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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3대나 있는데 '골든아워' 놓쳤다…어느 해경의 죽음

<앵커>

지난 2011년 아덴만에서 해적들에게 총을 맞아 심하게 다쳤던 석해균 선장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중증외상 환자 치료와 구급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 훈련 도중 다친 한 해경 승무원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우리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저희는 오늘(17일)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먼저 환자를 실어나를 헬기가 석 대나 있었는데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던 한 달 전 상황부터 보시겠습니다.

민경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10일 오전 10시 1분,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해상종합훈련에 나선 해경 승무원 57살 박 모 씨가 쓰러졌습니다.

닻을 올리고 내리는 양묘기에 다리가 끼인 겁니다.

왼쪽 허벅지가 절단되는 '중증 외상' 상황 사고 함정은 즉시 부두로 이동했고 여수해경은 상급기관인 서해지방청과 119구조대, 닥터헬기 운영업체 이렇게 3곳에 헬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해경 전용 부두 근처의 넓은 주차장입니다.

하지만 당시 이곳을 비롯한 넓은 공터 어디에도 헬리콥터는 착륙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전남 닥터 헬기는 부두가 허가받은 인계 장소가 아니라서 이륙도 하지 못했습니다.

119구조대 헬기는 해경이 자신들의 헬기를 사용하겠다고 해 역시 뜨지 않았는데, 정작 해경은 부두에서 직선거리로 5.3km 떨어진 헬기장에 헬기를 대기시켜놓고 박 씨를 구급차로 실어오라고 했습니다.

[해경 관계자 : 경사각도 나와야 되고, 주변에 날리는 비산물도 없어야 되고, 주변에 차량도 없어야 되고, 인원도 없어야 되고 그러는 거죠. (학교 운동장도) 바닥이 포장이 안 돼 있고 해 가지고 (위험합니다.)]

구급차는 해경 헬기보다 더 가까이 있던 병원으로 일단 환자를 옮겼습니다.

하지만 큰 병원으로 가 보라며 응급처치만 받았고 환자 박 씨는 다시 구급차로 1시간 반 가까이 걸려 전남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도착 20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박 씨가 우여곡절 끝에 사고 4시간 15분 만에 도착한 전남대 병원은 헬기로는 40분 거리입니다.

중증외상 치료의 '골든아워' 1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오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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