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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삼성 "에버랜드 주변 땅 진짜 주인은 이건희"…편법증여와 무너진 조세정의 (풀영상)

▶ [단독][끝까지판다①] "에버랜드 주변 땅 진짜 주인은 이건희"…삼성, 국세청에 실토했었다

<앵커>

저희는 지난주부터 삼성 총수 일가의 차명 부동산 의혹을 집중적으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에버랜드 주변에 여의도 크기만 한 땅을 최측근들에게 나눠 줬고 한참 뒤에 측근들은 그 땅을 다시 에버랜드에 싼값에 넘깁니다.

이게 세금 덜 내려는 편법 세습 아니냐고 저희가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취재결과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7년 전 삼성이 그 땅의 진짜 주인은 이건희 회장이라고 국세청에 털어놓은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이병철 회장 땅이 세금 제대로 안 내고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삼성이 인정한 겁니다. 그렇다면 당시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국세청은 과연 어떻게 했을지 끝까지 판다, 오늘(15일)은 삼성 일가의 편법 증여와 무너진 조세 정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이병희 기자입니다.

<기자>

2008년 삼성특검이 끝난 뒤 국세청은 특검으로부터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정보를 넘겨받았습니다.

국세청은 관련 계좌를 조사하던 중 성우레져라는 회사를 포착했습니다.

성우레져 주주였던 삼성 임원들 개인 계좌에서 에버랜드 땅을 판 돈 190억 원이 입금 즉시 출금돼 사라진 정황을 발견한 겁니다.

[전직 국세청 간부 : (08년 삼성) 특검에서 차명계좌 이걸 다 이쪽(국세청)으로 넘겨서 국세청 조사 4국에서 스크린을 했거든. 그걸 정리하는 팀에서 성우(레져) 부분이 저기(문제가) 되니까…]

2011년 2월 에버랜드 세무조사 도중에는 국세청 간부가 에버랜드 고위 임원을 만나 성우레져의 수상한 자금 이동을 "털고 가야 할 문제"라고 말합니다.

끝까지 판다 팀은 삼성이 세무조사가 끝난 뒤 "성우레져 주주들에게 입금된 돈은 사실 이건희 회장 것"이라고 국세청에 자진 신고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성우레져, 그러니까 에버랜드 땅의 진짜 주인이 이 회장이라는 것을 삼성이 실토했고 당시 국세청이 알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세청의 조치는 무뎠습니다.

국세청은 1996년 성우레져 설립 때 삼성 임원들 명의 땅이 주식으로 전환됐고 이 회장이 임원들 명의를 빌린 것으로 해석해 증여세 100억 원 정도를 부과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직 국세청 간부 : 그(성우레져) 주식에 대한 것이 명의신탁 아니냐. 이게 차명 재산이면 너희가 증여세를 내라.]

이병철-이건희-이재용 3대에 걸쳐 여의도 면적보다 큰 땅이 넘어간 것인데 국세청은 상속이나 증여의 관점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박상인/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 :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의 증여 내지 상속의 문제인데 이것을 차명을 이용해서 이른바 절세를 했다는 거죠. 엄청난 세금을 내지 않은 아주 편법적이고 또 불법의 소지가 상당히 있는 거래다.]

국세청은 또 임원 계좌에서 빠져나온 뭉칫돈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갔는지 추적하지 않아 삼성 비자금 계좌를 찾아낼 기회를 놓쳤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채철호)      

▶ [끝까지판다②] 땅도 주식도…삼성 일가의 '판박이' 편법 증여

<앵커>

그런데 문제의 에버랜드 땅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쭉 보면 예전에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아마 드실 겁니다. 과거 이병철 회장 주식이 에버랜드로 흘러갔던 방식과 같습니다.

이게 10년 전 삼성 특검에서 드러났던 내용인데 정성진 기자가 좀 더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생전 이병철 회장은 삼성 임원들 명의로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하게 해 상속세를 피합니다.

이후 1998년, 이건희 회장은 임원들 명의의 삼성생명 차명 주식 3백만 주를 주당 9천 원에 사들인 뒤 같은 가격에 에버랜드에 되팔았습니다.

그런데 이 거래 6개월 뒤 삼성은 삼성생명이 사실 한 주당 9천 원이 아닌 9천 원의 78배인 70만 원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만큼 싸게 주식을 에버랜드에 판 겁니다.

이 거래에 주식 대신 땅을 넣어보면 판박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978년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삼성 임원들에게 에버랜드 주변 땅을 넘겨 상속세를 피합니다.

1996년 삼성 임원들은 이 땅을 출자해 성우레져를 만든 뒤 2002년에 헐값에 에버랜드에 팔았습니다.

