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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국종 "'날아다니는 응급실' 닥터 헬기 승인 지점, 한국만 집착"

<앵커>

그렇다면 왜 이럴 수 밖에 없었던 건지 구조적인 문제를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날아다니는 응급실'이라고 불리는 닥터 헬기는 현재 우리나라에 6대가 있습니다. 환자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날아갈거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닥터 헬기는 대형 재난 상황이 아니면 환자를 싣고 또 내릴 수 있도록 사전에 승인받은 특정 장소에서만 이륙과 착륙이 가능합니다. 이 장소를 인계점이라고 부르는데 인계점이 아닌 곳에서는 원칙적으로 헬기가 갈 수 없습니다. 그나마 몇 개 없는 이 인계점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고운 기자입니다.

<기자>

[2015년 5월 21일 '8뉴스' 中 : 해경 헬기가 추락했던 가거도는 주민이 5백 명이지만 목포에서 145km 떨어져 있어서 닥터 헬기가 가지 못했습니다.]

기존 닥터 헬기의 운항거리가 짧아 섬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구할 수 없다는 잇단 지적 이후 전남도는 닥터 헬기를 중형 기종으로 바꿨습니다.

운항범위는 200~250km, 인천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배치된 닥터 헬기 가운데 가장 멀리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뀐 닥터 헬기도 이번 해경 훈련 중 발생한 외상환자 수송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여수·순천·광양에는 인계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수시 도서 지역인 거문도, 초도, 손죽도, 연도에만 있을 뿐입니다.

[전남도청 관계자 : (부지 선정 시) 민원 발생 부분이 있습니다. 옛날에 가거도 헬기 추락 사고, 그런 부분 때문에 불안감도 조금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운용 지침상 기장이 구조대랑 협의해서 인계점을 바꿀 수 있지만 대형 재난으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만 가능합니다.

이번처럼 바로 옆에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도 응급환자 1명을 위해 인계점을 바꾸는 게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지정돼 있는 인계점 관리도 엉망입니다.

안전한 착륙을 방해하는 고압선이 지나가거나 농어구는 물론 배까지 널려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착륙장 문제로 출동 못한 사례가 지난 3년 간 80건입니다.

[김승희/자유한국당 의원 : 인계점이라는 안내표시가 없으니까 주민들도 알지 못하고 무심코 장소를 사용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정작 필요할 때 이착륙이 어렵게 됩니다.]

닥터 헬기에 지난 4년간 5백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습니다.

'날아다니는 응급실'이라는 이름값을 할 수 있도록 인계점을 확대 지정하고 제대로 관리하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박도민 KBC, 영상편집 : 박선수, CG : 홍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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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 그러면 이런 닥터 헬기를 직접 타는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저희가 원래는 진료에 방해되지 않는 시간에 병원을 연결해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급한 환자가 계속 들어오면서 이국종 교수가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가야해서 저희가 어쩔 수 없이 계류장에서 짧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급박한 상황이었던 만큼 화면과 소리가 좀 고르지 못하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기자>

Q. 여수 해경 사고 관련해서요. 당시 제일 대처가 안 된 게 어떤 거에요?

[이국종 교수 : 왜 항공헬기를 이용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Q. 인계점이 아니어서 못 내렸다고 하던데 인계점이 중요한가요?

[이국종 교수 : 인계점 가지고 그렇게 하는 데는 전 세계에서 여기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최소한의 안전공간만 확보되면 어디든 내려앉을 수 있는 게 헬기 장점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아요. 런던이든 어떻게든 그렇게 하지 않고, 저희도 출동해서 갈 때 저희도 지금 인계점으로 가지 않고 현장으로 간다고요. 그렇게 하지 않아요.]

Q. 지금 발생한 환자, 인계점으로 가시는 게 아니세요?

[이국종 교수 : 아니에요. 현장으로 지금 가요. 인계점이라는 것을, 다 만들어 놓고 움직일 수 없어요. 인계점을 전국에 수십만 개를 만들어 놓을 수 없잖아요.]

[이국종 교수 : 밤에는 헬기 운행 안 하죠? (네, 밤에 안 하죠.) 밤에 안한다고요.]

[이국종 교수 : 내 말 들리니, 난 안 들린다. 인터컴 또 안 돼. 무전기도 안 되고 아무 것도 안 되는데 뭘 해요. 이런 게 현장에서 필요하다고요. 이런 게. 무전기하고 이런 거 지원해 달라고 한 지가 지금 8년이 지났어요. 민간기업에서 지원받아서 하고 있는데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진정성의 문제고.] 

<앵커>

다른 나라에서는 환자가 있는 바로 그 곳으로 헬기가 직접 가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열악한 지원과 환경 속에서도 방금 보신 것처럼 또 출동해야 하는 이국종 교수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생명이 길 위에서 마지막을 맞는 일이 없도록 이제는 우리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영상취재 : 조정영, 영상편집 : 우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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