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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가짜뉴스 근절하자" vs "보수언론에 재갈 물리냐"…가열되는 가짜뉴스 규제 공방

[리포트+] "가짜뉴스 근절하자" vs "보수언론에 재갈 물리냐"…가열되는 가짜뉴스 규제 공방
"(문재인 대통령의) 조는 모습이. 많이 존다는 건 치매의 하나의 증상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 사람(고 노회찬 의원)은 다른 데서 죽임을 당한 겁니다."

이 말은 모두 구독자가 3만 명에서 많게는 15만 명인 유튜브 채널에서 뉴스 논평처럼 전한 소식입니다.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이른바 '가짜뉴스'입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는 가짜뉴스가 극성을 부리면서 마침내 정부도 칼을 빼들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했다는 가짜뉴스까지 돌자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정부 여당도 규제방안을 내놓으면서 말 그대로 '가짜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시민사회에서는 가짜뉴스로 대표되는 이런 허위 정보가 문제는 있지만 정부가 규제한다고 해결될 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 "이낙연 총리가 북한 김정은을 찬양했다?"…바야흐로 지금은 '가짜뉴스 전성시대'
[리포트+] '가짜뉴스 근절하자
가짜뉴스의 성행에 정부는 강력히 대응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말이 신호탄이었습니다. 법무부는 중대 사안이면 고소나 고발 없이도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움직이고 여당이 뒤를 받쳤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은 지난 4월 발의한 법안의 이름을 법안심사과정에서 '허위조작정보유통방지에관한법률안', 일명 '허위정보방지법'으로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이나 선관위 등이 허위라고 판단한 뉴스들은 소셜네트워크 업체가 유통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총리가 가짜뉴스를 엄단하겠다고 나선 것은 표현의 자유는 물론 보수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권위주의적 행태'라며 반발했습니다.

조작된 허위정보를 대상으로 한다면 현행법으로 처벌이 충분하다며 가짜뉴스인지 아닌지는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리포트+] '가짜뉴스 근절하자
가짜뉴스 대처를 둘러싸고 여야의 입장이 분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 "가짜뉴스 규제는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할까?"…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려

그렇다면 가짜뉴스는 어느 정도까지 규제가 가능할까요? 시민사회는 규제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가짜뉴스를 정의하기가 어렵고 처벌하더라도 명예훼손죄 등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규제가 또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한 야당 의원 지지 게시판에 '전북 완주에 가면 전주 김 씨 시조 묘가 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면 성묘하는 방안을 전라북도가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올라온 일이 있었습니다.

SBS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전라북도가 예전에 남북교류협력 사업 아이디어로 검토했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논의 결과 사업에서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한때는 사실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가짜뉴스인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가짜뉴스가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이 글은 언론사 보도가 아니고 특정인을 겨냥한 글도 아니기 때문에 언론중재법이나 정보통신망법 같은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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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막는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 과거에도 비슷한 법 조항은 존재했습니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조항입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2010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게 적용된 재판에서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당시 결정문을 보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법 규정이 명확해야 하는데 공익이라는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여야가 지금까지 발의한 가짜뉴스 규제법안들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을까요?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비롯해 SBS가 취재한 교수들은 "가짜뉴스 정의가 불분명하다"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법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다" 이렇게 위헌 소지를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법안마다 가짜뉴스 정의가 전부 다 다른 상황이라 만약에 법이 만들어지더라도 권력이 불편해할 만한 글들이 가짜뉴스로 몰릴 것이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입니다.

■ "내로남불?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짜뉴스 둘러싼 정치권의 묘한 기시감

가짜뉴스 규제를 둘러싼 공방은 정치권을 달구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여야의 입장이 4년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겁니다. 4년 전 당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가짜뉴스를 엄단하겠다고 하니까 야당은 "SNS의 정화기능을 얕보지 말라"고 반발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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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발언 이틀 뒤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자 엄벌' '모니터링 강화' 등의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시대 역행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사이버 망명 사태로 번지자 원내대표까지 나서 "IT 공안정국이냐"며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SNS 자정작용을 얕보지 말라던 민주당은 특위까지 구성하며 정부의 엄단 대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수 논객들의 SNS 활동에 기대감이 커진 한국당은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표현의 자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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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 '공익을 해칠 목적의 허위통신'을 처벌하는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공익성 판단은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정보의 해악성은 국가가 재단할 게 아니라 사회의 자기교정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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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장훈경, 박세용, 권지윤 / 그래픽 :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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