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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반도체 원조' 쫓겨나듯 미국으로 떠난 사연

삼성전자보다 먼저 반도체를 만든 원조가 있습니다. 73년 강기동 박사가 설립한 '한국 반도체 주식회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회사를 나와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서울대 공대를 졸업 후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강 박사는 62년 미국 모토로라사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 핵무기 경쟁을 벌였고 그는 핵미사일에 탑재되는 컴퓨터 반도체 관련 연구를 주도했습니다.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미니트맨2 (미국의 핵미사일)에 컴퓨터가 들어가 있어요. 핵심 부품이죠. (그걸) 제가 만든 거예요.]

강 박사는 그때 개발한 반도체 제조기술을 갖고 귀국했고 그가 가져온 기술로 처음 만든 제품은 전자 손목시계용 칩으로 한국에서 생산된 최초의 반도체였습니다.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당시) 제품이 굉장히 팔렸어요. 420만 불(현재 가치 약 180억 원)어치를 팔았어요. 그러면 대성공한 거 아니에요.]

하지만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고 유류 파동이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은 빠져나갔습니다. 대출 연장도 무산돼 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를 매각해야 했습니다. 이때 삼성이 나타났는데요.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이병철(당시 삼성 회장)이 50만 불을 내고 50%를 인수했지만…]

합병 후 파견된 삼성 임원들과 일하다 갈등이 불거졌고 모함을 버티다 못해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쫓겨나듯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미국에서) 취직할 데가 없어요. 제일 무서운 게 반도체 공장은 근처에 갈 수가 없어요. 금지된 미국 국방 기술의 해외유출. 그건 스파이 행위라고…]

재능을 살려 전자제품 수리상을 열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가족관계는 나빠졌고 고국에서 들려오는 삼성 반도체 소식은 더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정말… 이 순간까지…]

4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세월을 되돌아보며 지난 일을 이제는 이해한다고 합니다. 평생 삼성전자를 미워했지만, 그는 반도체 산업을 더 키워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비록 돈도 명예도 얻지 못했지만,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도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삼성이 원조 아니었어? 한국 최초 반도체 만든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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