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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갑 닫은 인니…바람 잘 날 없는 KF-X

[취재파일] 지갑 닫은 인니…바람 잘 날 없는 KF-X
독자 기술로 차기 공군 주력 전투기를 개발·양산하겠다는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이 티나지 않게 조용히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20% 지분 참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돈을 안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업을 계속할지 포기할지 의사 표현도 흐릿합니다.

분담금 납부를 안한 게 작년부터인데 인도네시아 현지와 해외 무기 전문지들 사이에서는 종종 '인도네시아 KF-X 포기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초 KF-X 사업을 재검토한 바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된 걸로 확인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에게 딱 부러지게 말을 안 합니다.

인도네시아가 돈을 안내도 계약서에는 강제 조항이 없어서 방사청이나 KAI로서는 인도네시아로부터 돈을 받아낼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항공기 개발사업에 정통한 인사들은 "현재로서 최선의 경우가 사업 지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서둘러 자기 자리로 돌아오지 않거나 포기를 선언하면 KF-X 사업은 큰 시련을 맞게 됩니다.

● 인도네시아, 1년 치 2,383억 원 미납

KF-X 사업은 F-15, F-16을 능가하는 미들급 전투기를 개발해 2021년부터 120대를 양산한다는 계획입니다. 양산비를 제외한 개발비만 8조 7천 억원입니다. 개발 지분은 정부 60%, KAI 20%, 인도네시아 20%입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의 개발 분담금은 약 1조 7천 억원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돈을 내는 대신 개발·양산 기술과 함께 KF-X 전투기 여러 대를 얻게 됩니다. 개발에 성공하면 인도네시아는 첨단 에이사 레이더가 장착된 전투기와 함께 기술도 확보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가 가져가는 전투기가 제법 됩니다.

인도네시아는 작년 전반기에 분납금 452억 원을 보내왔습니다. 거기까지입니다. 작년 후반기 분 1,389억원에 이어 올해 전반기 분 994억원도 내지 않았습니다. 기술 습득을 위해 경남 사천 KAI 본사로 파견했던 인도네시아 기술진도 소환했다가 다시 보내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업비의 20%가 만 1년 동안 채워지지 않고 있으니 방사청과 KAI는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한 항공사업 전문가는 "돈이 제때 안들어오면 사업 계획을 짤 수 없다" "상당한 사업 지체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KF-X에 들어가는 미국 기술이 인도네시아로 이전될 가능성이 없으니 인도네시아가 달려들 이유가 없다" "인도네시아는 벌써 물 건너 갔고, 다른 사업 파트너를 구하든 정부가 추가 투자를 하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태훈 취재파일용 사진
● 인도네시아, KF-X 사업 할 건가?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6천만 명, 세계 16위 규모의 GDP를 기록하는 동남아 대국입니다. KF-X사업 할 생각이 있다면 연간 2천억 원 안팎의 분담금을 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인도네시아 정부 안에서 KF-X 사업 관련 모종의 불화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1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 지시에 따라 KF-X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인도네시아의 입장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검토를 했습니다. 검토 주체는 인도네시아 국방부였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대통령에게 검토 결과를 보고한 인물은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이었습니다.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 내에서 KF-X 사업을 반대하는 세력의 수뇌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 등이 전투기 개발이 아니라 러시아 전투기 도입을 원한다" "대통령 보고가 끝나면 공식 레터를 보내주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 안에서 KF-X를 하자는 측과 러시아 전투기를 사자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KF-X 사업 검토 결과는 아직까지도 우리 정부에 도착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국빈 방한했는데 KF-X 사업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말을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돈 얘기는 없었던 걸로 안다" "다만 원론적으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뜻은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사업에 참여할 생각이면 당연히 돈 얘기가 나왔어야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본심은 안갯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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