주식이든 땅이든 최종 수혜자는 에버랜드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입니다.

차명 거래로 부를 세습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봤지만, 이 두 가지 거래에서 상속세,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 [끝까지판다③] 국세청, 삼성 시나리오대로 정말 '먼지만 털고' 끝냈다

<앵커>

그럼 지금부터는 7년 전에 삼성이 에버랜드의 여의도 크기만 한 땅이 사실은 이건희 회장 것이라고 털어놓은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하나씩 파헤쳐보겠습니다. 당시 국세청은 그런 사실을 다 알고 나서 세금을 제대로 다 매겼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말이 과연 사실일지 유덕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1년 국세청 간부가 에버랜드 고위 임원을 만나 성우레져 문제를 털고 가자고 말한 뒤 나온 에버랜드 내부 문건입니다.

상속이나 편법 증여가 아닌 명의신탁이 이슈라고 정의합니다.

과세 여부에 대해서는 삼성 임원들이 1978년 땅을 받았으니 과세 기간이 지났고 성우레져 차명 주식은 매각 시점이 아닌 설립 시점인 1996년을 과세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땅 매입가의 적정성은 단순 법인 간 거래로 봐서 이슈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합니다.

실제 국세청은 삼성의 자진신고 뒤 이건희 회장의 성우레져에 대해 주식 명의신탁 문제로 보고 96년을 기점으로 과세했습니다.

땅 거래가의 적정성은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 '털고 가자'에 딱 맞춰서 했네요. 털고 가는 수준에서 해 준거네요. 포착이 됐으니 넘어갈 수는 없고(하니까) 그냥 털고 가자는 수준 마냥, 먼지만 털어주고 끝냈네요.]

성우레져 땅 매입에 관여했던 에버랜드 전직 임원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당시 국세청이 적정 과세를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입니다.

[전직 에버랜드 임원 A 씨 : 문제가 있으면 국세청에서 확인하겠죠. 국세청에서 모든 게 정상적으로 다 처리됐으니까 지금 다른 문제가 없는 거 아니에요?]

성우레져 땅 거래는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이 걸린 문제였지만, 삼성의 시나리오대로 처리됐고 SBS 보도가 있기 전까지 7년 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김남성, 영상편집 : 김준희)    

▶ [끝까지판다④] 국세청의 느슨한 잣대…전문가들 "삼성, 세금 최소 500억 덜 냈다"

<앵커>

그러면 국세청이 당시에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삼성이 얼마나 세금을 덜 냈는지도 따져보겠습니다. 전문가들은 덜 걷힌 세금이 적어도 5백억 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온 것인지 김지성 기자가 풀어드리겠습니다.

<기자>

성우레져와 에버랜드 간 토지 매매가는 570억 원. 당시 공시지가의 80% 수준이었습니다.

성우레져와 에버랜드는 자체 의뢰해 받은 감정가액의 90%로 매매가를 정했습니다.

국세청은 삼성이 신고한 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면서 땅 거래로 성우레져에게 생긴 이익이 없다며 한 푼도 과세하지 않았습니다.

[안창남/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 납세자가 제출한 평가액이 공시지가에 미달했다고 한다면 과세관청은 과세관청 나름대로 다시 한번 감정기관을 선정해서 스스로 토지에 대해서 또는 주식에 대해서 평가를 해 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매매가가 적정했는지 따져봤습니다.

끝까지 판다 팀이 입수한 에버랜드 내부 문건에서는 에버랜드가 이건희 회장 개인 명의 땅을 살 경우 적정 매매가로 공시지가의 238%를 제시했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성우레져 땅 매매가를 전문가들과 함께 추산해봤습니다.

이건희 회장 명의 토지와 성우레져 명의 토지가 같은 단지이니 같은 비율 238%를 적용해도 무리가 없고 2001년 성우레져 땅의 공시지가가 700억 원이었으니 적정 매매가는 570억 원이 아닌 1천 666억 원이라는 겁니다.

이 금액을 매매가로 보면 각종 비용을 빼더라도 성우레져가 1천억 원 가까이 이익을 본 것으로 추산됩니다.

땅 거래로 이익이 나지 않았다며 세금을 안 낸 성우레져. 국세청이 매매가만 제대로 따졌다면 청산 법인세 294억 원, 배당소득세 196억 원, 더해서 490억 원을 더 걷어야 했습니다.

진짜 주인 이건희 회장은 그만큼 덜 낸 겁니다.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 말도 안 되는 감정가를 갖고 왔구나, 이렇게 당연히 판단하는 게 상식적인 수순이죠. 이를테면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했던 게 걸렸다, 그러면 증여세에서 더 나아가서 법인세, 법인소득세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과세하는게 국세청이 제일 잘하는 거거든요. 삼성이 아닌 기업은 다 그렇게 당하거든요.]

