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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 정신건강 위협…저소득 여성, 고소득 남성보다 2배 더 위험

[취재파일] 기후변화, 정신건강 위협…저소득 여성, 고소득 남성보다 2배 더 위험
지난 여름 100여 년 기상 관측 사상 최고의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10월 태풍 '콩레이'는 경남 통영에 상륙해 남부지방에 큰 상처를 남겼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더니 일본에는 12호 태풍 '종다리', 15호 '리피', 20호 '시마론', 21호 '제비', 24호 '짜미'까지 5개의 태풍이 잇따라 상륙했고 미국도 괴물 허리케인 '플로렌스'와 '마이클'이 잇따라 상륙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기록적인 폭염이나 가뭄, 한파, 폭우, 괴물 태풍 같은 기상 현상은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기록적인 기상 현상은 물질적인 피해뿐 아니라 불안이나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가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Obradovich et al., 2018).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하버드대학교, 에디스 너스 로저스 메모리얼 병원, 캘리포니아대학교(UCSD) 공동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인 약 20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조사 결과와 같은 기간 지역별 기온 변화와 비오는 일수, 초강력 허리케인 같은 자연 재난 영향 등 기상자료의 연관성을 비교 분석했다.
폭염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낮 최고 기온이 30℃ 넘어서는 날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평균 최고 기온이 10℃를 넘어서면서부터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해 월평균 최고 기온이 30℃가 되면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0.5% 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평균 최고 기온이 30℃를 넘어서면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1% 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 오는 날이 늘어날수록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 또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비 오는 날이 20일을 넘어서면서부터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1년에 비 오는 날이 25일을 넘어서면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1.5~2% 포인트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러 해 동안의 기온 상승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2002~2006년까지 5년과 2007~2012년까지 5년 동안의 기온 변화와 같은 기간의 정신질환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기온이 1℃ 상승한 지역의 경우 정신질환 유병률이 2% 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을철이나 겨울철보다는 봄철과 여름철에 기온이 높아질 때 정신질환 유병률이 더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자연재해를 겪을 때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카트리나 같은 재난을 겪게 되면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4% 포인트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정도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 그리고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후변화라도 소득이 하위 25%에 속하는 그룹은 소득이 상위 25%에 속하는 그룹보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60%나 더 많았다. 또 같은 기후변화에 대해 여성 역시 남성보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60%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이 낮은 여성의 경우 정신적으로 기후변화에 더욱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기후변화가 소득이 낮은 여성에 가하는 정신적인 위협은 소득이 높은 남성이 받는 위협에 비해 2배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히고 있다. 기후변화가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더욱더 소외시키고 정신건강 불평등을 더욱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업이나 일자리 부족, 각종 질병 등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인류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가 인류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로 이미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기후변화를 억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참고문헌>

* Nick Obradovich, Robyn Migliorini, Martin P. Paulus, and Iyad Rahwan, 2018: Empirical evidence of mental health risks posed by climate chang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http://www.pnas.org/cgi/doi/10.1073/pnas.180152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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