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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쓰레기 섬'으로 변한 바다…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이 주범

거북이 코에서 빨대를 제거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쳐)
몇 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다 거북이 사진입니다. 코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깊게 꽂혀 있고, 미국의 해양 생물학자 연구팀이 힘겹게 도구를 이용해 빨대를 빼는 모습입니다. 거북이는 고통스러운지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며 묵묵히 참는 모습은 마치 인간이 고통당하는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이 빨대를 제거하는 데 5분이나 걸렸습니다.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커졌습니다.
해양 쓰레기 - 정혜진 8리 / 송인호 취파용
하지만 경각심도 잠시. 그 후 몇 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원형으로 순환하는 해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특정한 해역에 모이는데 이로 인해 거대한 쓰레기 섬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2011년 연구에 따르면 대한민국 면적 절반 정도인 쓰레기 섬이 최근 크기가 급속히 늘어나 지금은 남북을 합친 면적의 7배인 155만㎢로 커졌습니다. 주로 북서태평양 어장 동쪽에 집중 분포해있는데, 90% 이상이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들입니다. 5대양에서 가장 큰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하와이 섬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텍사스 주 넓이의 두 배에 달합니다.
해양 쓰레기 - 정혜진 8리 / 송인호 취파용
이 거대한 쓰레기 섬을 해체하는 인류의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을 네덜란드의 한 젊은 벤처 사업가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시작한 겁니다. 2013년 2백만 달러로 시작했던 '바다 청소 프로젝트(Ocean Cleanup)'는 지금은 3천만 달러가 모여 본격 작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큰일을 해낸 주인공은 올해 24살의 네덜란드 출신 보얀 슬라트 씨입니다. 발명가인 이 청년은 내년 4월까지 1차로 북미 태평양 플라스틱 쓰레기 50톤 수거를 목표로 오는 2040년까지 세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90%를 해체하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오션 클린업 재단' 설립자 24살 보얀 슬라트
해양 쓰레기 처리 방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마치 바다에서 그물로 물고기를 잡듯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긴 U자형 파이프라인으로 가둬 배가 수거해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우선 북미 태평양 연안의 거대 쓰레기 섬에 약 600m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할 예정인데, 파이프라인에는 3m 정도의 그물이 바다 아래로 드리워져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두게 됩니다. 이 파이프라인에는 GPS장치도 있어서 위성으로 위치 추적이 가능하고, 쓰레기가 얼마나 모였는지 파악도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카메라도 달려 있어 원격조종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수거 장치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데만 무려 5년가량이 소요됐습니다.
해양 쓰레기 - 정혜진 8리 / 송인호 취파용
해양 쓰레기 - 정혜진 8리 / 송인호 취파용
이 프로젝트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작 해양 생물의 번식과 생존을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처리하지 못하는 데다, 해양환경보호 NGO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일부에서는 해양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인류가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되레 늘릴 것이란 주장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반론이나 주장도 이 청년의 노력과 열정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인류는 해양 생태계 보전에 너무 소극적이었고, 바다는 항상 청정하다고 착각해왔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생물자원의 보고이자, 중요한 식량 공급원입니다. 바다가 계속 오염되면 인간의 생존도 결국 위협받게 됩니다. 청년 발명가의 '바다 청소 프로젝트'를 계기로 지구촌의 플라스틱 사용 자제 운동이 확산하고, 이 청년의 바람처럼 인간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다시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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