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중국, 최근 3년 동안 초미세먼지가 20%나 줄었다는데…

[취재파일] 중국, 최근 3년 동안 초미세먼지가 20%나 줄었다는데…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발 미세먼지가 지난주 초 한차례 한반도를 훑고 지나갔다. 지난 14일(일)부터 17일(수)까지 전국 곳곳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까지 올라갔다. 올가을 들어 처음이다.

농도가 가장 높게 올라갔던 16일 충북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62㎍/㎥, 경북은 58, 울산과 광주는 52, 부산도 50㎍/㎥를 기록했다. 서울도 지난 15일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36㎍/㎥까지 올라갔다. 지난해(2017년) 연평균보다 초미세먼지 농도 25㎍/㎥보다 2배 이상 올라간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17개 지자체별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자료:환경부)
맑기만 하던 하늘이 뿌옇게 흐려진 것은 국내에서 내뿜은 미세먼지도 있지만 북서풍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평상시에는 전체 미세먼지의 30~50%,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에는 60~80% 정도가 중국발 미세먼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근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중국의 대기오염 관측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영국 연구팀의 논문이 발표됐다(Silver et al., 2018). 연구팀은 방대한 대기오염 관측 자료를 이용해 중국의 대기오염 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학자 모두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 연구진들로 겉보기에는 중국인 연구진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번 연구의 특징이다.

연구팀은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중국에 있는 1,601개 관측소와 홍콩에 있는 13개 관측소, 타이완에 있는 75개 관측소 등 총 1,689개 관측소에서 매시간 관측한 초미세먼지(PM2.5)와 질소산화물(NO2), 황산화물(SO2), 그리고 지상 오존(O3)의 농도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2015년 이후 중국의 대기오염 관측 자료는 중국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측정한 자료와 비교할 때 그 이전과는 달리 믿을 만한 자료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중국 지역 관측 자료의 품질검사도 철저히 했다고 밝히고 있다.

분석결과 1,689개 관측소 가운데 절반이 넘는 관측소에서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초미세먼지와 황산화물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물질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전체 관측소 가운데 53%의 관측소에서 크게 줄어들었는데 중국 전체를 평균해서 볼 때 매년 7.2%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3년 동안 20%나 낮아진 것이다. 특히 베이징의 경우는 매년 14.4%씩 초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전 연구 결과와 비교할 때 최근 들어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황산화물(SO2) 농도는 전체 관측소 가운데 59%의 관측소에서 크게 줄었는데 평균적으로 매년 10.3%씩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관측 자료를 크기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중앙값(median)을 보면 초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3.4㎍/㎥씩 줄었고 황산화물 농도는 매년 1.9㎍/㎥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기오염물질이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오존(O3) 오염은 대부분 관측소에서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중 최고 오존 농도는 전체 관측소 가운데 절반인 50%의 관측소에서 의미 있게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매년 5%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앙값으로 보면 매면 4.6㎍/㎥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소산화물(NO2) 농도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쓰촨성이나 주강 삼각주 지역의 경우는 크게 높아진 반면 홍콩 지역의 경우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체를 평균해서 볼 경우 질소산화물 농도는 다른 대기오염 물질과는 달리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고 최근 3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미세먼지 스모그
최근 중국의 대기오염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스모그와의 전쟁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대기오염이 개선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공기가 매우 깨끗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부터 중국의 관측 자료 자체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반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국 대기오염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초미세먼지와 황산화물 농도가 지속적으로, 특히 최근 들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일단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기오염은 여전히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환경보호부에 따르면 2017년 베이징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58㎍/㎥이다. 2017년 우리나라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5㎍/㎥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 이상 높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중국의 에너지 믹스에서 80%에 달하던 석탄의 비중이 최근 60% 정도까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매우 높은 것도 문제다. 특히 2017년에는 스모그와의 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석탄 소비량이 오히려 다시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스모그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는 질소산화물과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오존 오염도 문제다. 전기 자동차 보급 속도가 우리보다 매우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량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또한 대기오염은 기상이나 기후 조건에 따라 매우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최근 개선되고 있는 중국의 대기오염 상황이 전적으로 중국의 노력 덕분이라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최근에는 특히 중국이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완화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최근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성 등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지난해 대비 3%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한다. 지난 8월 발표한 5% 감축 목표에서 후퇴한 것은 물론 지난해 발표한 전년 대비 15% 감축 목표에 비하면 5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 전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경제문제가 발생하자 환경문제를 다시 뒤로 미룬 것이다. 중국이 스모그와 전쟁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작은 일만 생겨도 환경문제는 언제든지 아주 쉽게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변국의 우려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이다.

최근 중국 사람을 만나보면 '인류운명공동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누가 제일 먼저 사용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중국 외교의 목표다. 하지만 중국을 중심에 놓고 주변국보고 이해하며 따라 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주변국의 입장을 우선 고려할 때 진정한 '인류운명공동체'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대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대기오염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보다 적극적인 국제협력이 절실하다.

<참고문헌>

* Ben Silver, Carly Reddington, Stephen Arnold, Dominick V Spracklen. Substantial changes in air pollution across China during 2015 to 2017.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2018; DOI: 10.1088/1748-9326/aae718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