국세청은 증여세도 제대로 걷지 못했습니다.

성우레져 주주들에게 명의신탁 증여세를 부과하면서 당시 사망한 사람이나 외국으로 이민 간 사람을 과세 대상에서 뺐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세금을 못 낼 경우 명의를 빌린 실제 주인에게 부과해야 하는데, 아예 과세하지 않아 이 회장의 세금 수십억 원이 줄어들었습니다.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 당연히 사망이나 이민의 경우가 있었더라면 증여자에게, 이건희 씨 일가에게 세금을 부과했어야죠.]

편법 증여 문제로 접근해 땅 거래에 대해 제대로 과세했다면 땅값의 75%, 1,250억 원은 삼성 일가가 세금이나 과징금으로 내야 할 거래였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유미라)       

▶ [끝까지판다⑤] '비자금 종착역' 의심됐지만…삼성 앞에 무너진 조세정의

<앵커>

보신대로 이렇게 삼성이 내야 할 돈 내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의 땅을 판 돈이 흘러 흘러서 결국 마지막에 누구에게 갔는지 당국은 당연히 확인을 해야 하고 또 혹시 그 돈이 비자금으로 쓰인 건 아닌지 의심할만한 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 내용은 한세현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국세청은 성우레져의 땅을 판 돈이 삼성 임원들 계좌에서 동시에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했지만, 최종 목적지를 추적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이 성우레져는 이건희 회장 것이라고 자진 신고했으니 당연히 그 돈이 모이는 곳, 이른바 '저수지'를 찾아야 했습니다.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 특검 때 걸리지 않은 계좌에서 거의 200억 원 가까운 돈이 움직였다고 하면, 그 (비자금) 저수지에서 모인 돈을 찾는 게 원래 국세청의 할 일 아닌가요? 큰 (비자금) 저수지를 발견할 수 있는 아주 큰 단서를 찾은 건데, 이것을 증여세만 부과하고 끝냈다고 하는 것은 좀 이해가 안 되네요.]

국세청 스스로 못한다면, 이 회장과 삼성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해 비자금 의혹과 포탈 세액 등을 밝혀야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측 소명 그대로 주식 명의 빌려준 것만 과세하고 끝냈습니다.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 당연히 검찰 조사, (검찰에) 고발했어야죠. 의무규정입니다. 분명히 (삼성) 임원 통장에서 이건희 씨 일가로의 자금 이체를 확인했다고 하니까, 그런 진술이 있는 이상은 그렇게 갔어야죠, 당연히.]

이 회장이 성우레져의 진짜 주인으로 밝혀졌으니, 성우레져와 에버랜드 간 토지 거래는 법인 간 통상 거래가 아닌 이건희-이재용 부자간 '내부자 거래'로 볼 수 있습니다.

국세청은 이 거래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해야 했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위장계열사를 이용해서 계열사를 합병시키는 '내부거래'에 해당하는데, 여기에 대한 불법성 여부는 공정거래법에서 사실 따져야 할 문제고, 국세청이 당연히 공정거래위원회에 통지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야 했던 게 맞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국세청의 직무유기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다른 납세자에게는 엄격한 국세청의 조세 정의가 삼성 일가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준희)      

▶ [끝까지판다⑥] 당시 국세청장 포함 고위 간부들 "기억이 안 난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끝까지 판다 팀의 정명원 기자와 함께 내용 정리해 보겠습니다.

Q. 지금 국세청의 입장은 무엇인가?

[정명원 기자/끝까지 판다 팀 : 2011년 당시 국세청 간부들이 지금 다 떠나서 정확한 배경까지는 모른다. 기록으로만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보면 나름 법과 규율에 따라 과세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평가는 다릅니다. 국세청이 편법 증여로 접근하지 않았고 검찰 고발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당시 국세청장인 이현동 씨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을 다 접촉해서 그 이유를 물었지만, 다들 "기억이 안 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Q. 이제라도 국세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정명원 기자/끝까지 판다 팀 : 사실 국세청 의지의 문제입니다. 이건 특정 기업 문제가 아니라 과세 형평성에 관한 것이잖아요. 우선, 2011년 추적을 포기했던 이건희 비자금 의심 계좌를 스스로 찾아내서 명예를 회복하거나, 아니면 검찰에 고발조치 할 수 있을 겁니다. 편법 증여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해서 판단을 받아봐야겠죠. 앞서 저희가 계산해 봤지만, 편법 증여 관점으로 이 거래를 보면 과세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 있습니다. 국세청의 조치를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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