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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이면엔 '열정페이'…영화제들 '청년 착취'

<앵커>

지난주 폐막한 부산영화제,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이 영화제에서 일하려는 청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제의 화려한 레드카펫 뒤에서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이른바 열정페이를 감수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고통이 적지 않았습니다.

원종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A 씨는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출품작을 검수하는 비정규직에 채용됐습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기 일쑤였지만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시간당 적어도 1만 1천 원인데 실제로는 3천 원도 못 받았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비정규직 노동자 : 9시 반까지 야간근무라고 하나, 더 초과근무를 하면 7천 원이 나오고 11시 반까지 근무를 하면 만 원이 (나왔어요.) '네가 사인을 했으니까 이대로 일을 할 거면 하고 아니면 그만둬라'라고…]

A 씨처럼 이른바 '열정 페이'로 일한 제작진이 한둘이 아닙니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비정규직 146명의 근로계약서를 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분석해보니 절반 가까운 67명의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6월 열린 부산푸드필름페스타의 근로계약서는 더 심합니다. 연장 근로 수당이 없고 4대 보험도 안 된다고 대놓고 명시했습니다.

[박사영/공인노무사 : 근로기준법 제15조에 의거해서 이 부분에 한하여 무효입니다. 노동법이나 사회보험법을 회피하기 위한 사용자의 한 편법으로 (보입니다.)]

[이용득 의원/국회 환경노동위 (더불어민주당) : 이거 완전히 불법 아닙니까. (노동청이) 노동조건의 실태나 이런 걸 좀 조사를 해야 되거든요.]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자율적인 영화제 분위기상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운영하지 않았고, 예산상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달부터는 기본급을 올려서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현우/청년유니온 기획팀장 : 돈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화려한 거는 엄청 추구 하잖아요 영화제들이. 스태프들 입장에서는 괴리감이 들고. 이렇게 이제 갈아 넣어지다가 결국에 떠나가는 거죠.]

유럽 영화제들은 단기 노동 제작진에게는 직업 훈련 기회를 별도로 제공하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길까지 열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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