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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1년 만에 특수학교 설립 결정…무릎 꿇었던 학부모들 "합의 철회" 외치는 이유는?

[리포트+] 1년 만에 특수학교 설립 결정…무릎 꿇었던 학부모들 "합의 철회" 외치는 이유는?
[리포트+] 1년 만에 특수학교 설립 결정…무릎 꿇었던 학부모들 '합의 철회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서울 강서구에서 장애 학생 부모들이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며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었던 일 기억하실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제(4일), 서울시 교육청과 이 지역구의 국회의원, 설립에 반대해온 주민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특수 학교를 짓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만인 오늘(5일)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합의를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갈등이 시작된 지 3년 만에 가까스로 이뤄진 합의, 그리고 철회를 요구하는 장애 학생 부모들의 목소리. 해결되지 않는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 "장애 학생 학교 부족" vs "특수학교 절대 안 된다"…3년 만에 설립 합의

지난해 9월, 강서구 지역의 장애 학생 부모들은 지역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에 찬성해달라는 간절한 호소였습니다. 사실, 이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5년입니다. 당시 서울시 교육청이 강서구의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주민들이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2016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강서 을 후보로 출마한 당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같은 부지에 국립 한방병원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죠.
[리포트+] 1년 만에 특수학교 설립 결정…무릎 꿇었던 학부모들 '합의 철회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갈등은 3년 만에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강서구 을이 지역구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강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대위원장이 국회에서 만나 서진학교 설립 합의문에 서명한 겁니다. 조 교육감은 "그동안의 오해와 갈등을 소통과 협력을 통해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서진학교' 짓는 대신 '한방병원' 설립 추진…'나쁜 선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지난 2002년 종로구에 경운학교가 개교한 이래로 서울 시내에 새로 지어진 특수학교는 한 곳뿐입니다. 16년 만에 두 번째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이지만, 뒷말도 무성합니다. 그 이유는 합의 방식과 조건 때문입니다. 이번에 이뤄진 합의는 단순히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원래 계획대로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짓는 대신, 다음에 폐교되거나 합병되는 학교가 있으면 그 부지에 한방병원을 설립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장애 학생 부모들은 이번 합의 추진 과정에 대해 연락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합의는 '나쁜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장애 학생 부모들은 기자회견에서 "특수학교는 결코 기피시설이 아님에도 '대가성 합의'를 맺어 기피시설처럼 인식되게 했다"며 "설립 예정인 서초구와 중랑구 특수학교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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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교 설립 권한을 가진 교육감이 학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면서 굳이 법적으로 아무 권한도 없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합의 과정을 거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조 교육감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국회의원과 주민이 학교 설립에 동의하도록 합의를 끌어내고자 노력했다"며 "합의 추진을 장애 학생 부모에게 알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해명했고 "출발점에 장애 학생 부모들의 헌신이 있었다"며 "앞으로의 과정을 잘 점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학교 통학하는 데만 최대 4시간 걸려…아직 갈 길 먼 특수학교 설립

강서구에 서린학교가 들어서는 것도 3년간의 진통 끝에 일단 합의를 봤지만, 아직 국내 특수학교 설립은 갈 길이 멉니다. 교육부의 '2018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현재까지 9만780명에 달합니다. 2011년 이후 연평균 1천여 명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중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2만5,919명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7년 전인 2011년 2만4,580명에서 1천 명 정도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은 7년 동안 8천 명 가까이 늘었는데, 같은 기간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1천 명 정도만 늘어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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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에 진학하는 장애 학생의 수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수용할 학교가 부족한 데다가,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지역적 불균형이 심해 거주지에서 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는 시도는 지역마다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서울시만 살펴봐도 특수학교의 지역 불균형은 확연히 드러납니다.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8개 구에는 아직 특수학교가 한 곳도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지역 불균형이 심하다 보니, 통학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2만5,919명 중 학교에 가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리는 학생이 1,853명에 달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최대 4시간을 통학에 써야 하는 학생들도 있는 겁니다.

"우리 아이 학교 갔어요"라는 말은 일반인들에게 일상적인 대화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 부모들에게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말일 수 있습니다. 특수학교 설립은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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