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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친 집값 잡힐까?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취재파일] 미친 집값 잡힐까?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아파트값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집값은 올해 '미친 집값'이라고 불릴 정도로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집값이 자주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서울 집값 폭등으로 불안해진 실수요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집값 양극화도 심해지면서 사회적 갈등과 불만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9.13 대책 발표 후 추석이 지나면서 폭등세는 일단 주춤하긴 하지만 언제 다시 과열될까 불안한 상태입니다. 이번에는 정부가 미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그동안 집값을 잡기위한 정부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분석했습니다.

● 미친 집값, 얼마나 올랐길래?

부동산 폭등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송파구 잠실의 부동산 중개사무실들을 찾았습니다. 강남 대치동에 비해 저평가된 곳인데도 잠실 P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제곱미터 33평형의 경우 1년 전보다 평균 4억 원 가량이 올랐습니다. 매물은 귀한데 대기 수요가 많다보니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것입니다. 공인중개사는 "거래되는 양이 꾸준하면서 호가도 500, 1000만 원씩, 계단식으로 가야 정상인데, 어떤 한 집이 팔리고 나면 그게 또 기준가가 돼서 몇 천씩 뛰는 상황"이라며 공인중개사도 겁이 날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시기적으로는 양도세 중과가 예고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용산과 여의도 통합개발이 거론된 7월 중순 이후 특히 많이 올랐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지난 2014년 8월부터 4년 연속으로 올랐습니다. 최장 상승기록입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4년 전 4억 9천만 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7억 8천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서울 집값 동향의 척도처럼 돼버린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는 4년 전보다 85% 올랐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2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1년 전과 비교해도 1년 만에 서울은 21%가 올랐습니다. 한 달 사이에 2~3억씩 뛴 곳도 많습니다. 전세살이를 전전하는 실수요자들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금에 2~3억 원만 대출 받으면 집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년 사이에 매매가가 껑충 뛰면서 집 사는 건 엄두도 못 낼 정도가 돼버린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 무주택자는 "너무 착잡하고 그냥 앞이 캄캄하다. 지금은 이제 더 이상 집을 살 수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한탄했습니다. 보통은 거래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줄어들게 되면 가격도 하락하거나 보합하는 성향이 강한데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오르는' 비정상적인 시장이 형성 된 겁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계속 뛰자 급기야 정부는 또다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지난 9월13일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올리고 대출을 죄는 규제의 칼을 빼들었습니다. 또 집이 한 채라도 있으면 규제지역에서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없도록 한 겁니다. 9월 21일에는 수도권에 4~5곳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공급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정부 대책 발표 후 일단 집값 폭등세는 주춤하며 관망세로 돌아섰지만 언제 또다시 과열될지 불안한 상태입니다.
김동연 부총리 9·13 부동산 안정대책 발표 (TC02:05)
● 서울 집값 폭등 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았는데 서울 집값은 왜 이렇게 오른 것일까요? 정부는 투기수요를 겨냥해 규제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매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불안해진 실수요자들이 앞 다퉈 추격매수에 가세하면서 집값 폭등을 촉발했습니다. 매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매도자 우위시장이 되면서 매도자가 가격을 올리면서 매수자가 추격 매수하면서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매물이 줄어든 것은 재건축 규제와 양도세 중과, 임대사업자 등록 등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 재건축 규제로 새 집 공급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말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8년 동안 집을 못 파는 대신 각종 혜택을 준다는 정부 방침으로 17만 채나 매물이 줄었습니다. 분당 전체 집이 10만 채 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또한 정부가 투기세력을 잡는다고 양도세를 올리자 다주택자들은 집을 내놓는 대신에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8월말까지 서울의 주택 증여건수는 1만656건으로 지난해보다 2.4배가 늘었습니다.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등 강남3구만 봐도 4080건으로 지난해보다 3배가 늘었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 부담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폭발적 수요도 한몫을 했습니다. 서울의 아파트는 모두 164만 채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낡아서 9%에 불과한 준공 4년 이내 새 아파트로 똘똘한 한 채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겁니다. 잘 오르지 않는 낡은 집을 팔고 좋은 것으로 똘똘한 한 채로 옮기려는 수요가 상당히 많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913 대책에서 집을 한 채라도 갖고 있으면 서울에서 추가로 집 살 때 은행 돈을 안 빌려주겠다는 것과 부부합산 소득이 연 1억 원을 넘으면 전세자금 대출도 안해주겠다는 것에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좀 더 넓은 집이나 새집으로 옮기고 싶어도 대출도 청약도 사실상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전체 40%나 되는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은 왜 우리를 투기세력으로 취급하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소득 없이 똘똘한 집 한 채 만을 갖고 있는 은퇴세대들도 보유세 부담 걱정으로 근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집값 과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아온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1년 만에 대폭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40%로 제한된 주택담보 대출과 달리 기업대출로 분류돼 집값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투기자금 마련의 우회통로로 악용하는 걸 막기 위한 것입니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세금을 대폭 올리고 대출을 막은 것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시장에 내놓으라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은 세금보다 집값이 많이 오른다면 안 내놓고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 강남 아파트는 대출을 받지 않고 집을 산 사람이 70%를 넘습니다.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들에게 종부세와 양도세 등 세금부담을 대폭 늘렸지만 매물 부족만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자산가들을 주로 상대하는 한 전문가는 "종부세 상한율을 3.2%로 높힌다고 하지만 실제 대상은 시가합계 100억 원이상 주택이고 실제 20억 원대 밑에는 종부세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이 뛰는데 세금 몇 백만 원 더 낸다고 팔지는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매물은 계속 잠기는 상황에서 내년에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오히려 집주인들은 전월세에 전가를 시켜 전월세가 오르는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가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9 ·21 부동산 공급대책 발표(TC 02:44)
● 9·21 공급대책까지 내놨지만…

정부는 그동안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며 수요억제 대책만 쏟아내다 서울 집값폭등이 계속되자 지난 9월 21일에는 공급대책까지 내놨습니다. 서울 인접 지역에 신도시 4~5곳을 만들어 새 집 20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이 가운데 35% 이상은 임대주택으로 채운다는 계획입니다.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에는 1차로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입니다.

