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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폭행범으로 인생 끝난 여든 살 '국민 아버지'

[취재파일] 성폭행범으로 인생 끝난 여든 살 '국민 아버지'
사진 속 수갑을 찬 노인, 미국의 대표적 코미디언 빌 코스비입니다. 올해 여든 살입니다. 코스비는 1980년대 미국 중상류층 흑인 가정의 일상을 그린 '코스비 쇼'의 주인공으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취재파일] 성폭행범으로 인생 끝난 여든 살 '국민 아버지'
'코스비 쇼'는 1984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해 1992년 종영하기까지 202편의 에피소드가 미국 NBC를 통해 방송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스비 가족'이란 이름으로 방송된 적도 있습니다. 코스비는 단란한 가정의 모범적이고 유쾌한 가장의 전형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미국의 아빠(America's Dad)', '국민 아버지(Model of Fatherhood)'로 불렸습니다.
[취재파일] 성폭행범으로 인생 끝난 여든 살 '국민 아버지'
"미스터 코스비, 이제 심판의 시간이 됐습니다. 누구든 법 위에 있을 수 없으며, 유명인이라고 다르게 처벌받을 수 없습니다." -美 스티븐 오닐 판사

'국민 아버지' 코스비가 최장 징역 10년형에 처해졌습니다. 혐의는 '성폭행'입니다. 성폭행 중에서도 아주 중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 법원의 스티븐 오닐 판사는 "약물을 투여해 피해자를 성혹행한 것은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은 '약물 투여에 의한 성폭행' 혐의로 코스비에게 징역 3년에서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약간 다른 선고 방식인데요. 징역 3년에서 10년의 의미는, 코스비가 앞으로 3년간은 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하며 이후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때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으면 최장 10년까지 철창신세를 져야 한단 뜻입니다. 코스비의 변호인단은 그가 고령이라며 가택연금형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코스비는 선고 직후 사진처럼 수갑을 차고 곧바로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출처 : 뉴욕 매거진)
'국민 아버지'의 몰락은 3년전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5년 7월 '뉴욕매거진'은 코스비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35명의 사진을 표지에 실었습니다. 당시 잡지는 코스비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슈퍼모델 출신인 재니스 디킨슨 등 피해여성 46명 중 35명의 인터뷰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디킨슨은 "예전에 '코스비 쇼'에 출연하면서 코스비를 처음 알게 됐는데, 몸이 아플 때 코스비가 준 진통제를 먹고 정신을 잃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재니스 디킨슨 (왼쪽)과 안드레아 콘스탄드 (오른쪽)
뉴욕매거진 보도에 따르면 코스비의 성폭행은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이어졌습니다. 디킨슨처럼 약물로 여성을 항거불능으로 만든 뒤 성폭행하는 수법도 반복됐습니다.

범행 시작이 오래 전이라, 여성들의 잇단 폭로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가 넘은 범죄가 많았습니다. 그나마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 이번에 중형을 선고 받게 된 경우가 지난 2004년에 벌어진 안드레아 콘스탄드의 성폭행 사건입니다. 코스비는 자신의 모교인 템플 대학 여자농구단 코치였던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도 예전과 같은 수법으로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코스비는 콘스탄드 사건을 포함한 3건의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이번에 최장 10년형을 선고받은 겁니다.

'미투 운동'을 통해 까발려진 유명인을 사법 시스템 안에서 단죄하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 등을 받던 이윤택 전 예술감독이 징역형을 받은 게 우리나라 첫 '미투' 징역형이라고 최근 보도됐는데요. 미국도 지난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의 거센 흐름 속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게 이번 코스비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을 뛰어넘어 '국민 아버지' 반열에 올랐던 빌 코스비, 인생 말년을 성폭행범 낙인으로 마감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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