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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세먼지, 어린이 자폐증 발병 위험 높인다

[취재파일] 미세먼지, 어린이 자폐증 발병 위험 높인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날의 미세먼지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다. 현재 미세먼지 농도는 얼마나 되고 예보는 어떻게 나왔는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부터 열어본다. 미세먼지가 극성인 요즘 어린아이를 밖에 내보내는 하루하루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부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어제(6일)부터는 서울, 경기와 인천, 충청,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최고 200㎍/㎥ 안팎까지 올라가고 있다. 연평균이 25㎍/㎥인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보다 농도가 최고 8배 정도나 높은 것이다. 당연히 '나쁨'~'매우 나쁨' 수준으로 서울, 경기와 충청, 호남 대부분지역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수도권에는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이런 가운데 삶의 초기인 0~3세 어린아이가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자폐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Chen et al., 2018). 호주와 중국 공동연구팀은 중국 상하이에 살고 있는 3~12세 자폐스펙트럼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 어린이 124명과 정신적으로 건강한 어린이 1,240명을 대상으로 0~3세 사이에 미세먼지에 노출된 정도와 자폐스펙트럼장애 발생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미세먼지 노출이 미치는 영향만을 독립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아기, 아이, 어린이, 갓난아기 (사진=픽사베이)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로 유아기에 옹알이를 하지 않거나 이후에도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거나 미소 짓기, 대화 등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정서적 공감이나 교류가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특히 특정 물건이나 본인이 정해놓은 행동양식이나 순서에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자료:두산백과).

분석결과 어린아이들이 태어난 뒤 3년 동안 노출된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는 95.4㎍/㎥,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66.2㎍/㎥, PM1 평균 농도는 48.8㎍/㎥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걸릴 위험도는 높아졌는데 PM1 농도가 사분범위(Inter quartile range)인 4.8㎍/㎥ 만큼 높아질 경우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걸릴 위험도는 86%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PM2.5 농도가 사분범위(3.4㎍/㎥)만큼 높아질 경우 위험도는 78% 높아졌고, PM10 농도가 사분범위(4.9㎍/㎥)만큼 올라갈 때는 위험도가 68%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태어난 뒤 2~3년 사이에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자폐스펙트럼장애 발병 위험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임신부가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 경우, 또는 출산 전후에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 경우 태아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있었지만 태어나 삶의 초기인 0~3세에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돼도 아이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 않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미세먼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아이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탯줄을 통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보다 많은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이 지적인 발달과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태어난 지 2년~3년 사이에는 태어난 직후보다 호흡량이 늘어나 미세먼지를 더 많이 마시는 것이 자폐스펙트럼장애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극히 작은 먼지인 PM1의 건강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 지역의 경우 초미세먼지(PM2.5)의 80% 정도가 PM1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먼지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폐를 통과해 혈관으로 들어가 온몸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는 더욱더 해로울 수 있다. 하지만 건강에 치명적인 극히 작은 먼지인 PM1에 대한 환경 기준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2017) '랜싯 환경오염⋅보건 위원회(The Lancet Commission on pollution and health)'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초미세먼지(PM2.5) 때문에 자기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조기 사망하는 사람은 2015년 한 해에만 420만 명이나 된다. 환경부가 국회 홍철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015년 한 해 동안 초미세먼지로 인해 1만 1,924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가 깨끗하다고 조기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호주에서도 연평균 3,000명 정도가 미세먼지 때문에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기 중에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있으면 건강에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미세먼지는 어느 정도까지는 공기 중에 있어도 건강에 괜찮고 어느 정도부터는 건강에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나 공장이 내뿜는 미세먼지 말고 자연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까지 고려할 경우 공기 중의 미세먼지를 100%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생각하면 중국발이든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든 공기 중에는 미세먼지가 없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참고문헌>

* Gongbo Chen, Zhijuan Jin, Shanshan Li, Xingming Jin, ShiluTong, Shijian Liu, You Yang, Hong Huang, Yuming Guo, Early life exposure to particulate matter air pollution (PM1,PM2.5andPM10) and autism in Shanghai, China : A case-control study, Environmental International, 2018, https://doi.org/10.1016/j.envint.2018.1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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