄핵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정치권도 바빠졌습니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바른미래당 역시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법관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는 것은 1985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인데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헌정사에 2번뿐이었던 '법관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을 짚어보고, 만약 탄핵이 추진된다면 그 대상은 누가 될지 정리해봤습니다.

■ "법관이 헌법·법률 위반한 경우 탄핵 의결할 수 있다"…탄핵안 가결 가능성은?
[리포트+] 전두환 때도 나왔던 '법관 탄핵 발의'…추진 시 탄핵 명단에 이름 올릴 판사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법관의 의무. 만약 법의 심판관인 법관들이 중대한 위법·위헌 행위를 저질렀다면 누가,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요? 헌법에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진 조항이 있습니다. 헌법 제65조에는 법관이 직무집행 중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는 법관뿐 아니라 대통령,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 법률이 정한 공무원에게 해당되는 조항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조항에 따라 청와대를 떠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안을 냈다고 해서 바로 탄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발의와 의결 단계를 거쳐야 하고,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가 내립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탄핵안을 발의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1/3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은 299명으로, 법관 탄핵을 밀어붙이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이 129명이기 때문에 발의에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문제는 발의 후 72시간 이내에 재적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 의결 단계입니다.
[리포트+] 전두환 때도 나왔던 '법관 탄핵 발의'…추진 시 탄핵 명단에 이름 올릴 판사는?
현재 상황에서 법관 탄핵안에 대한 찬성 의결인 '가결(可決)'을 이끌어 내려면 150석을 확보해야 하는데요. 112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데다가, 30석을 확보하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가결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만약 가결된다 해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때 소추위원장을 맡는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강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 1985년과 2009년 두 차례 법관 탄핵 시도…모두 국회 본회의 문턱 못 넘어

과거에는 이런 사례가 없었을까요? 1985년, 2009년에 이미 법관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법관 탄핵안 발의 1호의 불명예를 안은 것은 유태흥 전 대법원장입니다.

전두환 정권이었던 1985년, 유 전 대법원장은 당시 불법 시위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진 학생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박시환 판사를 지방으로 좌천시켰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판사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당시 야당이었던 신한민주당은 탄핵안을 발의했으나, 당시 재적의원 247명 중 찬성95표, 반대 146표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습니다.

두 번째로 법관 탄핵안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신영철 전 대법관이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거셌던 지난 2008년, 신 전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기식'으로 배당하고,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라"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당시에도 법관 탄핵안이 발의됐지만,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 표결 시한 72시간을 넘겨 자동폐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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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 농단으로 조사받은 판사만 수십 명…탄핵 추진 시 대상은?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의 사법 농단 사건 수사. 지금까지 조사받은 판사들만 수십 명에 달하는데요. 만약 탄핵이 추진된다면 어떤 법관이 대상에 오르게 될까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과 시민단체들이 탄핵 대상으로 꼽은 현직 법관은 6명입니다. 사법 농단 연루 사실이 법원 내부 조사에서 드러나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이규진 전 양형위원 등 5명과 강제징용 소송 지연에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대법관입니다.

하지만 검찰에서 조사받은 판사들은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관련자로 적시된 판사는 50여 명에 달하는데요. 이 가운데 임 전 차장과 함께 재판 개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현직 판사는 3명, 사법 농단 관련 문건을 작성하는 등 임 전 차장의 지시를 이행한 현직 판사는 30여 명입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탄핵이 추진된다면 대상과 범위는 넓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민변 사법농단TF 서기호 탄핵분과장은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방대한 범죄 사실에 대해서 다수의 판사들이 관여돼 있는 게 드러났다"며 "임종헌 공소장을 토대로 해서 추가로 탄핵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당은 어제(20일)부터 곧바로 탄핵 소추안 발의에 착수했는데요.

정치권 역시 검찰의 수사 결론에 해당하는 공소장을 토대로 사법 농단 사건에 연루된 법관 전체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민변과 시민단체 등이 꼽은 6명보다 탄핵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선출된 권력인 입법부가 사법부 법관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현실화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취재: 전형우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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