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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공정'이란 무엇인가 ③ - '1년에 8번' 과징금 낸 현대건설…담합과 과징금 사이에서

공정위 과징금의 공정(公正)을 묻다

[마부작침] '공정'이란 무엇인가 ③ - '1년에 8번' 과징금 낸 현대건설…담합과 과징금 사이에서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공정위의 대표 제재수단인 과징금에 주목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최근까지 공정위가 전원회의에서 의결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건 의결서를 중점 분석했다. 어느 기업이, 어떤 위반행위로, 얼마의 과징금을, 얼마나 자주 부과 받았는지, 이들의 대리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이런 결정을 내린 공정위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분석했다. 무엇보다 공정위의 '과징금 할인'이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지도 알아봤다. [마부작침]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기관 이름처럼 공정(公正)하게 부과하고 있는지 따져봤다. 특히 '과징금 결정'이라는 공정(公定)이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4편의 기사를 통해 묻는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 위반업체 1,412개…최다 적발 1, 2위는 대우건설 20회·현대건설 19회

2000년부터 2018년 6월까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사건은 624건,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는 모두 1,412개다. 이 가운데 '2번 이상'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는 341개, 전체의 24.2%였다. 적발 업체의 4분의 1은 과징금 처분을 받고도 또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5년 혹은 그 이상 연속으로 과징금 처분받은 업체도 10개나 된다.
[마부작침]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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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업체는 19년 동안 10회 이상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가히 '상습범'이라 부를 만하다. 최다 과징금 처분 1위는 대우건설, 과징금을 20번이나 냈다. 2002년 '부당지원행위'로 1번 적발된 이후로는 줄곧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으로 적발됐다. 전체 20번 가운데 담합만 19번이다.

대우건설이 가장 최근에 받은 과징금 처분은 2016년 6월 '한국가스공사 발주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관련 부당한 공동행위 사건'으로, 692억 원이었다. 20회 과징금을 모두 합하면 1,589억 원에 이른다. 대우건설은 이에 대해 "공정위 결정에 입장 밝히기 조심스럽다"면서도 "건설업계가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서 입찰에 공동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우건설이 그렇게 일을 많이 하다 보니 많이 적발됐다"고 해명했다.

대우건설 다음은 현대건설로, 19차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현대건설은 모두 담합으로 적발됐다.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한국가스공사 발주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관련 부당한 공동행위 사건'으로 과징금 620억 원을 처분 받았다. 과징금 총합으로 따지면, 현대건설이 2,805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 10회 이상 과징금 처분받은 16개 업체 가운데 1위의 불명예 기록을 얻었다.

'상습 과징금' 16개 업체 가운데 11개(68.8%)가 건설사였다. 과징금 처분 횟수로 따져도 1~5위까지가 모두 건설사로 나타났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건설사 처지에서는 입찰할 때 서로 싸워 출혈이 생기는 일을 피하려 한다"면서 "국책 사업을 중심으로 담합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건설 외에는 정보통신업(SK텔레콤, KT), 제조업(LS전선), 도매 및 소매업(롯데쇼핑)이 포함됐다.

○ '1년에 8번' 과징금 처분 현대건설…그리고 또 담합

'과징금 기준 고시'에 따르면, 공정위는 위반업체의 과거 위반행위 횟수에 따라 과징금을 가중한다. 반복적인 법 위반에는 더 많은 과징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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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도시철도 3호선, 경인운하사업,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호남고속철도, 낙동강 하구둑, 포항영일만항 관련 공사. 이 8개 공사에 모두 참여한 업체 중 한 곳은 현대건설인데, 이 8개 공사 입찰에서 모두 담합으로 적발된 업체도 현대건설이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모든 과징금 처분이 2014년에 내려졌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1년에 8번 과징금 처분'이라는 기록도 이때 세웠다. 2000년 이후 최근까지 현대건설이 받은 과징금 처분은 19회, 2,805억 원이다. 이 중 8번, 1,117억 원이라는 과징금이 2014년 한 해에 현대건설에 부과됐다.

현대건설은 이에 대해 "2000년대 후반 MB정권 시절 4대강이나 호남고속철도, 한국가스공사 주배관 공사 등 공공 공사가 많이 발주됐다"면서 "당시 동시다발적으로 발주됐던 공사에 입찰한 건들이 한꺼번에 적발됐고, 2014년에 한꺼번에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거의 담합 행위가 비슷한 시기 적발됐던 것이지 연속성 있는 행위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또 "담합이 정당하다는 건 아니지만, 당시 발주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해명과는 달리 현대건설의 담합 적발에는 연속성이 있어 보인다. 현대건설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연속 공사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의결서를 통해 현대건설이 '담합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던 중 다른 공사 입찰에서 또 담합을 시도해 적발됐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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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듭된 '담합', 상습범 수준의 위반행위에 공정위는 어떻게 조치했을까. 공정위는 현대건설의 담합 19건 가운데 단 3건에 대해서만 과거 위반행위 횟수를 이유로 1차 조정에서 과징금을 20%씩 가중했다. (※ 서해선 복선전철 제5공구 건설공사-2015.10 의결, 한국가스공사 발주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2016.6 의결, 원주~강릉 철도건설 노반시설 기타공사 4개 공구-2017.6 의결) 그런데 2차와 3차에서 조사 협력, 건설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깎아주면서 최종과징금은 처음 기본과징금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복 위반에 대한 과징금 가중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나머지 16건은 주로 감경만 적용받았다. 공정위가 현대건설 담합 19건에 대해 처음 산정한 기본과징금은 4,683억 원이었지만, 3번 조정을 거치면서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2,805억 원이었다. '상습범' 수준으로 담합했고 과징금 처분을 받았는데도 1,878억 원, 40.1%나 깎아준 것이다.