입지가 공개된 곳은 서울 성동구치소 부지와 개포동 재건마을 단 2곳에 1600가구에 불과해 서울의 공급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새로 조성할 신도시도 서울과의 접근성이 관건인데 택지 지정하고 입주하기까지는 실제 7~8년이 넘게 걸려 지금의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은 살고 싶은 서울의 새집인데 외곽에 신도시를 세워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서울 도심에 새집을 얼마나 제때에 공급하느냐가 관건입니다.

●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던 이유는?

정부는 그동안 집값을 잡기위해 두 달에 한 번꼴로 강력한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처방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집값을 상승시키는 주범이라고 봤지만 실제 무주택자나 아니면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의 갈아타기 수요가 굉장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들만을 대상으로 대책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투기꾼을 겨냥한 수요억제책을 계속 내놨지만 뒤늦게 뛰어든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간과했습니다. 많은 실수요자들이 이러다 집 못 사는거 아니냐며 불안해서 시장에 뛰어드는 건데 정부가 판단하는 투기꾼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겁니다.

정부가 투기차단에만 몰두하다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거래절벽으로 몰아 결과적으로 매물은 적고 집값만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만 키웠다는 겁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반 매물이 없다보니 실수요자들이 신규 분양 시장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고 청약 경쟁률이 수십대 1로 치솟는 왜곡된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의 수급상황과 심리가 중요한데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일부세력의 투기가 가격을 끌어 올린다고만 본 것입니다.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 확산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입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 대책이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한 투기세력은 못 잡고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입는 결과를 빚은 것입니다.
인터넷 포털 부동산 카페글 sk
● 미친 집값으로 갈등 확산…최대 피해자는 서울 강남집 팔고 자영업 뛰어든 자

폭등세를 이어왔던 서울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일부 특정지역을 빼고는 가격하락으로 빈사상태입니다. 서울은 폭등한 반면에 지방은 올 들어 2.1%나 떨어져 상대적 박탈감이 큽니다. 지방에는 다 지어놓고 안 팔린 새 집만도 1만 5천 채를 넘습니다. 미분양이 많은 평택지역의 공인 중개사는 "상실감을 넘어 포기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이 지방 부동산 경기만 죽였다고 한숨을 지었습니다. 부산 해운대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집값 잡으려다가 지방만 굶어 죽이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지역별 격차도 문제지만 서울 집값 폭등으로 양극화도 더 심해지면서 정부만 믿고 집을 팔았거나 살 시기를 놓친 무주택자들의 박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집값이 화제에 오르고 이로 인한 갈등과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과 지방에 있는 사람, 또는 강북에 있는 사람, 강남에 있는 사람, 이렇게 주택을 가진 자, 아닌 자 이러한 격차가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양극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하며 "미친 집값이 불러온 상실감으로 전염처럼 우울이 퍼지면서 사회 전체적인 집단 우울증까지 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030 젊은 세대들은 나의 미래에 집은 없다는 절망감까지 표현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포털의 부동산 카페에서도 이러한 상실감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갈등으로 이혼의 위기에 처했다는 하소연도 있습니다. 집값 폭등의 최대 피해자는 서울 강남의 집을 팔고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미친 집값이 사회문제로 증폭된 것입니다.

● 정책 신뢰회복이 관건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안긴 미친 집값은 어떻게 해야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신뢰부터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합니다.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하늘이 두 쪽 나도 강남 집값은 잡겠다고 세금폭탄까지 17번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집값만 80% 올랐던 학습효과 때문에 정책 신뢰도만 떨어졌습니다.

다주택 국민들을 향해 "집을 파시라"고 그렇게 강조하던 청와대 인사나 장관, 고위공직자 상당수는 아직도 2주택 이상을, 그것도 주로 강남에 갖고 있는 현실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장하성 청와대 정책 실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내가 강남에 살아봐서 아는데"는 말까지 내뱉어 국민들을 더 화나게 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정책으로 제압하겠다는 지나친 과욕도 시장을 오히려 더 왜곡시킨 측면도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펴면서 시장에 다 맡길 수는 없지만 가이드라인을 두고 규제할 것만 규제하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수립해야하는데 한꺼번에 모든 걸 잡겠다고 냉탕, 온탕을 반복하다 보니까 정책 신뢰감만 잃었습니다. 시장이 잘 가고 있는데도 정책이 뛰어들어서 왜곡 현상을 만들거나 아니면 잘 가고 있는 시장에 뛰어 들어서 정책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까요? 추석이 지나면서 폭등세는 한풀 꺾였지만 또다시 거래절벽의 조짐이 보여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연말이 지나면 또다시 서울 집값이 들썩일 거라는 전망도 많지만 경제가 어려운데 집값은 결국 꺾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워낙 비정상적인 시장이라 전문가들조차 예측이 무용지물이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지금은 워낙 매물이 적다보니 부동산 매물이 나올 수 있게 한시적이라도 양도세 등 거래세 인하도 필요하다고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투기의 퇴로를 열어둘 수 없다며 이를 수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 정부 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책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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