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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우리 국민에게 영웅으로 남았다"…남수단 교과서 실리는 故 이태석 신부

[리포트+] "우리 국민에게 영웅으로 남았다"…남수단 교과서 실리는 故 이태석 신부
세종대왕, 이순신, 신사임당. 후대에 길이 남는 업적을 남기고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교과서 속 위인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1만여 km 떨어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한 한국인의 삶과 업적이 담긴 교과서가 발간됐습니다. 남수단 교과서에 실리는 최초의 외국인, 바로 우리나라의 故 이태석 신부입니다.
[리포트+] '우리 국민에게 영웅으로 남았다
교과서는 새 학기에 맞춰 내년 2월부터 일선 학교에 보급될 예정인데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지구 반대편 남수단 교과서에 실리게 된 이유를 알아보고 "수단의 영웅이자 슈바이처"로 불렸던 그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 "남수단 국민에게 영웅으로 남았다"…이태석 신부 생전 모습 담긴 교과서

남수단 교육부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이태석 신부를 교과서에 수록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교과서에는 이 신부의 이야기가 상세히 담겼는데요. 남수단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는 3페이지에 걸쳐, 고등학교 시민생활 교과서에서는 2페이지에 걸쳐 그의 이야기를 서술했습니다.

두 교과서는 이 신부가 1962년 태어났을 때부터 학창 시절, 그리고 남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과정까지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내년 2월부터 학생들이 보고 배우게 될 교과서를 살펴보면 남수단 정부가 이 신부에 대해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많습니다.
[리포트+] '우리 국민에게 영웅으로 남았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이 신부가 가톨릭 신자, 기독교도, 이슬람교도 등을 가리지 않고 치료했다"며 칭찬했고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남수단의 열악한 지역인 톤즈 주민을 위해 헌신한 이 신부가 남수단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영웅으로 남아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지 매체는 남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외국인이 교과서에 소개된 것은 한국인인 이 신부가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 의과대학 졸업한 신부…남수단 오지 마을 '톤즈'의 유일한 의사가 되기까지

이 신부는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사제로 살겠다고 결심해 신학교를 마친 뒤 아프리카 선교 활동에 나섰습니다. 당시 아프리카 수단은 1983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남수단은 2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내전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빈곤에 시달리고 병에 걸려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는 생전 이 신부의 모습이 담겼는데요. 그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남수단에 처음 왔을 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라는 느낌을 들었다"며 "많은 것이 부족해도 뭔가 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 때문에 여기 오기로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이 신부는 남수단의 오지 마을 톤즈에 정착했습니다. 그는 톤즈의 유일한 의사로, 움막 진료실을 만들어 밤낮없이 환자를 돌봤고 작은 병원도 세웠습니다. 실제로 남수단 교과서에는 이 신부가 "작은 진료실에서 하루에 약 30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이태석 신부 닮고 싶다"…세상을 떠난 뒤에도 남은 그의 흔적

이 신부가 톤즈 주민들에게 의사 역할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35인조 브라스밴드(brass band)를 만들어 내전에 동원됐던 아이들 손에 총 대신 악기를 쥐여줬습니다. 이 밴드는 정부 행사에 초청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현지에서 '쫄리'(John Lee)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불렸던 이 신부는 톤즈의 의사이자 교육자, 음악가였습니다.

남수단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을 도왔던 이 신부. 하지만, 2008년 잠시 귀국했던 그는 다시 톤즈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2년간의 암 투병 끝에 이 신부는 2010년 1월 14일 48살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 신부가 실천한 사랑은 또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15일 부산 인제대 의과대학에서는 특별한 졸업생이 나왔습니다. 이 신부가 졸업한 모교이기도 한 인제대 의대에서 남수단 톤즈 출신의 토마스 타반 아콧이 학위를 취득한 겁니다. 10대 시절 이 신부의 미사를 도우며 의사를 꿈꿨던 그의 지금 목표는 훌륭한 외과 전문의가 돼 남수단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리포트+] '우리 국민에게 영웅으로 남았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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