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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곤 회장 체포'…닛산은 왜 검찰의 손을 빌렸나?

[취재파일] '곤 회장 체포'…닛산은 왜 검찰의 손을 빌렸나?
세계 2위 자동차 동맹인 닛산-르노의 회장이자 일본 닛산자동차 부활의 주역으로 평가받아 온 카를로스 곤 회장이 도쿄지검 특수부에 지난 19일 체포됐다. 곤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의 급여 99억9800만 엔(한화 약 1천억 원)을 49억8700만 엔(한화 약 500억 원)으로 일본 유가 증권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투자하고 브라질 등 해외 4곳의 호화주택을 자회사가 구입한 뒤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외감법 위반, 배임, 횡령 혐의에 탈세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검찰-닛산 '플리바게닝' 합의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번 수사를 위해 지난달 지방에서 검사를 파견받았고 해외 출장을 통해 곤 회장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극비리에 수사를 진행하면서 곤 회장이 해외에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체포했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검찰의 대기업 수사는 회사 내부에 불만을 가진 인물의 제보나 국세청 등 국가 기관의 사전 조사에 따른 고발로 착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닛산 측이 곤 회장 몰래 사내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검찰과 '플리바게닝'(일본에서는 사법거래(司法取引)라고 표현)에 합의해 닛산 내 곤 회장 비위행위에 참여한 실무자들에 대한 처벌 경감을 약속받았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사 기업 회장도 모르게 내부에서 회장 본인의 비리를 조사해 검찰에 정보를 넘겼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곤 회장의 급여 허위기재 혐의는 일본법상 양벌규정이 있어 법인도 7억 엔(한화 7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회사의 이미지 추락 또한 불을 보듯 뻔한데도 검찰 수사 시작과 함께 대대적 기자회견까지 벌여 곤 회장의 비위 혐의를 이야기하며 성토했다. 전 언론이 곤 회장 수사 속보를 매일 탑으로 보도하는 가운데 곤 회장이 무상으로 회사에서 제공받았다는 해외 4곳의 주택까지 정확하게 찍어 촬영이 가능한 것도 누군가의 의도적인 정보제공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과거 도요타 자동차와 일본 자동차 산업의 양대 축을 형성했던 닛산자동차는 1990년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프랑스 르노에게 인수당했고 당시 르노에서 파견된 CEO 곤은 '닛산 리바이벌 플랜'을 주창하며 회사를 되살렸다. 계열사를 대폭 줄이고 극단적 구조조정을 통해 20조 원이 넘는 부채를 1년 만에 흑자로 돌리면서 일본 산업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곤 회장으로 이번 사건으로 돈에 지나치게 집착한 '파렴치범'으로 몰렸다.
닛산 자동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佛 "곤 해임 안 해"…日과 갈등설도

도쿄지검의 곤 회장 수사를 두고 일본에서는 프랑스-일본의 갈등이 배경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르노는 닛산의 지분을 43%가량 가지고 있고 반대로 닛산은 르노의 지분 15%를 가지고 있다. 지분 상 르노가 닛산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기술력은 닛산 쪽이 뛰어나기 때문에 실제 현재 두 회사의 동맹은 닛산이 르노를 받쳐주고 있는 형국이다. 연 매출도 닛산이 르노보다 4조 엔(한화 40조 원) 이상 많고 자동차 판매도 2백만 대 이상 더 많다.

그런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르노가 닛산을 합병해야 한다는 견해를 지속적으로 밝혔고 이에 대한 일본의 경고가 곤 회장 체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닛산 입장에서는 곤 회장의 비위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사회 등의 절차로는 시간적 한계 등이 있는 만큼 도쿄지검 특수부라는 칼을 빌려 사건을 해결했을 수 있다. 일종의 음모론인데 여러 정황 등을 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분석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체포되자마자 곤 회장을 닛산자동차 등 회장 자리에서 해임했지만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는 일단 해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 표시일 수도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여러 설들이 난무할 뿐이지만 닛산으로서는 이미지 추락과 검찰 조사 등을 감수하더라도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를 뼈를 끊는다)의 자세로 프랑스로부터 회사를 지키고, 도쿄지검 특수부는 해외로 넘어가는 2만 명이 넘는 일본 노동자를 잘라내고 일본 대표 기업에 군림한 외국인 회장의 비위를 밝혀 수 년 동안 떨어진 자신들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구도를 기획했다면 이번 수사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는 아무래도 맞아떨어진 것 같이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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