[마부작침]이 취재과정에서 만난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비밀만 유지된다면 담합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업계의 생리"라면서 "담합을 시작할 때 과징금을 염두에 두는 경우는 없지만, 과징금을 내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이 되기 때문에 담합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털어놨다.

○ 과징금의 절반은 30대 그룹에 부과…전체 평균 52.0% '할인'

[마부작침]은 지난 5월 공정위가 발표한 기업집단 30위권, 다시 말해 '재계 30대 그룹'의 과징금 현황을 분석했다. 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모은 것으로, 흔히 '그룹'이라고 불린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엔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 계열사들이 모두 포함된다. 2018년 공정위 기준에 따르면, '재계 30대 그룹'은 삼성(1위), 현대자동차(2위), SK(3위)부터 교보생명보험(30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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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2018년 6월, 30대 그룹의 최종과징금 총액은 4조 6,553억 원으로 이 기간 전체 과징금의 절반이 넘었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은 기업집단은 재계 순위 3위인 SK다. SK그룹의 과징금 총액은 7,874억 원이었고 1위인 삼성그룹이 6,958억 원, 2위인 현대자동차가 6,032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과징금 부과 건수를 분석했을 때도 역시 재계 순위 3위 SK가 72차례로 가장 많았고, 삼성 60차례, LG 56차례로 2, 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재계 순위 23위인 대우조선해양은 과징금 부과가 1건도 없었고, 한국투자금융 1차례, 미래에셋·영풍·KT&G가 각각 2차례씩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30대 그룹은 기본과징금에서 3차례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평균 52.0%를 할인받았다. 현대백화점 그룹이 75.5%로 과징금을 가장 많이 할인받았고, 효성 71.9%, 미래에셋 71.6%, 롯데 69.5% 순이었다.


○ 위반업체 수 1위는 제조업…평균 과징금 1위는 건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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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액수로만 보면 퀄컴이 독보적 1위이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칩셋과 특허권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퀄컴 인코포레이티드(QI)에 4,286억 원, 계열사인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피티이 리미티드(QCTAP)에 과징금 6,025억 원, 합계 1조 311억 원을 부과했다. 퀄컴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퀄컴 인코포레이티드(QI)는 앞서 2009년 12월에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으로 2,73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1,000억 원 이상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는 모두 19개다. 건설업체와 제조업체가 각각 5개로 가장 많았고, 금융 및 보험업 3개, 도매 및 소매업 3개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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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018년 6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 1,412개를 업종별로 분석해보면 제조업이 565개, 40.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도매 및 소매업 164개(11.6%), 건설업 145개(10.3%), 금융 및 보험업 134개(9.5%), 정보통신업 106개(7.5%) 순이다.

과징금 총액을 업종별로 비교하면 제조업이 3조 4,557억 원, 건설업 1조 5,046억 원으로 집계됐다. 1개 기업당 평균 부과 과징금은 건설업 104억 원으로 제조업 61억 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 부당한 공동행위, '담합'이 전체 과징금의 77%

공정위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11개 법률에 근거해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적발한다. 2000년~ 2018년 6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처분을 의결한 사건은 모두 624건인데, <마부작침>은 이 사건들이 어떤 위반 행위로 적발됐는지 유형별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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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적발된 위반행위는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이었다. 담합 행위로 적발된 사건은 283건으로 전체의 45.4%를 차지했다. 부과된 과징금은 6조 8,816억 원으로 전체의 77.2%에 달했다.

'부당한 공동행위'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인상하기도 하고, 출고를 조절하는 등의 내용으로 합의하는 행위다. 대표적인 건 입찰 때 순번을 정해 낙찰자를 정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들러리로 참여하는 식의 '입찰 담합'이다.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합의한 뒤 결정하거나(가격의 결정·유지·변경), 패스트푸드 사업자들이 서비스 차원에서 실시하던 탄산음료 리필 서비스를 합의해 일시에 중단하는 행위(상품의 거래 및 대금지급 조건 결정) 등도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담합은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폐해를 유발해 '시장경제의 암'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OECD 등은 이런 담합 행위가 최소한 10% 정도의 가격인상을 유발한다고 추산한다.

담합 다음으로는 '불공정 거래행위'가 많았다. 모두 214건이 적발돼 과징금 1조 8,604억 원이 부과됐다. 과징금 부과 건수는 전체의 34.3%에 이르지만, 과징금 액수로 따지면 전체의 20.9%로 비중이 크지 않다. 주류 제조사가 자사의 위스키를 구입하지 않는다며 특정 슈퍼에 맥주를 공급하지 않거나(거래 거절), 전자제품 제조사가 대리점의 주문 의사에 상관없이 과대 물량을 공급한 사례(거래상지위 남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행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이 불공정 행위를 했을 때 국민들은 즉각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게 되는 피해를 보게 되고, 국가 재정이 투입된 사업에서 위반 행위가 발생했을 때는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피해가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한 공정위의 대표적인 제재가 과징금 처분인데 [마부작침]이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과징금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김그리나 디자이너·개발자(greena@sbs.co.kr)
인턴 : 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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