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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분유 대신 성인 영양식…'아이 없는 사회'가 바꾼 풍경

<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한승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를 언젠가부터 급속하게 바꿀 거라더니만 아가들 분유 회사에서 노인들 식품을 내놨어요?

<기자>

네, 우리나라 분유 시장에서 제일 큰 회사 2곳이 남양유업, 매일유업입니다. 말씀하신 제품을 내놓은 데는 매일유업이고요.

나이 들면 근육이 줄어드니 연구소까지 만들어서 단백질 보충하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먹는 연령대가 기존과는 극과 극인 너무 다른 제품이죠.

요새 분유 회사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모유 수유가 늘기도 하고, 수입산 분유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요. 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분유를 먹어야 되는 아기들이 줄고 있다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분유 시장 규모를 3천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3년 전하고 비교를 해도 500억 원 정도가 줄어드는 겁니다.

애들이 줄어든다는 건 자연스럽게 우유 매출 감소로도 이어집니다. 우유 급식이다 뭐다 해서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이 먹게 되니까요.

이렇다 보니까 분유 업계 1위인 남양유업도 사실 이제 분유보다는 몇 년 전에 진출한 커피믹스 사업 쪽에 훨씬 더 주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저출산이 심각하다 말은 하는데 이쪽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당장 매출이 줄어드는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 업종이다 보니까 이런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앵커>

확실히 생존이 걸린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을 하는 데 반대로 그러면 노인들 위한 음식 시장은 좀 커지겠네요?

<기자>

네, 인구구조가 바뀌면 거기 맞춰서 경제 구조, 산업 구조도 바뀔 수밖에 없겠죠. 음식 시장도 대표적인 분얍니다. 업계에서는 실버푸드라는 말까지 쓰이고 있는데 농식품부가 추정을 해 봤습니다.

2011년 5천100억 원이던 실버푸드 시장규모가 작년에 1조 1천억 원으로 커졌고요, 올해는 2조 원, 내후년에는 16조 원까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겁니다.

실제로 CJ나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하림 같은 대형 식품 업체들도 이 시장에 계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연화식이라고 하는데요, 맛이랑 모양은 유지하면서도 아주 부드럽게 만들어서 씹기 편하게 하는 겁니다.

불편하니까 못 드시는 거지 나이 들었다고 왜 갈비찜 같은 게 드시고 싶지 않겠어요. 기업들이 먼저 이렇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정부도 이제 관련 기준들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경도, 그러니까 음식이 얼마나 단단한지에 대한 기준이라든가, 또 단백질이나 칼슘처럼 나이 들어서 꼭 필요한 영양소들의 함량 기준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식약처가 마련했고요.

또 이건 식품이지 건강식품은 아니기 때문에 무슨 효과가 있다고 광고를 하거나 이런 건 또 안 되는 거여서 그런 허위 과대광고에 대한 부분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꼭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출산은 사실 사회적인 재앙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데 출생이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나요?

<기자>

내일(24일) 8월달 인구 동향이 나옵니다. 출생아 숫자는 월별로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보통 전년도 같은 달 하고 비교를 하게 되는데요, 지금 보시는 게 월별 출생아 그래프입니다.

제일 위가 재작년, 두 번째가 작년, 제일 아래가 올해입니다. 1년 열두 달 전부 전년도보다는 적다는 게 한눈에 보입니다.

2분기에 합계 출산율이 0.97명이었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는 아이 숫자가 1명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대로 가면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연간 합계 출산율도 한 명 밑으로 내려갈 것 같습니다.

출산율이 1.3명 아래로 내려가면서 저출산 얘기 나온 게 2002년입니다. 그때 태어난 애들이 벌써 17살이고, 그 아래로는 전부 동갑내기가 적은 아이들이라는 거죠.

10년 15년 지나면 얘들도 결혼할 때가 될 텐데 숫자 자체가 적기 때문에 거기서 새로 태어날 아이도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출산율 높이려는 노력은 당연히 계속 해야 되는 거고, 그런데 2005년 2010년 출생아를 지금 늘릴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분유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이제 새로 휴대폰 살 사람도, 자동차 살 사람도 줄어들 겁니다.

이런 상황을 이제 일반적인 걸로 받아들이고, 기업이든 정부든 개인이든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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